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버스
현대백화점 압구정점은 백화점 3사 중 유일하게 무료 셔틀버스를 정기운행하고 있다.  김자영기자

[스포츠서울 김자영기자] 신세계, 현대 등 대형 유통업체에서 법망을 교묘히 피해 무료 셔틀버스를 운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01년 6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에 따라 백화점 등 유통업체 셔틀버스 운행이 전면 금지된 이후 이같은 행위는 명백히 불법이다. 하지만, 이들 업체는 ‘예외 조항’, ‘한시적 운영’ 등을 빌미로 최근까지 사실상 쇼핑 고객을 실어날은 것으로 드러나 ‘중소 운송사업체 보호’라는 법 취지 마저 무색하게 하고 있다.

◇현대백화점 압구정점 ‘예외적’으로 셔틀버스 정기 운행

24일 현재 백화점 3사 중 현대백화점 압구정점은 유일하게 무료 셔틀버스를 정기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앞서 지난 2001년 6월 28일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가 ‘백화점 셔틀버스의 운행을 금지한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은 헌법에 위배된다’며 제기한 헌법소원사건에서 청구를 기각한 이후, 백화점 등 대형 유통업체는 6월 30일부로 셔틀버스 운행을 전면 중단했다. 당시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셔틀버스는 형식상 무상운행이지만 결국 모든 상품가격에 전가되므로 실질상은 유상운송’이라며 유통업체의 셔틀버스 운행을 원칙적으로 금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대백화점 압구정점은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의 예외조항을 근거로 셔틀버스를 운행하고 있다. 그 예외조항은 ‘대중교통수단이 없는 지역 등으로서 관할 지방자치단체장의 허가를 받은 경우에는 셔틀을 운행할 수 있다’는 것이 현대백화점 측의 주장이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강남구청에서 주민 의견을 수렴해 예외적으로 3개 노선에 한해 운행을 허가해줘서 운영하고 있다”면서 “불법은 아니다”고 반박했다. 현대백화점 압구정점은 구 현대아파트 등 인근 아파트 단지와 아파트 내 도로를 이용할 수 있는 셔틀버스 총 7대를 3개 노선에서 운영하고 있다. 관할 자치구인 강남구 역시 같은 입장이다. 강남구청 교통정책과 신교통추진팀 관계자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82조, 39조에 의거해 ‘노선이 아파트 단지이거나 대중교통 운행이 안되는 노선에 한해 (백화점 셔틀버스 운행) 허가 유지가 타당하다’고 판단해 허가해줬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토교통부는 현대백화점의 셔틀버스 운영이 현행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대백화점 압구정점의 셔틀버스 운행은 위법 소지가 있다”며 “강남구청에서 관련 법령을 완화해서 해석한 것 같다”고 밝혔다. 현대백화점과 강남구가 현행 법령을 자의적으로 해석했다는 의미다.

하남 전경
신세계그룹이 지난 9월 문을 연 ‘스타필드 하남’.  제공 | 신세계그룹

◇“고객 편의 위해 한시적 운행”, 법망 피해 ‘꼼수’도 비일비재

이처럼 법의 취지와 실효성이 일부 어긋나있는 상황에서 ‘꼼수’도 비일비재하다. 현대백화점 압구정점처럼 정기 운행은 중단했지만, 오픈 초기 고객 유치를 위한 수단으로 ‘한시적’으로 운행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대표적으로 신세계그룹은 지난 9월 9일 경기 하남시에 ‘스타필드 하남’ 을 오픈하면서 약 3주간 무료 셔틀버스를 운행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야심작으로 불리는 ‘스타필드 하남’은 신세계백화점을 비롯해 이마트 트레이더스, 아쿠아필드 등을 한 곳에 모은 복합쇼핑몰이다. 신세계그룹은 ‘스타필드 하남’ 오픈 직후 평일(9월 10일~18일) 및 주말(9월 24·25일, 10월 1·2일) 마다 5, 10분 단위로 임시주차장에서 매장 앞까지 왕복 8㎞를 전세버스를 이용해 고객들을 실어날랐다.

이에 대해 신세계그룹 측은 “고객 편의를 위해 한시적으로 운행했다”고 해명했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스타필드 하남’ 오픈으로 주변 일대에 교통혼잡이 빚어지자 하남시와 경찰서에서 임시주차장을 확보할 것을 요청했다”면서 “하지만, 임시주차장에서 매장까지 거리가 4㎞에 달해 고객 불편을 최소화하고자 임시 셔틀버스를 운행했다”고 설명했다. 당초 신세계그룹은 ‘스타필드 하남’을 오픈하면서 일 평균 4만여 대까지 주차가 가능한 주차장을 마련했다고 밝혔지만, 방문객들이 한꺼번에 몰려들며 교통체증을 겪었다.

하지만 하남시는 신세계그룹 측의 셔틀버스 운행을 허가한 바 없다. 국토부도 이같은 운송 행위를 “위법 소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고객이 요금을 지불하지 않고, 유통업체에서 자체적으로 고객 유치를 위해 무료 셔틀버스를 일정구간 운행한 것은 위법소지가 있다”며 “유상 운송 변칙 행위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현대百 판교점 외부
현대백화점 판교점.  제공 | 현대백화점

현대백화점 역시 지난해 8월 말 판교점을 오픈하면서 불법으로 무료 셔틀버스를 운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현대백화점 판교점은 승합차를 렌트해 2주간 주말(토·일요일)마다 임시공영주차장부터 백화점 앞 까지 셔틀버스를 제공했다. 이에 관련,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오픈 초기 고객 편의 차원에서 주말 피크타임에만 한시적으로 운영했다”면서 “하지만, 불법 소지가 있다고 인지한 이후 즉각 운행을 중단했다”고 해명했다.

soul@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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