서울 법원

[스포츠서울 이선율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삼성바이오)의 분식 회계와 관련된 자료를 위조·은폐한 혐의를 받는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 임직원들이 구속 여부를 판단받기 위해 법원에 출석했다.

에피스는 삼바의 자회사로, 삼성 측은 모회사-자회사 관계인 ‘종속회사’에서 지배력이 약한 관계회사로 에피스의 지위를 바꾸는 등 방법으로 삼바의 시장가치를 높인 의혹을 받고 있다. 증거 인멸이 삼성그룹 차원에서 이뤄진 것으로 규명되면 분식회계 또한 그룹차원에서 이뤄진 것으로 판단돼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문제로까지 파문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법 신종열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9일 오전 10시30분 삼성바이오에피스 경영지원실장 양모 상무와 이모 부장 등 2명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열었다.

이날 법원에 출석한 양씨와 이씨는 ‘증거인멸에 대한 윗선의 지시가 있었는지’, ‘삭제한 단어 중 합병, JY(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의 약어)가 있었는지’ 등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은 채 법정으로 향했다.

해당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송경호 부장검사)는 전날 양모 상무와 이모 부장 등에 대해 증거위조와 증거인멸,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삼성바이오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가 분식회계 관련 회계자료와 내부 보고서 등을 삭제할 당시 삼성전자 상무 A씨가 직접 현장에 나가 증거인멸을 지휘한 것으로 파악했다.

A씨는 2017년 해체 이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에 근무했다. 현재는 미전실의 후신으로 불리는 삼성전자 사업지원 TF(태스크포스) 소속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업지원 TF 직원들과 함께 에피스를 찾아가 직원들의 노트북과 휴대전화 등을 뒤지고 문제 소지가 있는 기록을 삭제한 혐의를 받는다. TF 직원들은 삼성전자 소속인 사실을 숨기고 에피스 직원들을 별도 공간으로 불러모아 휴대전화 등을 검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금융당국이 삼성바이오에 대한 특별감리를 벌일 당시 에피스가 윗선 지시에 따라 자체적으로 자료를 삭제·조작하다가 검찰 수사가 예상되자 그가 현장에 투입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A씨에게 어떤 경로로 지시를 받아 증거인멸에 가담했는지 집중적으로 캐물었다. 증거인멸의 현장 책임자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에피스 경영지원실장 양모씨는 자체 판단으로 관련 자료를 삭제했다면서도 A씨와 함께 작업한 사실은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 역시 윗선의 개입 여부에는 입을 다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삼성에피스 증거인멸이 삼성바이오에 대한 금융감독원 특별감리가 진행 중이던 지난해 3월부터 집중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파악했다. 삼성에피스는 회계자료를 조작해 금융당국에 허위로 제출하고선 본래 작성된 문건인 것처럼 위장하고 영구삭제프로그램을 동원해 직원 컴퓨터 등에 저장된 자료를 없앤 것으로 조사됐다. 고한승 에피스 대표도 휴대전화 검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증거인멸이 이례적으로 장기간·조직적으로 이뤄졌고, 이 과정에서 삼성전자 TF 소속 임원이 투입된 점에 주목하고 있다. 삼성은 2017년 2월 콘트롤타워 역할을 하던 미래전략실을 공식 해체했다. 기존 미전실 업무는 삼성전자·삼성생명·삼성물산 산하 3개 TF로 분산됐지만, 그룹 차원의 핵심 임무는 삼성전자 사업지원 TF가 물려받았다. 검찰은 고의적 분식회계를 통해 삼바의 가치를 높이고 이를 기반으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가능했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결국 이 모든 과정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작업이 아니냐는 게 의혹의 핵심이다.

실제 에피스도 삼바의 자회사로, 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지배력이 약한 관계회사로 지위를 바꾸는 등 방법으로 삼바의 시장가치를 높인 의혹도 받는다. 에피스의 가치가 오르면서 모회사 삼바의 가치도 함께 올랐을 가능성인 높다는 것이다. 또 이러한 일련의 과정에서 증거인멸이 이뤄졌을 가능성도 높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melody@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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