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정하은 인턴기자] 원로 배우 최은희가 지병으로 별세했다. 향년 92세.
16일 최은희의 별세 소식이 전해졌다. 고인의 장남인 신정균 영화감독은 "어머니가 오늘 오후 병원에 신장투석을 받으러 가셨다가 임종하셨다"고 밝혔다.
최은희는 1942년 연극으로 데뷔해 이후 김지미, 엄앵란과 함께 1950~1960년대를 풍미하는 여배우였다. 또 최은희는 1978년 홍콩에 갔다가 북한 공작원에 납치되는 불상사를 겪기도 했다. 1953년 다큐멘터리 영화 '코리아'에 출연하면서 신상옥 감독과 인연을 맺었고, 이후 최은희를 찾으러 홍콩에 갔던 신 감독도 같은 해 납북돼 북한에서 다수의 작품을 함께 찍기도 했다.
분단국의 여배우로서 납북이라는 초유의 사건을 경험하는 등 격동의 세월을 산 최은희는 2007년 펴낸 자서전 '최은희의 고백'을 통해 파란만장했던 삶과 인생에 대한 조언을 담았다.
책에서 최은희는 "사람들은 내게 영화와 같은 삶을 산 여배우라고 말한다. 나는 평범한 여자에 불과한데, 어쩌다 영화 같은 삶을 살게 되었을까. 북한에 납치되어 갔을 때, 밤마다 울면서 한 생각이 그러했다. 배우가 되지 않았다면 이런 어려움을 겪지 않았을 거라고"라고 전했다.
이어 "나는 분단국의 여배우로서, 신 감독은 분단국의 영화감독으로서 조국의 비극에 희생양이 되는 경험을 했다. 그러나 나는 배우가 된 것을 후회하지는 않는다. 나는 연기를 통해 타인의 삶을 내 것으로 받아들이는 연습을 하며 살면서 모든 이들의 인생이 참으로 아름답고 소중하다는 것을 배웠다"고 소회를 밝혔다.
2006년 4월 11일 신 감독을 먼저 떠나보낸 뒤 고인은 허리 수술을 받는 등 건강이 악화됐고, 돌아가시기 직전까지 일주일에 세 번씩 신장투석을 받아왔다.
한편, 빈소는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12호실 이전 예정)이며, 발인은 19일 오전이다.
사진ㅣ공동취재단
기사추천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