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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결희(왼쪽)와 이승우가 스포츠서울 창간 30주년 인터뷰를 마친 뒤 서로의 손을 잡으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현기기자 silva@sportsseoul.com

“칠레에서 우승하고, 바르셀로나 1군에서 만나자!”

전도유망한 두 청춘이 한 자리에 모였다. 어릴 때 스페인으로 건너가 축구 실력과 개성을 모두 갖춘 두 선수, 그래서 함께 부르기 쉽지 않은 둘이 스포츠서울 창간 30주년 특별 인터뷰를 위해 나타났다. 이승우와 장결희(이상 17). 이들은 한국 축구의 미래를 책임질 것으로 기대받는 ‘핫 피플’이다. 지난 해 16세 이하 아시아선수권에서 둘이 보여준 활약상은 ‘한국 축구도 이제 세계적인 클래스의 선수들을 보유할 수 있게 됐구나’란 설레임을 축구팬들에게 안겨줬다. 그러나 한편으론 국제축구연맹(FIFA) 출전 징계로 올해까지 3년 가까이 소속팀 FC바르셀로나 유스팀 경기에 나설 수 없어, 실전 감각 저하 등의 걱정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둘은 스포츠서울 창간 30주년 특별 인터뷰에서 4년간 바르셀로나에서 고생한 이야기를 나누며, 앞으로 다가올 미래를 그렸다. 언젠가 국가대표로 뽑혀 활약하고 싶은 소망도 숨기지 않았다.

◇힘들고 외로운 스페인 생활 ‘그 땐 그랬지~’

2011년 가을은 이승우와 장결희가 함께 스페인으로 떠나던 때다. 중학교 1학년 1학기를 갓 마친 13세 소년들에게 유럽 생활은 힘들고 외로웠다.

이승우(이하 이) : 처음엔 4인1실 ‘라 마시아’ 기숙사에서 생활했다. 다른 선수들과 친해지라고 구단에서 나와 결희를 일부러 떨어트리더라.
장결희(이하 장) : 난 막상 바르셀로나 가려고 하니까 무서웠다(웃음). 기숙사 갔더니 스페인 나이지리아 독일 애들이 있었는데, 첫 1년은 아주 고생했고 2년 차 때도 조금 힘들었고. 그래도 그리스계 독일 친구 조르지오스가 잘 해줬다. 얼마 전 슈투트가르트로 이적해서 아쉬웠지만. 언어 문제도 힘들었다. 말을 안 배우고 갔는데 학교에선 시험을 바로 보고, 훈련할 때도 스페인어를 당연히 쓰니까 힘들었다.
이 : 내 방엔 독일과 에콰도르, 기니 애들이 있었는데, 에콰도르 친구는 최근에 첼시를 갔다. 포르투로 간 애도 있고. 기숙사 생활을 생각보단 잘 적응했다. 다만 나도 스페인어 때문에 초반에 많이 고생했다.

스페인어도 조금씩 귀에 들어오고, 기숙사도 익숙해지는 순간, 둘에겐 또 다른 시련이 찾아왔다. FIFA가 제보를 받은 뒤 둘과 백승호 등 바르셀로나 구단 내 해외 이적규정 위반 선수 10여명의 출전을 금지시킨 것이다. 2013년 초에 일어난 일이었다. 이승우는 “감독님이 날 불러서 경기 못 뛴다는 얘기를 하는데 처음엔 구단이 금방 해결해주겠지란 생각을 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친선 경기마저 뛰지 못해 슬펐고 당황했다”고 회고했다. 장결희는 “처음엔 승우만 못 뛰는 줄로 알았다. 그런데 구단에서 대상자들을 부르더니 출전 금지를 통보하더라. 그게 벌써 2년 반이나 흘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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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결희(왼쪽)와 이승우가 스포츠서울 창간 30주년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현기기자 silva@sportsseoul.com

◇“1군 데뷔는 어떻게든 바르셀로나에서”

긴 기다림이 서서히 끝나가고 있다. 이승우는 내년 1월, 장결희는 4월. 둘은 만 18세 생일이 지나는 내년부터 자유롭게 경기 출전이 가능하다. 장결희는 “처음엔 ‘경기를 뛰러 왔는데 못 뛰니깐 뭐하는 건가’란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조금씩 ‘경기를 보는 것으로도 배우는 게 있다’는 마음가짐을 갖게 됐고, 이젠 내년 4월만 보고 있다”고 했다. 이승우도 “어느 새 잊혀져 갔다. 뛸 시간이 6개월 남다보니 동기부여가 되고 기대도 된다. 내가 잘 버텼다”고 지난 2년을 되돌아봤다. 이제 둘은 1차 목표인 바르셀로나 B팀(성인 2군), 궁극적인 목표로 리오넬 메시와 네이마르, 루이스 수아레스가 뛰는 바르셀로나 A팀(1군) 진입을 꿈꾸고 있다.

이 : 2군은 이번 시즌(2015~2016시즌)에 가고 싶다. 1월에 징계가 풀린 뒤 3~4월에 갈 수 있다면 좋겠다. 1군은 2~3년 내로 목표하고 있다. B팀이 지난 시즌 3부로 떨어졌는데 내가 승격에 도움이 되고, 그러면서 인정받았으면 좋겠다.
장 : 난 빨리 가는 게 정답 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4~5년 내 1군에 가는 것을 생각하고 있다. 쟁쟁한 선수들이 많지만, 그래도 1군 데뷔 만큼은 바르셀로나에서 꼭 하고 싶다.

