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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조성경기자] “이색 이력 팔아 방송한다는 지적, 새겨들을 얘기다.”
청와대 여성 경호원 1호 출신 배우 이수련의 말이다. 그는 최근 청와대에서 근무한 경호원 출신이라는 이력으로 화제를 모으며 방송 출연이 많았다. 그 덕분에 청와대를 나온 후 지난 2014년 단역 배우부터 차근차근 연기 경험을 쌓아오면서도 전혀 받지 못했던 관심을 뜨겁게 받았다.
이수련은 지난 2014년 tvN ‘갑동이’를 비롯해 최근 tvN ‘비밀의 숲’에 이르기까지 수없이 많은 드라마에 출연했다. 특히 ‘비밀의 숲’에서는 서동재(이준혁 분) 검사가 성매매 특별단속에 나서면서 잡아들였던 술집 여성으로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이 배역이 이수련이었다는 사실을 아는 시청자는 많지 않다. 드라마가 아닌 예능과 다큐 등에서 ‘청와대 여성경호원 출신’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나올 때에만 이수련에 대한 관심이 쏠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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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모르지 않는 이수련은 “처음에는 이력을 밝히질 않았다. 그래서 오디션을 보거나 할 때 ‘뭐하다가 이런 늦은 나이에 시작하냐’는 질문을 받았다. 배우는 연기로 보여주는 거라는 생각에 그랬다. 그러다가 ‘인간극장’(2015)에 출연하게 되면서 청와대 경호원 출신이라는 사실이 알려졌다. 지금은 다 알려진 마당에 소속사도 없으니 이렇게 관심 가져주실 때 거기에 호응하면서 캐스팅 기회로 연결되길 바라고 있다”고 밝혔다.
그런 이유로 지난 3월 KBS ‘강연100도씨’부터 tvN ‘문제적 남자’와 ‘현장토크쇼-택시’ 등 방송 섭외가 줄을 잇자 열심히 응하며 자신을 알렸다. 덕분에 매번 화제의 인물이 되기도 했다. 이수련은 “최근 정권에 문제가 있었잖아요. 그래서 청와대를 나왔냐는 말부터 청와대에서 밀어주는거는 아니냐는 말 등 다양한 이야기가 나오더라. 나도 참 신기하다”며 방송후 대중의 반응에 신기해했다.
그러면서 “아직도 예능 섭외는 정말 많이 오는데, 앞으로는 예능은 좀 가려야할 것 같다”고 신중하게 말했다. 이유인즉 “너무 이력과 경력만 비춰지는거 같다는 지적이 있는데, 새겨들을 얘기인거 같다”는 것이었다.
이수련은 “배우를 시작하고 역할은 작아도 정말 그 해부터 웬만한 드라마에는 다 출연했다. 그렇게 꾸준히 하니까 조금씩 기회가 생긴다”면서 “계속 경호원 출신 배우로 알려지는데, 작품으로 기억되는 배우가 되고 싶다. 연기로 기억되는 배우가 되고 싶다. 그게 지금 목표”라고 말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단역에서 벗어나 대중들의 뇌리에 남을, 좀더 비중있고 인상적인 캐릭터를 맡아야하지는 않을까. 이에 이수련은 “그동안 나에게 기회를 준 캐스팅디렉터들에게 ‘이젠 그런 역할 그만하겠습니다’ 하는게 맞나 싶다. 예능으로 나를 알아봐주시는 분들이 많아진 건 사실이지만, 배우로서 나에게 처음 기회를 준 사람들은 그들이었다. 내가 지금 기로에 서 있는 것 같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실제로 현장에서 가능성을 입증하고 있기도 하다. “‘비밀의 숲’에서도 원래 대사가 거의 없었다. 그런데 다시 보시고 좀더 살려주셨다. 그런데서 희열을 느낀다. 물론 더 큰 역할이면 좋겠지만, 그래도 조금씩 기회가 생기는 것 같다.”
현재는 프랑스 드라마와 필리핀 드라마 등에 참여하고 있기도 하다. 이화여대 영문학과 출신으로 청와대 경호원으로 일하면서 VIP들을 의전하면서 외국어 실력이 남다른 덕분에 해외 작품 경험도 많다. “이다해와 조미가 출연한 중국드라마 ‘최고의 커플’와 엑소 수호가 출연한 한중합작 드라마 ‘하아유브레드’에도 출연했다. 거기서는 나름 큰 역할을 했다. 처음에는 역할이 작았지만 다른 역할도 해볼 수 있겠냐면서 다섯번이나 오디션을 보게 하더니 이다해의 절친으로 나오게 됐다. 또, ‘하아유브레드’에서는 치파오를 입고 발차기를 하며 빵을 만드는 코믹한 캐릭터로 눈길을 끌었다.”
꿈을 찾아 즐겁게 일하고 있기는 하지만, 쉽지 않은 경쟁 속에서 상처받는 일도 있을 수 있는데 이수련은 굉장히 꿋꿋했다. 제일 힘들었던 때를 묻자 “초반에 내가 열심히 노력해서 역할을 따냈는데 막상 현장에 가니 없어진 역할일 때가 있었다. 그런게 정말 힘들었다기보다는 ‘이런 일도 있구나. 좋은거 배웠다’ 싶었다”면서 “원래 힘든걸 잘 안 보는 스타일이다. 또, 정말 힘든건 경호실에서 하도 많았기 때문에 웬만해선 상처도 잘 안받는다. 나에게 상처 줄 수 있는 건 나뿐이다. 잘 생기고 예뻐야만 배우하는 것도 아니고. 그 사람의 기준은 그 사람에게만 통하는 것이다. 나만 중심을 잘 잡고 나가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그리고 도워주는, 고마운 분들이 정말 많다”고 말을 이었다. “지금만큼도 알려지지 않았을 때부터 스타일리스트들이 나를 도와줬다. 뭘 해줘서 고마운게 아니라 ‘내가 뭐라고 도와줄까’ 하는 마음에 정말 고맙다. 그들은 나에게 도움을 줘서 얻는게 없는데 말이다. 그래서 더 잘돼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이수련은 유지태 류준열 주연의 새 영화 ‘돈’을 통해 도약을 꿈꾸고 있다. 그는 “임팩트 있는 단역을 맡았다”며 기뻐하면서 “연기를 할때마다 내가 몰랐던 나를 발견하고, 감정의 해소를 느낀다. 이 길이 나의 길이구나 싶다”며 의욕을 보였다.
조성경기자 cho@sportsseoul.com
사진|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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