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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르고스의 숙소앞에서

◇부르고스의 3성 호텔

스페인의 첫 기착지는 부르고스(Burgos)*. 우리는 오랜만에 별 3개짜리 호텔에 묵었다. 부르고스 시내의 초입에 위치한 호텔인데, 톨게이트를 빠져나오자 마자 보였다. “저기가 맞나?” 싶을만큼 약간 촌스럽고 눈에 잘 띄었다. 특히 창문 크기만한 별 3개가 두드러졌다. 여태까지 본 호텔의 별 중에 가장 컸다. 프런트에 있는 직원들도 3성 장군처럼 자신감이 넘쳐 보여, 건물 전면에 붙어있는 왕별과 오버랩 됐다. 별의 크기만큼 방은 큼지막했다. 침대 3개가 들어가고도 넉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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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르고스 대성당

◇부르고스 대성당

부르고스 대성당(Burgos Cathedral)*은 세비야, 톨레도의 대성당과 함께 스페인 3대 성당 중에 하나다. 부르고스 대성당은 건축물 자체의 웅장함과 수를 놓은 듯한 정교한 조각이 돋보인다. 성당 외벽은 수 세기 동안 강렬한 햇빛에 탈색된 것처럼 백색에 가깝다. 성당내엔 에스파냐의 전설적 영웅 엘 시드*와 그의 아내 히메나의 무덤이 있다. 스페인은 다양한 문화유산을 보유하고 있는데, 카톨릭 국가답게 곳곳의 성당이 세계 문화 유산으로 등록되어 있다. 부르고스도 작은 도시이지만, 우뚝 솟은 성당을 통해 중세부터 이어져오는 뜨거운 신앙심을 느낄 수 있다. 펠리페 2세는 대성당을 보고 “이것은 사람이 아닌 천사의 솜씨”라고 극찬했다고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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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르고스 대성당 뒤편

◇순례의 길

부르고스는 산티아고 순례자의 길* 그 가운데 위치하고 있다. 피레네 산맥에서 시작해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로 향하는 순례자들이 쉬었다 가는 곳이 부르고스다. 대성당 뒤쪽으로는 순례의 길을 표시하는 조가비 조각이 바닥에 새겨져 있다. 조가비가 상징이 된 이유로는 몇 가지 설이 있다. 순교한 성 야곱의 시선을 실은 배가 스페인 북쪽 해안에서 풍랑으로 침몰했는데, 성 야곱(Saint Jacob)의 시신이 조개껍질에 싸여 떠올랐다는 이야기가 있다. 성 야곱의 시신을 실은 배가 갈리시아 바닷가를 지나갈 때, 결혼식을 준비하던 신랑이 갑자기 높은 파도가 휩쓸렸는데, 온통 조개가 붙은 채로 살아서 떠올랐다는 이야기도 있다. 야곱의 스페인식 이름이 산티아고이다. 영어로는 제임스, 불어로는 자크, 독어로는 야코프라고 부른다. 영미권에서 제임스는 제이콥, 제이크, 짐, 코비 등으로도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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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르고스 가로수길

◇대성당 가는 길

부르고스가 성인 야곱의 발자취를 따라 걸으며 힘든 상황에서 자신을 마주하게 되는 순례자의 길이라서 그럴까. 대성당으로 향하는 길 또한 무척이나 인상적이다. 아를란손 강 주변의 노상 주차장에 차를 대고 부르고스 대성당으로 걸어갔다. 양버즘나무가 양쪽에 세워져 있는데, 서로의 줄기가 뻗어 터널을 이루고 있었다. 자연적이지 않고 사람의 손으로 만들어진 결과이지만, 마치 사랑하는 이들의 손이 붙은 것처럼 하나가 되어 있었다. 인위적일지라도 외롭지 않아 보여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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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드리드 북쪽 약 200km에 위치한 부르고스는 아를란손강 유역의 해발 고도 800m 고원에 위치한 천연의 요새로 8세기 아스투리아스 왕국의 동쪽 전초기지였으니 10세기에는 카스티야 왕국의 수도가 됐다. 15세기 중반 마드리드로 수도를 옮기지 전까지 상업 중심지로 번창했다. 부르고스는 스페인의 전설적 영웅 엘 시드의 출생지이며 20세기 초 스페인 내란에서 프랑코 장군의 본거지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세계지명 유래 사전. 두산백과 참조)

*부르고스 대성당은 순고딕 양식으로 1221년 부르고스의 주교 마우리시오에 의해 건축이 시작되었다. 그 후 약 300 년에 걸쳐 증개축이 이뤄졌다. 기본적으로 라틴 십자가형 배치로 설계되었으며 프랑스 북부에 세워진 성당의 영향을 받았다. 프랑스의 고딕 건축 양식이 적용된 것은 부르고스가 중세부터 피레네를 거쳐 갈리시아에 있는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로 향하는 순례자들이 쉬었다 가는 장소였기 때문이다. 부르고스 대성당에는 11세기 에스퍄냐의 명장 엘 시드와 그의 아내 도냐 히메나의 유해가 안장되어 있다. (죽기전에 꼭 봐야할 세계역사유적 1001, 미술대사전 참조)

*엘 시드는 천성이 잔학무도 했지만, 혁혁한 무훈으로써 전설의 주인공이 되었다. 11세기 무어인과의 싸움에서 명성을 떨쳤고 스페인의 국토 수복 운동인 ‘레콩키스타’의 영웅이다. 자신이 정복한 발렌시아와 그 주변 지방을 죽을 때까지 다스렸다. 본명은 로드리고 디아스 비바르인데, 시드는 아랍어의 군주가 그 어원이다. (인명사전, 두산백과 참조)

*산티아고 순례자의 길은 피레네 산맥에서 예수의 열두 제자였던 야곱의 무덤이 있는 스페인 북서쪽 도시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로 향하는 약 800km에 이르는 길이다. 1189년 교황 알렉산더 3세가 예루살렘, 로마와 함께 이곳을 성스로운 도시로 선포했다. 소설가 파울로 코엘료의 1987년에 ‘순례자’를 출간한 뒤 유명세를 탔고, 1993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며 전세계에서 성지순례로 찾고 있다.(시사상식사전 참조)

*산티아고 순례길의 바스크족을 아시나요. (세종대 홍익희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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