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29년 동안 ‘비경쟁’을 앞세운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서른살을 맞아 ‘경쟁 영화제’라는 새로운 출발선에 섰다. 칸과 베니스와 같은 글로벌 영화제로서의 도약을 염두에 두고 내린 결정이다. BIFF의 새로운 시대를 향한 도전 의지로 해석되는 한편, 그간 쌓아온 위상을 단번에 무너뜨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지난 26일 BIFF 조직위원회는 경쟁 부문에 14편 내외의 아시아 영화가 이름을 올렸다고 밝혔다. 제30회 BIFF는 가장 뛰어난 미학적 성취를 이룬 작품에 주는 대상을 비롯해 감독상, 심사위원 특별상, 배우상, 예술공헌상 등 5개 부문을 시상한다.
경쟁 부문 초청작은 장률 감독의 ‘루오무의 황혼’(중국), 비묵티 자야순다라 감독의 ‘스파이 스타’(스리랑카), 비간 감독의 ‘광야시대’(중국·프랑스), 미야케 쇼 감독의 ‘여행과 나날’(일본), 쩌우스칭 감독의 ‘왼손잡이 소녀’(대만·프랑스·미국·영국), 시가야 다이스케 감독의 ‘고양이를 놓아줘’(일본), 이재한 감독의 ‘다른 이름으로’(한국), 이저벨 칼란다 감독의 ‘또 다른 탄생’(타지키스탄 미국 카타르), 서기 감독의 ‘소녀’(대만), 임선애 감독의 ‘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일곱 시 조찬모임’(한국), 나가토 고토 감독의 ‘어리석은 자는 누구인가’(일본), 유재인 감독의 ‘지우러 가는 길’(한국), 한창록 감독의 ‘충충충’(한국), 하산 나제르 감독의 ‘허락되지 않은’(이란·영국) 등이다.

특히 경쟁 부문에 초청된 14편 모두 BIFF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한다. 박광수 이사장은 “새로운 포맷이 한 번에 잘 완성될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최선을 다해 준비했다”고 말했다.
신예 감독의 작품을 상영해 젊은 아시아 영화인의 등용문으로 꼽히던 BIFF의 대표 프로그램 ‘뉴 커런츠’도 경쟁 부문에 흡수된다. BIFF는 경쟁 부문에서 상영되는 데뷔작 감독 작품을 대상으로 별도 심사를 통해 ‘뉴 커런츠상’을 수여한다.
팬데믹에 문화 예술을 외면한 보수 정권의 철퇴까지, 점점 관심이 줄어들고 있는 BIFF가 30주년을 맞아 경쟁 부문을 신설한 것에 ‘새로운 도전’이라는 반응이 다수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 경쟁 부문 신설로 이슈를 만들었다는 점에선 유의미하다는 의견이다.

반면 영화라는 대중예술에 순위를 매기는 것이 과연 옳은 선택이냐는 지적도 나온다. 심사위원이 세운 평가가 과연 실제를 담보하느냐는 의문이다. 특정인이 예술의 가치를 단정짓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시선은 여전히 존재한다. 아울러 세계 3대 영화제가 권위와 명예는 있으나 지나치게 정치·산업적 형태를 띤다는 비판이 있는 가운데 주체적인 슬로건을 가진 BIFF가 굳이 그 뒤를 따라가는 것에 안타깝다는 반응도 있다.
한 영화관계자는 “BIFF가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기 위해 경쟁 부문을 신설한 부분은 도전적이란 점에서 지지하는 면도 있지만, 그동안 잘 쌓아온 비경쟁 영화제의 위상을 단번에 무너뜨리는 것 같아 씁쓸함도 감돈다”며 “경쟁 부문 신설은 BIFF가 상업성을 높이려는 의지로 해석된다. 앞으로 적잖은 논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intellybeast@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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