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정의정 웰니스전문위원]

⑤ 삶이 브랜드가 될 때 웰니스가 시작된다 - 완벽보다 진심, 소유보다 공존

브랜드는 불로 지진 인장에서 시작됐다. 타인과 나를 구분하고, 소유를 증명하기 위한 표식이었다. 그 표식은 신뢰의 증거였지만, 동시에 사람과 사람 사이의 경계를 만들었다.

그러나 이제 브랜드는 외부의 표시가 아니다. 겉을 구분하던 시대에서, 내면의 결을 이어주는 시대로 옮겨가고 있다. 사람들은 더 이상 완벽하게 보이는 브랜드에 마음을 주지 않는다. 소유의 상징이었던 브랜드가 삶의 리듬 속으로 들어와 함께 숨 쉴 때, 비로소 신뢰가 시작된다.

신뢰의 새로운 공식

2024년 글로벌 소비자 조사에서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 글로벌 미디어 기업 Vevo와 MAGNA의 공동 연구(2024년 6월)에 따르면, 브랜드 신뢰도가 1점만 높아져도 구매 의향이 33% 증가한다. 그리고 에델만(Edelman) 신뢰도 조사에서 소비자의 81%가 “신뢰할 수 있는 브랜드에서만 구매한다”고 답했다.

더 흥미로운 점은 신뢰를 만드는 요소다. 소비자들이 꼽은 최우선 요소는 제품의 품질도, 가격 경쟁력도 아니었다. 바로 ‘진정성(Authenticity)’이었다. 마케팅 리서치 기관 Stackla의 조사에서 86%의 소비자가 “진정성이 브랜드 선택의 핵심”이라고 답했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렇게 묻는다. “이 브랜드는 나의 하루에 어떤 의미를 더해주는가?” “내 삶과 함께 숨 쉬는 존재인가?”

브랜드의 역할은 달라지고 있다. 그것은 더 이상 상품의 이름이나 이미지가 아니라, 사람의 삶 속에서 관계를 맺는 방식이다. 완벽을 약속하던 시대가 지나가자, 온전함을 이해하는 브랜드가 마음을 얻기 시작했다.

요기보, 휴식이 되는 브랜드

요기보(Yogibo)라는 브랜드가 있다. 빈백 소파, 리빙 액세서리, 캐릭터 제품을 만드는 브랜드다. 그들의 미션은 단순하다. “당신이 자신과, 공간과, 주변 사람들과 더 조화롭게 느끼도록 돕는다(Help you feel more in tune with yourself, your space, and those around you).”

요기보는 기존 가구와 다르게, 누군가 잠시 쉬고 싶은 마음을 이해한다. 공간에 맞춘 제품이 아니라, 개개인 고유의 삶에 맞쳐진다. 그들이 전하는 건 기능이 아니라 온전한 휴식의 감각이다.

흥미로운 점은 요기보가 감각통합장애를 가진 어린이들을 위한 첫 번째 인증 브랜드가 되었다는 것이다. 제품이 더 많은 사람에게 필요한 존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이것이 웰니스 브랜딩이다. 기능을 넘어 존재의 의미로 확장되는 것.

무지, 불완전함을 껴안은 브랜드

일본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무지(MUJI)는 이름부터 독특하다. ‘무인양품(無印良品)’, 즉 ‘브랜드가 없는 좋은 상품’이라는 뜻이다. 로고를 지우고, 장식을 빼고, 본질만 남겼다. 완벽한 디자인 대신 소박함을, 화려한 광고 대신 침묵을 택했다.

무지의 철학은 명확하다. “이것으로 충분하다(これでいい).” 더 많이, 더 크게, 더 화려하게가 아니라, 지금 이대로 충분하다는 메시지. 그들의 제품은 주인공이 되려 하지 않는다. 다만 사용자의 일상에 조용히 스며든다.

2023년 무지는 전 세계 1,000개 이상의 매장에서 50억 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 로고 없는 브랜드가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브랜드가 된 역설. 이것이 진정성의 힘이다.

오롤리데이, 작은 행복을 발견하는 법

한국의 문구 브랜드 오롤리데이는 또 다른 결을 보여준다. 그들의 슬로건은 “당신의 삶을 ‘더’ 행복하게 만든다”다. 여기에 숨은 전제가 있다. ‘당신의 삶은 이미 행복하다’는 것.

오롤리데이 박신후 대표는 말한다. “로또에 당첨되어야 행복해진다고 믿는 사람은 우리가 아무리 노력해도 행복해지기 어려워요. 우리는 사람들이 자신의 삶에서 이미 존재하는 행복을 발견하도록 돕는 브랜드예요.”

‘괜찮아, 잘하고 있어’라는 문장 하나로 사람들의 마음에 작은 틈을 만든다. 완벽하게 보여주려 하지 않고, 그저 일상의 온도를 조금 더 따뜻하게 만드는 방식으로 존재한다.

오롤리데이는 2주마다 ‘해피어 레터’라는 뉴스레터를 발행한다. 제품 홍보가 아니라 삶의 행복을 발견하는 방법을 나눈다. 그들에게 제품은 행복을 발견하는 도구일 뿐, 목적이 아니다.

요기보, 무지, 오롤리데이는 전혀 다른 영역에 있지만, 한 가지 공통된 가치를 말한다. 완벽보다 온전함, 소유보다 삶. 이것이 오늘의 브랜드가 나아가야 할 새로운 방향이다.

브랜드가 삶이 되는 순간

이제 브랜드는 인장이 아니라, 삶이 되어야 한다. 그것이 웰니스 브랜딩의 시작이다.

요기보는 ‘쉼의 감각’으로, 무지는 ‘충분함’의 철학으로, 오롤리데이는 ‘이미 있는 행복’의 발견으로 사람들의 삶에 스며든다. 이들은 제품을 파는 것이 아니라, 삶의 태도를 제안한다.

웰니스 브랜드는 완벽을 연기하지 않는다. 불완전함을 인정하고, 그 안에서 온전함을 찾는다. 소유를 자랑하지 않고, 존재의 의미를 묻는다. 겉을 치장하지 않고, 내면의 결을 드러낸다.

브랜드가 삶이 된다는 것은, 사람의 하루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함께 숨 쉬는 존재가 되는 것이다. 광고가 아니라 경험으로,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약속이 아니라 관계로 존재하는 것이다.

온전함의 언어로

완벽의 언어는 지쳤다. 사람들은 더 이상 결점 없는 브랜드를 믿지 않는다. 오히려 불완전함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브랜드에 공감한다.

온전함의 언어는 다르다. “우리는 완벽하지 않지만, 진심입니다.” “우리도 배우고 있습니다.” “당신의 삶은 이미 충분히 아름답습니다.”

웰니스 브랜딩은 이 언어로 말한다. 규제가 아닌 신뢰로, 소유가 아닌 공존으로, 완벽이 아닌 온전함으로. 브랜드가 인장이 아니라 삶이 될 때, 사람들은 비로소 그 브랜드와 함께 숨 쉰다. 그리고 그것이 진정한 웰니스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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