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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한화 새 외국인 투수 에스밀 로저스(30)가 세 경기 만에 승리를 따내지 못했다.
16일 포항구장에서 열린 삼성과 원정경기에서 7.1이닝 동안 2점을 내주고 호투했지만, 불펜이 승계주자를 모두 홈으로 보내 4실점했다. 강판된 후 더그아웃에서 착찹한 표정으로 경기를 지켜보던 로저스는 역전을 허용하자 라커룸으로 들어갔다. 이닝을 깔끔하게 막아내지 못했다는 자책이 얼굴에 가득했다. 승리가 날아간 것보다 불펜진에게 주자 두 명을 남겨둔채 넘겼다는 게 더 미안한 표정이었다.
고개를 숙인채 라커룸으로 들어가던 로저스의 뒷모습을 보니 2008년 무등구장에서 만난 호세 리마가 떠올랐다. 메이저리그에서 21승을 따내며 사이영상 투표 4위까지 올랐던 리마는 국내 입단 자체가 뉴스였다. 전성기가 한참 지나 KIA에 입단했지만, 훈련 자세나 경기에 임하는 태도 등은 많은 선수들에게 영향을 끼쳤다. 7월초 웨이버공시돼 다시 미국으로 떠났지만, KIA 에이스로 성장한 양현종은 “스프링캠프부터 리마와 함께 지낸 6개월을 잊을 수 없다”며 아직도 그를 추억한다.
리마의 가장 큰 장점은 끊임없이 주위를 즐겁게 해준다는 점이다. 메이저리그 토론토의 주전 유격수로 맹위를 떨치다 최근 콜로라도로 트레이드 된 호세 레이예스는 “리마가 더이상 우리 곁에 머물 수 없다는 사실은, 친구인 나 뿐만 아니라 도미니카 국민 전체에게 슬픈일”이라고 말할 정도로 그의 밝은 에너지를 좋아했다. 메이저리그 통산 89승(102)을 거둔 리마는 마운드 위에서만큼은 빼어난 구위로 타자를 압도했다. 중요한 경기에서 완투 혹은 완봉승을 거두며 펼치는 ‘리마 타임’은 짧은 시간 국내에서 그를 지켜본 팬들에게도 강한 인상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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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저스도 그렇다. 마운드가 아닌 곳에서 로저스를 만나면 항상 웃음꽃이 핀다. 그는 15일 선발 등판을 준비하던 김민우에게 “완투승 할거야. 내 기운을 모두 줄테니, 마음껏 던져봐”라며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러면서 “나는 언제나 행복하다. 매일 힘든 훈련을 하고 있지만, 쉬는 날에는 산책도 하고, 가족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가끔 월요일이 되면, 우리들만의 파티도 한다. 야구장에 있는 것도 나에게는 파티”라며 가슴을 당당히 폈다. 프로야구 선수로서 자부심이 강하다는 뜻이다. 16일에도 일찌감치 구장에 나와 옛 동료였던 야마이코 나바로와 수다 삼매경에 빠졌다. 선발등판 전 긴장감 탓에 예민해지는 투수들을 자주 볼 수 있는데, 로저스만큼은 이런 범주에 속하지 않은 듯 했다. 이날 1군에 합류한 제이크 폭스는 “도미니카 윈터리그에서 로저스, 나바로와 한 팀에 있었는데, 로저스는 언제나 유쾌하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준다. 승부로 인한 스트레스가 상당히 심한데 로저스가 우리를 웃게 만든다. 그의 긍정적이고 밝은 면이 팀 분위기에도 큰 영향을 끼친다”고 밝혔다. 그라운드 밖에서는 유쾌함 그 자체인 셈이다.
충격의 역전패로 한화는 승률 5할이 붕괴됐다. 선수단 전체가 충격에 빠졌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로저스가 있기 때문에 타격이 길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빼어난 실력은 삼성전을 통해 검증했으니, 동료들도 조금 더 마음을 열고 로저스를 대할 것이다. 그의 긍정적인 에너지가 선수단에 녹아들면, 한화가 다시 반등할 수도 있다. 야구는 멘털 싸움이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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