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포토]대표팀 손흥민, '내 패스를 받아요!'
[스포츠서울] 축구대표팀에서 전문키커로도 변신한 손흥민.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손흥민이 프리킥도 잘 차네.”
최근 축구 팬 사이에서 즐겨나오는 말이다. 빠르고, 골 결정력이 뛰어난 줄은 알았으나 프리킥도 매섭게 차는 것에 더욱 매료됐다. 2015 호주 아시안컵에서 55년 만에 아시아 정상을 노리는 ‘슈틸리케호의 기둥’ 손흥민(레버쿠젠)은 10일 오후 2시(한국시간) 캔버라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오만과 조별리그 첫 경기를 앞두고 축구화 끈을 바짝 동여매고 있다. 4년 전 대표팀에서 유일한 10대 선수로 아시안컵 무대를 밟은 그는 어느덧 핵심 요원으로 거듭났다. 프리킥이란 또 하나의 확실한 무기를 장착한 터라 그를 바라보는 기대 심리가 높다. 롤모델인 크리스티아누 호나우두의 행보를 고스란히 따라가고 있다. 지금껏 손흥민은 학원 축구를 거치지 않고 아버지인 손웅정 씨에게 기본기를 잘 배운 선수로 인식돼 있다. 그러나 프리킥 하나로 세계 축구 정상 자리를 지킨 데이비드 베컴이 “오로지 연습이 비결”이었다고 말한 것처럼 그 역시 남다르게 흘린 땀과 눈물에 프리킥의 비결이 담겨 있다.

◇ 왜 무회전 킥인가
축구가 발전하면서 프리킥도 진화한다. 예상 가능한 공의 궤적은 번번이 골키퍼에게 막히기 십상이다. 다채롭고 약속된 전술이 나오기도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키커가 원하는 대로 차야 하는 것이다. 2000년대 초반까진 수비벽을 파고드는 스핀킥, 인사이드킥으로 공을 휘어지게 하는 게 대부분이다. 그러나 최근엔 손흥민이 때리는 ‘무회전 프리킥’이 대세다. 무회전 킥은 공의 회전이 없다. 경기 날씨와 바람, 습도에 따라 공은 불규칙하게 움직인다. 즉 예상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만큼 무회전 킥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공의 정 중앙을 정확히 때려야 한다. 발 모양이 제각각이고, 안쪽은 둥근 형태여서 한 치의 오차도 없이 해내는 건 큰 노력이 필요하다. 도움닫기를 짧게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손흥민이 지난 4일 사우디아라비아와 평가전에서 후반 막판 때린 프리킥은 골로 연결되지 않았으나 이 같은 과정을 정확히 대변한 장면이다. 골키퍼가 깜짝 놀라 몸을 던질 수밖에 없다.

◇ 손흥민의 감각, 일일 1000개 슛으로 단련
시곗바늘을 5년 전으로 돌렸다. 당시 만 18세의 나이에 독일 함부르크에서 프로무대에 데뷔한 손흥민. 비시즌 때마다 춘천 공지천에서 아버지와 구슬땀을 흘린 그는 매일 1000개 이상의 슈팅 훈련을 반복했다. 페널티박스를 기준으로 다양한 각도에서 만족스러운 임팩트가 나올 때까지다. 아버지 손 씨는 “짧게 끊어!”를 외치며 “항상 같은 느낌으로 임팩트를 가하지만, 위치와 상황에 따라 달라져야 한다. 너만의 감각을 지녀야 한다”고 했다. 실제 분데스리가에서 손흥민이 곧잘 골을 터뜨리는 지점은 페널티박스 모서리 등 슈팅 훈련을 한 위치다. 드리블 하다가도 익숙한 위치에 도달하면 온전히 ‘손흥민의 감각’으로 때리는 것이다. 이보다 더 놀라운 건 손흥민은 프로가 됐을 때야 근력 운동과 슈팅 훈련을 했다. 아버지는 만 17세까지는 기본기 위주로 공과 친숙해지는 데 주력하고, 사실상 성인 연령부터 힘을 사용하도록 했다. 어렸을 때부터 경기를 많이 뛰고, 혹사하는 유망주가 근육 피로를 호소하는 건 훈련 방식이 잘못됐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 유럽도 모범사례로 꼽는 손흥민표 프리킥
당시 손 씨는 “다양한 위치에서 정확한 임팩트를 구사하는 감각을 지니면 가제트 팔이 아닌 이상 어느 골키퍼도 막기 어렵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손흥민이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제니트와 경기에서 넣은 프리킥 골은 UEFA 공식 매거진 ‘챔피언스’의 주목을 받았다. 당시 골문 구석을 찌르는 정교한 중거리슛이 터졌는데 ‘챔피언스’는 손흥민의 슛을 모범사례로 꼽았다. 시니사 미하일로비치, 안드레아 피를로 등 프리킥 고수의 해설도 곁들였다. 현대 축구가 표방하는 연계 플레이와 낙차 큰 무회전 슛이 곁들여진 골로 눈길을 끌었다. 자연스럽게 최근 소속팀 훈련에서도 프리킥 키커 2~3명 후보군에 늘 들어 있고, 실전에서도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아시안컵을 앞둔 슈틸리케호에서도 프리킥은 물론 코너킥 등 세트피스 키커로 낙점받은 이유다. 공지천에서 터득한 손흥민표 프리킥은 아시안컵 우승을 목표로 하는 대표팀의 핵심 전술 중 하나다. 그가 찬 공의 궤적이 대표팀 성적과 맞물릴 가능성도 적지 않다.

김용일기자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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