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이승록 기자] 엔하이픈(ENHYPEN)이 팬덤 엔진(ENGENE) 앞에서 펑펑 울었다. 100회에 육박하는 공연 경험의 베테랑들이고, 빌보드 차트를 뒤흔드는 글로벌 스타들이지만, 팬들과 만나는 순간만큼은 마치 어린 아이가 된 듯했다.

엔하이픈(정원 희승 제이 제이크 성훈 선우 니키)은 24~26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케이스포 돔(KSPO DOME)에서 월드투어 ‘워크 더 라인 : 파이널(WALK THE LINE : FINAL)’의 대미를 장식하는 앙코르 콘서트를 개최했다. 피날레 공연이었던 까닭에 3회차 티켓은 순식간에 동이 났다. 지난해 10월 고양에서 출발한 이번 월드투어는 일본,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등을 거치며 18개 도시 총 29회 공연에서 64만6000여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덕분에 한층 노련미와 여유가 더해진 모습이었다. ‘퓨처 퍼펙트(Future Perfect)’ ‘데이드림(Daydream)’ ‘루시퍼(Lucifer)’ ‘문스트럭(Moonstruck)’ 등 엔하이픈의 과거, 현재, 미래를 망라한 세트리스트 속에서 이들은 관능, 매혹, 열정을 자유자재로 넘나들었다. 생생한 밴드 라이브 위에 멤버들의 탄탄한 가창력과 파워풀한 퍼포먼스가 더해지며 공연은 지루할 틈 없이 속도감 있게 전개됐다.

엔진과 엔하이픈이 하나가 되는 공연이었다. ‘오렌지 플라워(Orange Flower)’에서는 멤버들이 “마지막 날이에요! 꼭 다 같이 불러주셨으면 좋겠어요”라고 요청하자 관객들의 떼창이 터져나왔고, 비로소 곡이 완성되는 듯한 감동이 연출됐다. ‘바이트 미(Bite Me)’에서는 팬들의 열창에 멤버들이 “함성 소리가 달라졌다”고 놀라워할 정도였다.

숱한 공연을 함께하며 엔하이픈과 엔진의 거리는 한층 가까워졌다. ‘유어 아이즈 온리(Your Eyes Only)’에서 엔하이픈이 2층 객석 사이에서 등장했을 때에도, 멤버들을 코앞에서 마주한 팬들의 눈에는 마치 오랜 친구를 만난 듯한 설렘이 가득했다. 같은 감정을 공유한 까닭에 멤버들도 “여기 와주신 엔진 분들이 저희 일곱 명과 함께 콘서트를 만들고 있는 느낌”이라고 고백했다.

엔하이픈이 평소에는 보여준 적 없던 진솔한 속내를 꺼낸 것도 팬들 앞이라서 가능했다. 공연 말미 투어를 마치는 소감을 밝히던 중 정원은 “팬레터에서 ‘정원아 넌 강해’라는 글을 봤는데, 사실 실망시킬까봐 무서웠다. 전 그렇게 강한 사람이 아니었다. 엔진 분들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았다”며 “다만 강한 척을 하면서 어느 순간 저도 강한 사람이 돼 있더라. 좋은 성인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건 전부 엔진 분들 덕분”이라고 말했다.

특히 선우는 “전 반대로 제가 강한 사람인 줄 알았다”고 털어놓으며 눈물을 쏟았다. 공연 전에도 울었다는 선우는 “엔진 분들께는 좋은 모습만 보여드렸지만, 사실 제가 잘하고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내가 피해를 주고 있는 건 아닐까’ 싶었다”고 고백해 팬들을 울컥하게 했다.
멤버들과 관객들의 위로 속에 눈물을 훔친 선우는 “굳이 안해도 될 수 있는 얘기지만, 오늘만큼은 엔진 분들 앞에서 솔직하게 얘기하고 싶었다”며 “오늘은 우리에게 뜻깊은 날이기 때문”이라고 밝히며 평소의 환한 웃음을 되찾았다.
한편, 월드투어를 마무리한 엔하이픈은 휴식기를 가진 뒤 곧장 새 앨범 작업에 돌입한다. 이들은 “진짜 대박인 앨범을 준비하고 있다”고 귀띔해 팬들을 열광하게 만들었다. roku@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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