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채연 플래이노모어
플레이노모어 김채연 대표.

[스포츠서울]‘눈알 가방을 아시나요?’

요즘 핫 플레이스에 가면 한 눈에 쏙 뜰어오는 패션 아이템이 있다.

클래식한 디자인에 스팽글로 큰 눈동자가 수놓아진 가방. 펀(FUN)하고 위트(WIT)있는 디자인에 합성피혁을 사용한 아이디어도 눈에띈다. 20만원 초~30만원 후반 대 가격으로 유명 모델들의 SNS를 통해 알려진 가방은 ‘플레이노모어(PLAY NO MORE)’라는 브랜드다. 요즘 유행하는 요리연구가 백종원의 말투를 옮겨 표현하자면, ‘재미지고 고급진 가방’이 아닐까. 오랜 역사와 전통을 지닌 수 백 만원 대 명품가방 브랜드에게는 미안하지만,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재미있는 유행 아이템이라는 장점에 이 개성있는 가방의 등장이 반가웠다. 무엇보다 비오늘 날 가방이 젖을까 무서워 비밀로 덮거나 내 몸을 적시는 수고는 덜 수 있으니까. 출시한지 1년 여 만에 초고속 성장세를 보이고있는 플레이노모어의 김채연(34) 대표를 만나 궁금증을 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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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한 디자인에 스팽글로 큰 눈을 처리한 플레이노모어 가방. 다양한 컬러와 각기 다른 눈매의 표현으로 젊은 층 사이 인기를 모으고 있다.

- ‘재미있는 가방’이라는 이미지가 확실하게 자리잡았다.

제가 그린거에요. “생명체처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눈을 붙여 만들게 됐죠. 캐릭터를 그리듯 디자인을 하다보니 애정이 더 가더라고요. (가방에)재미있는 요소들을 붙이고 싶었는데, 처음 눈을 붙인게 반응이 크게 와 정식 론칭할 때 주력 아이템이 됐죠. 2년 정도 고민끝에 나온 디자인이에요. 대학(홍익대학교 미술대학 섬유미술, 패션디자인 전공)을 졸업하자 마자 취직 대신 제 브랜드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에 1500만원의 창업비용으로 슈즈 브랜드를 론칭했어요. ‘10년이 지나도 트랜드에 흔들리지 않는 것을 만들자’고 했는데, 신발이 갖고있는 리스크가 너무 컸죠. 그러다 지난해 플레이노모어라는 브랜드를 만들었죠. 페이크 포 펀(Fake For Fun) 즉, 패션이 위화감을 주지 않는다라는 것을 말하고 싶었어요. 럭셔리를 인정하고 좋아하지만, 과소비에 대한 비판도 넣고 싶었고요. 이런 생각들을 담아 탄생한게 플레이노모어라는 브랜드죠.

- 매출을 얘기하지 않을 수 없다. 1년 만에 명동에 첫 매장을 오픈했고, 현재 홍콩, 중국, 일본, 미국까지 판매활로를 넓히고 있다.

아직은 초창기라 구체적으로 매출을 다 따져보지 않았지만, 한달동안 통장에 6억원이 찍힌 것까지 봤어요.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매출이죠. 힘들었던 시절도 물론 있었어요. 처음 신발브랜드를 했을 때 1000만원을 보증금이라고 하면, 사실상 500만원 들고 시작했죠. 한 달 수입이 100만원이 안됐고, 유지하기가 어려워서 사무실을 접고 공장 한켠에 책상 하나두고 일했어요. 집이 수원이었는데, 약 1년 동안 친구나 부모님께 알리지 않고 강남, 공장, 커피숍 등 곳곳을 다니며 혼자 고군분투했고, 가방으로 눈을 돌리게 된 계기도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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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채연 대표와 미스제이. 미국의 톱모델 미스제이는 190cm의 장신에도 불구하고 미니사이즈의 이 가방을 들고나와 플래시세례를 받았다.

-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서 먼저 알아봤다. 마케팅이었을까.

