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기증희망등록…“삶의 끝까지 나눔을 선택한 사람”

제주에서 또 하나의 숭고한 생명 나눔이 피어났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원장 이삼열)은 지난 7월 21일 제주대학교병원에서 김미란(52세) 씨가 뇌사 장기기증을 통해 간과 양쪽 신장을 이식, 3명의 생명을 살리고 세상을 떠났다고 4일 밝혔다.

김 씨는 7월 8일 지인과 식사를 마친 뒤 대화를 나누던 중 갑작스러운 쓰러짐으로 병원에 이송됐으나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다. 가족들은 김 씨가 10년 전 직접 기증희망등록을 했던 뜻을 존중해 장기기증을 결정했다.

가족들은 “늘 착하고 따뜻하게 살아왔던 사람이기에 마지막 순간에도 다른 생명을 살리고 떠나기를 바랐다”며 “그의 일부가 누군가의 몸속에서 다시 숨 쉬며 살아가기를 바랐다”고 전했다.

서귀포에서 태어난 김 씨는 2남 1녀 중 장녀로, 늘 긍정적이고 남을 먼저 챙기는 성품으로 기억된다. 결혼 후 1남 1녀를 키우며 남편과 식당을 운영해왔고, 평소 책 읽기와 집 근처 산책을 즐겼다. 특히 독실한 크리스천으로 장애인 복지센터를 찾아 봉사하며 나눔을 몸소 실천해왔다.

김 씨의 남편 이동엽 씨는 “여보, 내 인생의 스승이었어. 힘든 시간 함께하며 나를 사람으로 만들어줘서 고마워. 아이들과 행복하게 잘 지낼게. 하늘에서 우리 가족을 지켜봐 주고, 사랑해”라며 깊은 그리움을 전했다.

이삼열 원장은 “장기기증으로 생명을 살려주신 김미란 님과 뜻을 이어주신 가족들에게 깊이 감사드린다”며 “이 숭고한 나눔이 우리 사회를 더욱 건강하고 따뜻하게 비출 것”이라고 말했다.

김미란 씨는 떠났지만, 그녀의 삶은 이제 또 다른 생명 속에서 계속 뛰고 있다.

wawakim@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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