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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퍼 더블케이(31·본명 손창일)는 최근 서울 강남의 한 하우스클럽에서 특별한 경험을 했다.
비트가 빠른 일렉트로닉 음악이 주류를 이루는 클럽에서 조용필의 ‘바운스’가 갑자기 흘러나온 것. DJ로 나선 구준엽이 믹스한 ‘바운스’는 사람들을 미치게 만들었고, 그 광경을 위에서 내려다본 더블케이는 엄청 감동을 먹었노라고 했다.
“조용필 선배의 음악을 재현해내는 구준엽 형도 대단했고, 그 음악을 제대로 즐기는 관객들도 너무 멋졌어요. 언젠가 내 음악도 저렇게 흘러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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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데뷔한 더블케이는 올해로 데뷔한지 10년째다. 힙합이 많이 대중화했다고 하지만, 여전히 척박한 힙합 시장에서 자기만의 색깔을 보여주며 외길을 걷고 있다.
지난달 발매한 미니앨범 ‘놈’은 그동안 간간이 발표한 디지털 싱글까지 보너스 트랙에 꽉 채워 총 9곡을 수록했다. 도발적인 제목 ‘놈’처럼 남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여자, 남녀관계,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담았다.
타이틀곡 ‘놈’은 박재범이 피처링한 곡으로 흔들리는 여자의 마음이 자신에게 향하길 바라는 남자의 마음을 표현했다. 절친 래퍼 도끼를 통해 알고 지내왔지만, 박재범과 공동 작업은 처음이었다.
“남자 보컬이 필요해서 고민하고 있는데, 마침 (박)재범이가 한 곡 하자고 제안해서 함께하게 됐어요. 사실 목소리가 둘다 낮은 편이라서 다소 지루하지 않을까 주변에서 걱정했는데, 의외로 잘 어울리고 결과도 만족스럽게 나왔어요.”
‘리와인드(Rewind)’는 SBS ‘일요일이 좋다-K팝스타2’ 출신 이미쉘이 피처링을 맡았다. 평소 ‘K팝스타’ 애청자인 그의 귀에 쏙들어왔던 후배다. “보통 피처링은 평소 알고 지내는 사람들에게 부탁하는 편인데, 이미쉘 씨의 경우는 초면이었어요. 미쉘 씨가 방송에서 원미연의 ‘이별여행’을 부르는 걸 봤는데 음색과 가사표현력이 너무 좋더라구요. 이 곡을 만들고 나오고 나서 딱 떠올라 부탁했는데, 흔쾌히 승낙해서 작업을 하게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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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나믹 듀오 개코가 피처링한 ‘멘트’는 남자들이 여자를 유혹할 때 쓰는 ‘작업용 언어’를 모은 가사가 눈길을 끈다. ‘넌 아프리카 해처럼 베리 핫, 넌 아마 지구 온난화에 큰 책임자. 친절을 베풀어 길 잃은 내게 알려줘, 네 심장으로 가는 길. 내 꽃을 받아줘 장미에게 보여줄 수 있게 뭐가 진정 아름다운지’ 등 오글오글한 가사로 재미를 줬다.
‘핫 팬츠’로 시작해 ‘랩운동’으로 끝나는 이번 앨범에 대해 그는 “다음 앨범에 대한 신호탄 같은 의미”라고 했다. “올해가 데뷔 10주년이에요. 내 커리어를 길게 쫙 펼쳐봤을 때 뭔가 쉬어가는 느낌이랄까요? 굉장한 변신이라기보다는 지금 현재 내가 느끼는 것을 최대한 담아냈어요.”
유창한 영어랩 때문에 교포로 오해를 받지만, 토종 한국인이다. 아버지의 일 때문에 11살 때부터 대학 시절까지 약 9년간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살았다. “원래 어릴 때는 말도 못하게 장난꾸러기였어요. 그런데 미국과 한국을 오가는 상황 때문에 정체성의 혼란이 생기고, 말이 안 통하니까 내성적으로 변하기도 했고요. 그렇게 밖으로 표출 못 하고 안으로 쌓인 것이 음악을 하는 데는 도움이 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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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케이블 엠넷 힙합서바이벌 프로그램 ‘쇼미더머니’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화제를 모았지만, 방송 자체를 즐기는 편은 아니다. “공연이 제일 재밌고 잘 맞는 것 같아요. 힙합 공연을 방송에서 볼 수 있다면 좋겠는데, ‘쇼미더머니’가 그래도 가장 근접한 무대를 보여주는 것 같아요. 그런 방송이 또 있다면 오디션을 봐서라도 할 생각이에요.”
데뷔 10주년을 맞는 올해의 포부를 물었다. “스스로 떳떳하고 후회되지 않는 음악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후배 도끼, 빈지노, 팔로알토 등을 볼 때마다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자기들만의 음악으로 마니아를 만들고, 한 계단씩 성장하는 모습을 보며 자랑스럽기도 하고, 부럽기도 해요. 많이 배우기도 합니다.”
박효실기자 gag11@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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