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원성윤 기자] 차창을 타고 빗방울이 흐르는 늦은 오후, 첫 곡으로 혼(HONNE)의 ‘굿 투게더(Good Together)’를 선택했다. 부메스터(Burmester) 서라운드 사운드 시스템을 통해 울려 퍼지는 사운드는 감각을 깨우기에 충분했다. 부드럽게 공간을 채우는 베이스 드럼과 나른하게 시작하는 보컬의 숨결까지 포착하는 정교한 해상력은 차 안을 완벽한 리스닝 룸으로 탈바꿈시켰다. 스타트 버튼의 미세한 진동과 함께 계기반이 켜지는 순간, “Good Together”라는 가사가 귓가에 스며들며 오늘 여정의 완벽한 시작을 알렸다.


메르세데스-벤츠 E 클래스는 ‘성공의 아이콘’이라는 묵직한 수식어를 달고 다닌다. 하지만 E-200의 아방가르드 모델의 전면부는 그 무게감을 세련된 자신감으로 치환한다. 중앙에 자리한 큼직한 삼각별 로고와 스포티한 라디에이터 그릴, 미래적인 그래픽을 담은 디지털 라이트는 젊고 진취적인 인상을 준다. 동시에 결코 가볍지 않은 E-클래스만의 품격을 유지한다. 이는 미니멀한 구성 속에서도 풍부한 감성을 담아내는 혼(HONNE)의 음악과 절묘하게 닮았다.
차 문을 열고 시트에 몸을 맡기는 순간, 이 차의 진가가 발현된다. 몸을 부드럽게 감싸는 시트, 시원하게 펼쳐진 와이드스크린 콕핏, 그리고 혈관처럼 실내를 흐르며 분위기를 조율하는 앰비언트 라이트는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 온전히 나를 위한 ‘공간’을 선사한다. 손에 감기는 스티어링 휠의 부드러운 가죽 질감은 회전을 할 때마다 만족스러운 느낌을 준다. 이는 차가운 삼각별 금속 장식의 대비는 만족스러운 촉각적 쾌감과 결합한다. 디지털과 아날로그 감성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이 공간에서, 운전자는 그저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차와 완벽한 합일을 이룬다.


“네가 허락만 한다면 전 세계를 여행할 거야. 태양이 항상 빛나는 곳에서 널 만나겠어. (I‘d travel ’round the world if you would let me. I‘ll meet you where the sun it always shines).”
가사처럼 차를 타면, 어디든 여행을 떠나고 싶다. 가속 페달에 가볍게 발을 올리자,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도움을 받은 엔진은 잠에서 깨어나듯 매끄럽게 차체를 이끌기 시작한다. 폭발적인 가속력 대신, 어떤 상황에서도 흐트러지지 않는 여유와 세련된 주행 질감이 그 자리를 채운다. 9단 자동변속기는 언제 기어를 바꿨는지 눈치챌 수 없을 만큼 능숙하게 동력을 전달하고, 코너에서는 불안한 기색 없이 안정적으로 돌아나간다. 고속 주행에서도 외부 소음과 완벽히 차단된 채 고요한 평온함을 선사한다. 마치 이 차의 리듬은 혼의 음악처럼 차분하고 안정적이다.



시승을 마치고 시동을 껐다. 잠시 동안의 정적. 하지만 귀에는 여전히 감미로운 멜로디가, 온몸에는 E 200 아방가르드가 남긴 부드러운 주행의 감각이 잔상처럼 남아 있었다. 이 차는 단순히 ‘잘 만든 기계’가 아니다. 운전자의 일상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가장 편안하고 세련된 순간을 완성하는 파트너에 가깝다. 처음 만났지만 모든 것이 완벽하게 맞아떨어지는 경험. 혼(HONNE)이 “내 곁에 있어줘(Stay by my side)”라고 노래하는 것처럼, E 200 아방가르드의 운전석은 가장 아늑한 나의 공간이 되어주었다. 이 차와 함께라면 그 어떤 여정도 ‘굿 투게더(Good Together)’가 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socool@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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