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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2년 전처럼 로고 없는 모자를 쓴 양희영(30)에게서 허전함이 느껴졌다. 그러나 ‘약속의 땅’은 배반하지 않았다. 고독한 도전은 다시 한번 ‘퀸의 귀환’으로 귀결됐다.
양희영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혼다 타일랜드(총상금 160만 달러)에서 2년 만에 우승했다. 그는 24일(한국시간) 태국 촌부리 시암 컨트리클럽 파타야 올드 코스(파72·6576야드)에서 끝난 대회 최종 라운드에서 버디 9개, 보기 2개를 묶어 7언더파를 몰아치면서 최종 합계 22언더파 266타로 정상에 올랐다. LPGA투어 통산 4승째. 특히 4승 중 3승을 이 대회에서 해내는 진기록을 세웠다. 지난 2015년 3월 태국 땅에서 처음 우승을 맛본 그는 2년 전 대회에서도 당시 코스 레코드인 22언더파 266타로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이번 대회 우승으로 통산 세 번째 혼다 타일랜드를 제패한 유일한 선수가 됐고, ‘2년 주기 홀수 해 우승’ 공식을 쓰게 됐다.
전날 3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만 6개 기록, 호주 교포 이민지와 공동 선두로 끝낸 그는 이날 역시 절정의 샷 감각을 뽐냈다. 1번 홀부터 버디를 잡으며 가볍게 출발한 그는 3번 홀에서 보기를 범했지만 4번 홀(파3) 그린 에지에서 10m 버디 퍼트에 성공한 뒤 8번 홀까지 ‘5연속 버디 쇼’를 펼쳤다. 선두 경쟁을 펼치던 이민지와 격차를 벌리면서 단독 선두로 나섰다.
후반 홀에서도 양희영은 10번 홀부터 버디를 낚으면서 순항했다. 그러나 날씨가 변수가 됐다. 천둥, 번개를 동반한 소나기가 내렸다. 1시간가량 경기가 중단됐는데 좋은 흐름을 타던 양희영의 리듬이 깨졌다. 14번 홀 보기를 범하는 등 흔들렸는데 이때 챔피언 조에서 경기한 이민지가 10, 12번 홀 버디에 이어 14번 홀에서도 중거리 버디 퍼트에 성공했다. 여기에 카를로타 시간다(스페인) 역시 14번 홀 버디에 이어 15번 홀 칩샷 이글로 단숨에 3타를 줄이면서 양희영까지 세 명 모두 20언더파 동타가 됐다.
하지만 양희영은 냉정함을 잃지 않았다. 16번 홀(파3)에서 그린 바깥 7m 버디 퍼트에 성공하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이어 17번 홀(파4)에서 파 세이브를 한 데 이어 18번 홀(파5)에서도 5m 버디 퍼트에 성공하며 경기를 마쳤다. 이어 이민지가 마지막 이글 퍼트를 시도했으나 홀 바로 앞에 멈추면서 양희영의 우승이 확정됐다. 이민지는 6타를 줄인 최종 합계 21언더파로 2위, 시간다는 20언더파 3위를 차지했다. 이밖에 신지은이 이날 4타를 줄여 17언더파 4위, 지은희가 16언더파 5위로 각각 경기를 마쳤다. 세계랭킹 1위 아리야 주타누간(태국)은 2타를 줄여 10언더파로 14위에 머물렀다.
양희영은 경기 후 “매우 긴장했다”고 울먹이더니 “마지막 3개 홀이 어려운 코스여서 더 그랬다. 이 대회를 그저 사랑하는 마음으로 즐겼다. 잘한 것 같아서 기쁘다”고 감격해 했다. 후원사 없이 고독한 싸움 끝에 얻어낸 우승이어서 더 값지다. 호주에서 골프 유학한 그는 아마추어 시절부터 두각을 보였고 프로 데뷔 이후에도 주요 대기업 후원을 받으면서 성장했다. 그러나 5년 사이 장기적으로 후원해 줄 기업을 찾지 못해 어느덧 ‘로고 없는 모자’가 익숙해졌다. 보란 듯이 태국에서 부활을 알리면서 전환점을 맞았다.
또 올 시즌 LPGA 태극낭자 바람을 이어갔다. 지난 1월 ‘맏언니’ 지은희가 개막전으로 열린 다이아몬드 리조트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 정상에 서면서 시동을 걸었다. 이어 고진영이 ISPS 한다 호주오픈 준우승을 달성했는데, 양희영이 태극낭자 시즌 2승째를 신고했다. 올해 33개 대회가 열리는 가운데 초반 2승을 한국 선수가 해내면서 2015년과 2017년 해낸 태극낭자 시즌 최다승(15승) 기록 경신에 기대를 높였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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