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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대표팀 감독을 역임했던 한국 축구 레전드들이 K리그 대표이사에 속속 취임하고 있다. 프로구단 행정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조광래(63)에 이어 이번엔 김호(72)다. K리그 챌린지(2부) 대전 시티즌은 1일 이사회를 열고 김호 용인축구센터 총감독을 새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지난 2014년 K리그 챌린지에서 우승, 이듬 해 클래식(1부)로 승격했던 대전은 곧바로 강등되면서 지난해 2부리그 7위에 그쳤다. 올해 이영익 감독을 영입하며 승격에 재도전했으나 초반부터 휘청거린 끝에 신생팀 안산에도 뒤지며 10개 구단 중 꼴찌를 했다. 이에 책임을 지고 윤정섭 대표이사와 이 감독이 차례로 사임했다. 대전 이사회는 장기침체에 빠진 구단의 재도약을 위해 정치인이나 비전문가보다는 프로스포츠에 이해가 깊은 스포츠 전문가가 경영을 맡아야 한다는 점에 뜻을 모으고 김 대표를 낙점했다. 김 대표는 구단 운영의 전권을 받아 당장의 클래식 승격은 물론 대전의 재도약을 위한 중장기 계획을 수립하고 추진하는데 집중할 예정이다. 신임 감독으론 김 대표와 용인축구센터에서 함께 일했던 이기범 신갈고 감독이 내정됐다.
김 대표는 현역 시절 명 수비수 출신이며, 지도자로 변신한 뒤엔 한국 축구에 부족한 ‘기술’을 접목시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 ‘장인’이다. 또 현대가 중심의 한국 축구 행정에 쓴소리를 아끼지 않은 축구계의 대표적인 야권 인사다. 1965년부터 5년간 국가대표로 활약한 그는 1979년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현 U-20 월드컵) 코치를 시작으로 1988~1991년 울산 감독을 거쳐 1992년 축구 국가대표팀 초대 전임 감독에 취임했다. 한국은 그의 지휘 아래 미국 월드컵에서 스페인과 2-2로 비기고, 독일에 2-3으로 분패하는 등 자존심을 지켰다. 김 대표는 이어 1995년 수원의 초대 사령탑에 올라 2003년까지 9년간 일했다. 2007년 여름 대전을 통해 프로 감독에 다시 뛰어들었다. 2009년 중반까지 2년간 일했다.
김 대표는 대전 감독 시절 팀의 기적 같은 6강 플레이오프 진입을 일궈낸 적이 있다. 2007년 7월 그가 지휘봉을 잡은 뒤 보통의 시민구단이었던 대전은 폭발적인 상승세를 탔다. 고종수란 걸출한 스타까지 제 기량을 발휘하며 그 해 정규시즌 최종전에서 강호 수원을 이기고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이를 인정받아 2008년 7월엔 ‘명예 대전시민’으로 선정됐다. 대전 입장에선 축구와 지역정서에 모두 부합하는 김 대표가 구단 부활을 위한 괜찮은 답안지였던 셈이다.
그가 행정가로 변신함에 따라 전 대표팀 사령탑들이 무너져가는 K리그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지 흥미롭게 됐다. 김 대표에 앞서 2010~2011년 대표팀 감독을 역임했던 조광래 감독이 2014년 대구 대표로 취임, 지난해 K리그 클래식 승격 및 올해 잔류에 성공하고 2만석 규모의 축구전용경기장 건설을 지휘하는 등 연착륙을 이뤘다. 대전은 클럽하우스도 갖고 있어 대구보다 성인 및 유소년 선수 육성에 좋은 조건을 갖고 있다.
물론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대전은 정치권과 지역사회 외풍이 심해 대표나 감독이 소신을 갖고 일하기가 힘든 곳이었다. 그래서 사람들이 어떤 구단보다 자주 바뀌었다. 게다가 내년엔 지방자치제 선거도 예정돼 있다. 김 대표가 긴 호흡으로 구단의 십년대계를 쌓도록 구단주인 권선택 대전광역시장을 비롯한 지역 인사들이 꾸준히 지지해줄 필요가 있다. 김 대표 역시 심기일전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그는 2009년 성적 부진과 각종 구설수 등으로 감독직에서 해임됐다. 깔끔하지 못하게 떠났다가 8년 만에 돌아왔다. 김 대표가 대전 축구의 부활, 외길만 보고 가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이유다. 대전의 새 지휘봉을 잡은 이 감독의 프로 지도자 경험이 부족한 상황에서 김 대표가 이를 어떻게 보완할지도 숙제다.
silv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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