이승우는 “스페인에 온 뒤 힘들 때마다 가족들과 함께 사는 날을 꿈꿨다. 그러기 위해선 내가 팀에서 계속 살아남아야 했는데 지금 이렇게 이겨내서 가족들과 지난 해부터 같이 있다”고 했다. 장결희는 “교회 등 한국인 모임이 있는 곳에서 많은 위로를 받았다”며 “이제 본격적인 복귀 준비를 해야 한다. 바르셀로나에도 조기축구회 같은 아마추어 모임 중 수준 있는 곳이 있어 거기서 최대한 실전 감각을 찾을 생각”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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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결희(왼쪽)과 이승우가 파주 축구국가대표 트레이닝센터에서 스포츠서울 창간 30주년 인터뷰를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현기기자 silva@sportsseoul.com

◇우린 무슨 사이? 좋은 동료!

둘은 서로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이승우는 “결희는 왼발을 아주 잘 쓴다. 운동장에서도 같은 한국인이니까 확실히 통하는 게 있다”고 말했다. 장결희는 “승우는 골결정력이 좋다. 에이스다. 신경 안 쓰는 것은 아니지만 포지션이 다르니까 서로의 갈 길을 계속 갔다”고 전했다. 그럼 둘 사이는 뭘까. 장결희가 답을 내놓았다. 그는 “친구? 그보단 승우는 좋은 동료”라고 정의했다. 동료란 말이 의미심장하다.

장 : 여기는 어린 선수들도 자존심이 강해서 ‘난 나다’란 것이 있다(웃음). 그들과 지내다보니 나도 그렇게 되어가는 것 같다. 자기들 할 거 다 하고, 또 하고 싶은 대로 한다. 그런데 그러다가 ‘동료’끼리 팀 플레이도 잘 맞춰서 하는 게 한국과 다른 것 같다. 운동장에선 엄청 싸우는데 밖으로 나오면 언제 그랬냐는 듯 친하게 지낸다.
이 : 스페인은 스페인대로, 한국은 한국대로 좋은 게 있다. 그 동안 한국에서 많은 시간을 못 가졌는데 이번에 (U-17 대표팀)친구들과 훈련하고 경기하니까 아무래도 다르다. 마음이 편해지는 건 있었다.

[SS포토]17세 이하 대표팀 소집, 한껏 밝아진 표정의 이승우
이승우가 지난 2일 파주 축구국가대표 트레이닝센터에서 훈련을 시작하기 전 밝게 웃으며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5. 6. 2. 파주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U-17 월드컵 우승하고 싶다. 그리고 국가대표도…”

한국은 오는 10월 칠레에서 열리는 17세 이하(U-17) 월드컵에 2009년 이후 6년 만에 출전한다. 이승우 장결희 등 바르셀로나 콤비에 김정민 이상민 등 훌륭한 국내파들이 힘을 합친다면 손흥민 김진수가 뛰던 2009년 나이지리아 대회 8강을 뛰어넘는 역대 최고 성적도 가능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둘은 당차게 우승을 결의했다. 이유를 듣고보니 그냥 하는 소리는 아닌 것 같았다.

이 : 스페인 17세 이하 대표팀이 유럽 예선에서 떨어졌다. 중요한 두 차례 경기를 모두 0-0으로 비기더니 승부차기에서 졌다. 바르셀로나 동료들이 5명이나 있는데 너무 아쉬워하면서 “승우, 네가 있었으면 이겼을 것을…”이라고 했다. 칠레 가는 나를 부러워 했다. 대한민국 대표란 자부심을 갖고 좋은 성적 내고 싶다.
장 : 잘 하는 팀들이 많지만, 우승 한 번 해보고 싶다. U-17 월드컵은 사실 전력이 다 엇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아프리카 팀들이 잘 하더라. 손발 잘 맞추면 우승도 못 할 것 없다. 아시아선수권 결승에서 우릴 이겼던 북한도 16강 등에서 만나 혼내주고 싶다.
이 : 2017 20세 이하(U-20) 월드컵 때도 잘 하고 싶다. 한국에서 열리는 대회 아닌가. 개최가 결정됐을 때 기대되는 게 있었다.

[SS포토]수원컵 우승을 위해 훈련에 돌입한 장결희
장결희가 2일 파주 축구국가대표 트레이닝센터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2015. 6. 2. 파주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둘은 이제 연령별 대표를 넘어 이제 국가대표팀 발탁을 노리고 있다. 유럽 축구계에서 1998년생 3총사로 꼽는 이승우와 노르웨이의 마르틴 외데가르드(레알 마드리드) 모로코의 하킴 마스투르(AC밀란) 중 이승우를 제외한 둘은 이미 성인대표팀 데뷔전을 치렀다. 이승우는 “같은 나이의 두 선수가 A매치를 뛰다보니 나도 의욕이 생기고 있다. 한편으론 그들이 부럽다”며 8월 동아시안컵 혹은 9월 (러시아 월드컵 2차예선)라오스전을 통한 최연소 국가대표의 꿈을 여전히 숨기지 않았다. 그러면서 “10년 뒤엔 국가대표로 한국 축구를 빛내고 싶다. 최고의 선수가 되어 세계를 놀라게 하고 싶다”고 먼 미래도 약속했다. 장결희도 맞장구를 쳤다. “10년 뒤 장결희를 그려달라”고 주문하자 “2025년에 유럽 빅클럽을 누비는 것을 물론, 태극마크를 달고 맹활약하는 게 꿈이다. 한국에선 이청용 선배를 좋아한다. 닮고 싶다”고 밝혔다.

어느 덧 시간이 흘렀다. 둘은 ‘쿨하게’ 헤어지며 다음 U-17 대표팀 소집에서의 재회를 기약했다. 자리에서 일어난 이승우가 “잘 가~”하고 인사하자 장결희는 “어, 너도!”라고 짧고 굵게 화답했다.
김현기기자 silv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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