아니에요. 운이 좋았죠. 지난해 서울패션위크때 미국 리얼리티 프로그램 ‘아메리카 넥스트 톱 모델’의 제작진이 한국에 왔어요. 그 중 함께 온 톱 모델 미스 제이가 ‘한국쇼를 보고 싶다’고 해서 아는 친구들이 많으니까 자연스럽게 소개를 시켜줬어요. 당시만 해도 샘플이 많았고, 제 가방이니까 아무생각없이 들고나갔는데 미스 제이가 너무 예쁘다고 해서 건냈죠. 그런데 그 유명한 모델이 패션위크에 그 가방을 들고 나와 플래시 세례를 받은거죠. 이 가방을 본 타아라 뱅크스도 갖고 싶다해서, 노란색을 줬더니 1년 후에 SNS에 공개해 화제가 됐어요. 우연한 기회가 찾아왔고, 점점 그 파장이 커지게 됐어요. 이후 변정수씨가 들었고, 소녀시대 효연씨도 우연히 다른 사무실에서 이 가방을 보고 “들어보고 싶다”고 해서 서서히 알려진 것 같아요.

-제일모직, 아모레퍼시픽과 등 대기업들과의 콜라보레이션도 화제다.

이렇게까지 규모가 커질 줄 몰랐어요. 제일모직의 편집샵 ‘비이커’와 콜라보로 샤이걸 가방이 판매되고 있고, 8월부터는 아모레퍼시픽의 라네즈와 콜라보한 뷰티 제품들이 나오죠. 좋은 파트너들을 만나 더 돋보이는 브랜드가 됐어요. 지난 달 명동 1호점 외 일본 파르코 백화점에서의 단독 팝업스토어를 마친 뒤 또 다른 팝업스토어를 협의 중이죠. 또 이탈리아 명품 편집숍인 ‘엑셀시오르’ 대만 미츠코시 신콩 럭셔리관에 팝업스토어를 시작으로 4군데에 모노숍을 오픈 할 예정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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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노모어는 오는 8월 부터 라네즈와 콜라보레이션 제품들을 출시한다.

- 플레이노모어 가방의 확실한 장점을 말해달라.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은 확실한 국내생산이죠. 중국생산을 하면 양을 늘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퀄리티 면에서는 ‘메이드 인 코리아’를 따라갈 수 없죠. 큰 눈은 ‘샤이 걸’이라는 캐릭터인데 한눈에 봐도 ‘사랑스럽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어요. 처음 한달에 50개 제작으로 시작해서, 이제는 1만개를 만들고 있어요. 제가 좋아하는 것을 모두 담은 가방이죠. 비닐, 스팽글, 합성피혁 등도 충분히 고급스럽게 표현할 수 있는 ‘즐거운 가방’이라는 느낌을 한껏 표현했어요. 가격 역시 경쟁력이죠. 할 수만 있다면, 더 낮추고 싶었으나 스팽글이라는 소재가 있다보니 쉽지 않더라고요. ‘짝퉁’도 많이 봤어요. 하지만, 정교한 수작업과 퀄리티는 누구도 따라갈 수 없는 것을 자신해요. 가방을 넘어 이제는 의류, 액세서리, 신발까지 점점 영역을 넓혀가고 있어요. 처음에 큰 눈이 모티브였지만, 이걸 계속 고수할 생각은 없어요. 다양한 디자인으로 선보일 계획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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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교진 소이현 부부. 플레이 노모어는 가방 외 옷과 신발 등으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 브랜드 성공으로 주변의 시기도 꽤 많았다.

‘부잣집 딸’이라는 소문도 있었죠. 콜라보를 하면서 대기업에서 브랜드를 샀다라는 말도 있었고. 아버지는 건축업을 하셨고, 어머니는 평범한 가정주부세요. 동대문에 가품도 많이 있었지만, 질적으로 다르니까요. 몇몇 악질적인 업체들은 법적 소송도 준비중이고요. 제가 회사 생활을 해본적이 없어서 아직은 서툴지만, 하나씩 배워나가고 있어요. 직원이 저를 포함해 10명이 됐고, 대부분 첫 직장이라 스스로 공부하며 개발해 나가고 있는 직원들이 많아요. 톡톡튀는 발랄함을 갖고있는 만큼 즐겁게 일하고 싶어요.

- 마지막으로 플레이노모어라는 가방으로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면.

이 가방을 보는 사람들이나 실제로 들고 다니는 사람들이 잠깐이라도 기분이 좋아진다면, 성공이라고 생각해요. 또 일정 수익금은 도네이션을 하고 있고요. 잘 되는 만큼 행동을 조심하게 되는 것도 생기고요. 다음 라인은 립마크를 계획중이에요. 다양한 립들을 샤이걸의 눈처럼, 셀럽 혹은 고객들의 립마크를 넣을 생각이고, 이 수익금도 함께 나눌 생각이에요. 단순히 가방을 판매하는 데 그치는게 아니라 함께 나누는 기쁜 마음을 주고받고 싶어요.

남혜연기자 whice1@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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