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

“게으른 자는 개미에게 가서 그 사는 모습을 보고 지혜를 깨쳐라. 개미는 우두머리도 없고 지휘관이나 감독관이 없어도 여름 동안 양식을 장만하고 추수철에 먹이를 모아들인다.” 잠언에서 지혜로운 곤충으로 묘사되는 개미는 동화 속에도 많이 나오는 사람과는 친숙한 곤충이기도 하다.

‘의봉혈우’(蟻封穴雨)란 옛 말이 있다. 이 말은 “개미는 능히 비가 올 것을 예측하므로 개미가 구멍을 막을(封) 때는 비가 올 징조”라는 뜻이다. 개미는 날씨변화에 대단히 민감한 곤충으로 특히 습기를 극도로 싫어하는 성질이 있다.

그러면 개미는 어떻게 비가 오는 것을 아는 것일까? 기압골이 들어오면서 비가 오려는 날씨가 되면 공기 중에는 습도가 증가한다. 이런 경우 땅으로부터의 증발산량이 감소되기 때문에 토양수분이 증가된다. 이를 감지한 개미는 비올 것을 미리 알게 되는 것이다.

비가 올 것으로 예상되면 개미들은 두 가지 방법을 사용한다. 기상예보자라는 직업의식 때문일까? 비가 오려면 정말 개미들이 담을 쌓는가 아니면 어떻게 하는가 유심히 관찰하게 된다. 필자의 관찰에 의하면 보통의 비가 올 것으로 예상될 때는 흙으로 땅굴의 입구를 막아 빗물이 흘러들지 못하게 한다.

그러나 많은 비가 내리는 경우에는 개미들이 떼를 지어 이동하는 것을 보게 된다. 이동하는 행렬을 자세히 살펴보면 높은 풀밭이나 나무 그늘 밑으로 이동하는 개미와, 반대편으로는 굴 쪽으로 이동하는 개미가 있다. 그런데, 풀밭이나 나무 그늘 쪽으로 가는 개미는 입에다 무엇인가를 물고 열심히 움직인다.

반면에 굴 쪽으로 가는 개미는 맨 몸으로 돌아간다. “아하, 애벌레를 피난시키는 거구나” 깨닫게 된다. 사실 높은 지대의 풀 밑이나 나무그늘 밑은 웬만큼 비가 내려도 떠내려갈 염려가 없다. 실제로 비가 많이 내리는 날 젖지 않은 나뭇잎이나 가지 밑을 보기를 바란다. 상당히 많은 개미가 달라붙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삶에 대한 개미들의 적응력은 놀랍다. 사람들이 1만 2000년 전에 농사를 시작했는데 개미들은 그보다 훨씬 빨리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남미의 파라솔 개미들은 나뭇잎을 잘라 펄프로 만든 다음 곰팡이를 키운다. 사람들의 버섯 농사와 비슷하다. 진딧물을 키워 그들이 분비하는 단물을 채취한다. 소를 키워 우유를 짜는 것과 같다. 이렇게 영악하다 보니 아마 비 예보도 잘하나 보다.

<케이웨더예보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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