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서지현 기자] 미국의 전설적인 암벽 등반가 알렉스 호놀드가 또 한 번 인간의 한계를 시험했다. 이번 무대는 자연 암벽이 아닌, 초고층 빌딩이었다.

호놀드는 지난 25일 대만 타이베이의 랜드마크 타이베이 101을 로프나 안전장비 없이 맨몸으로 등반했다. 호놀드가 이 빌딩을 단 91분 만에 완등하는 장면은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생중계됐다.

앞서 알렉스 호놀드는 ‘프리 솔로(free solo)’ 분야에서 살아 있는 전설로 불린다. 프리 솔로는 로프나 안전장비 없이 오직 신체 능력과 집중력에 의존해 암벽을 오르는 방식으로, 단 한 번의 실수도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는 극한의 등반이다. 그는 2017년 미국 요세미티 국립공원의 거대 암벽 엘 캐피탄을 인류 최초로 무장비 등반했고, 해당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는 제91회 아카데미시상식에서 장편 다큐멘터리상을 받았다.

이번 도전 역시 상징성이 컸다. 호놀드가 오른 타이베이 101은 지상 101층, 지하 5층, 높이 508m에 달하는 초고층 빌딩이다. 2004년 완공 당시 세계 최고층 기록을 세운 대만의 상징적인 건축물이다. 그러나 매끄러운 유리와 강철 외벽으로 이루어져 있어 자연 암벽과 달리 손을 걸 수 있는 지점이 극히 제한적이다. 호놀드는 오로지 자신의 악력과 지구력, 균형 감각에만 의지해야 했다.

호놀드는 당초 24일 오전 등반을 계획했으나, 기상 악화로 하루 일정을 미뤘다. 이어 25일, 빗물이 완전히 마르지 않은 고층 외벽을 향해 한 발 한 발 몸을 던졌다. 빌딩 외벽을 타고 올라가는 그의 모습은 그 자체로 긴장감을 자아냈다. 단 한 번의 미끄러짐도 허용되지 않는 상황에서, 그는 결국 정상에 올라 두 팔을 들어 올리는 세리머니로 도전을 마무리했다.

무엇보다 이번 도전이 주목받은 이유는 넷플릭스의 생중계였다. 호놀드가 타이베이 101을 오르는 시작 순간부터 완등 후 환호하는 장면까지 모든 과정이 글로벌 스트리밍 플랫폼을 통해 실시간으로 공개됐다.

그동안 다큐멘터리, 영화, 시리즈, 예능 프로그램 등 다양한 포맷의 콘텐츠를 제작해온 넷플릭스가 ‘라이브 익스트림 스포츠’라는 새로운 영역에 발을 들인 셈이다. 넷플릭스는 호놀드의 극한 순간을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는 콘텐츠 소비 방식의 확장이라는 평가와 동시에, 익스트림 스포츠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넷플릭스는 올해 1월 1일부터 세계 최대 프로레슬링 단체 WWE(World Wrestling Entertainment) 주간 프로그램과 프리미엄 라이브 이벤트를 비롯해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 메이저리그 야구(MLB) 중계 등 실시간 콘텐츠를 예고했다.

그러나 이번 호놀드의 도전을 두고 찬사와 함께 우려의 목소리도 뒤따른다. 철저한 사전 준비와 안전 계획이 있었다 하더라도, 이번 콘텐츠가 본질적으로 ‘한 번의 실수가 곧 생명과 직결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초고층 빌딩이라는 공간적 특성까지 더해진 이번 도전은 그 위험성을 극대화했다.

특히 사고 발생 가능성을 인지하고도 이를 실시간 콘텐츠로 송출하는 것이 과연 적절했느냐는 질문도 나온다. 만일의 사태가 발생할 경우, 그 장면이 그대로 전 세계에 중계될 수 있다는 점에서 윤리적 책임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플랫폼의 영향력이 커질수록, 콘텐츠 선택에 따른 책임 역시 무거워진다는 목소리다.

모방 위험 역시 무시할 수 없다. 호놀드는 오랜 시간 훈련과 경험을 쌓아온 전문가지만, 그의 도전이 자극적인 콘텐츠로 소비될 경우 이를 따라 하려는 무분별한 시도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실제로 익스트림 스포츠는 미디어 노출 이후 유사 사고가 증가하는 사례가 반복돼 왔다.

이번 등반은 호놀드 개인에게는 또 하나의 기록으로 남을 것이다. 동시에 넷플릭스에게도 콘텐츠의 경계를 과감하게 확장한 실험적 시도로 평가된다. 그동안 콘텐츠 IP에 주력했던 이들이 라이브 스트리밍 IP까지 영역을 넓힌 셈이다. 특히 호놀드의 도전을 생중계하면서 결과적으로는 전 세계의 이목을 단숨에 사로잡는 효과를 달성했다. 다만 그 성취의 이면에는 ‘어디까지가 도전이고, 어디부터가 위험한 소비인가’라는 질문도 공존한다. sjay0928@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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