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김용일 기자] 9월6일 렛츠런파크 서울에서는 한국 경마의 국제 초청경주인 ‘코리아컵(Korea Cup)’과 ‘코리아스프린트(Korea Sprint)’가 열린다. 이번 대회엔 일본, 미국, 홍콩 등 경마 강국의 명마가 출전할 예정이다. 참가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서울이 국제 경마의 중심지 중 하나로 인정받는 순간이어서다.
이들이 달려온 고향의 무대는 어떤 모습일까. 각국 대표 경마장을 보면 경마가 단순한 스포츠를 넘어 그 나라 사람의 생활과 여가, 도시의 정체성을 담아낸 문화라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일본의 도쿄, 미국의 처칠다운스, 홍콩의 샤틴과 해피밸리. 세계 경마를 이해하는 데 빼놓을 수 없는 무대다.
◇일본 : 도쿄 경마장과 생활 속 경마
일본에서는 경마가 대중적이고 일상적인 문화다. 주말마다 가족 단위로 경마장을 찾는 풍경이 자연스럽다. 젊은 세대부터 노년층까지 폭이 넓다. 경마장은 일본 시민의 여가와 생활이 함께한다.
그 중심엔 도쿄 경마장이 있다. 일본중앙경마회(JRA)를 대표한다. 1933년 도쿄 후추시에 개장했다. 22만 여명을 수용한다. 전 세계에서 최대 규모다. 기네스 세계기록에도 등재돼 있다. 잔디주로와 모래주로를 동시에 갖췄다. 다양한 조건의 레이스를 소화할 수 있다. 세계 최대 규모의 전광판(가로 66m, 세로 11m)을 설치해 관중에게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도쿄 경마장은 매년 가을 세계 정상급 경주마들이 모이는 ‘재팬컵’의 개최지이기도 하다.
일본 경마는 규모와 수준뿐만 아니라 팬 문화로도 유명하다. 경주가 끝난 뒤 패독에서 말을 향해 손을 흔들고, 인기마의 은퇴식엔 수만 명이 운집해 작별을 고한다. 팬에게 말은 단순한 경기 수단이 아니라 함께 달려온 동반자이자 하나의 서사다. 일본의 경마는 승부를 넘어 사람과 말이 함께하는 대중적이고 일상적인 문화로 발전해왔다.

◇미국 : 처칠다운스, 미국을 하나로 모으는 켄터키 더비 축제
미국에서는 경마가 스포츠이자 축제다. 대표적인 무대가 바로 켄터키주 루이빌의 처칠다운스(Churchill Downs)다. 1875년 개장해 150년 가까운 역사를 자랑한다. 관중석 위에 솟은 쌍둥이 첨탑은 미국 경마의 아이콘이자 루이빌 도시의 상징이다.
매년 5월 첫째 주 토요일 개최되는 켄터키 더비(Kentucky Derby)는 미국 3관 경주(Triple Crown)의 첫 관문이다. ‘Run for the Roses’라는 별칭으로도 알려져 있다. 우승마에게 554송이의 장미가 엮인 화환이 걸리기 때문이다.
미국인의 축제다. 2분 내외로 결정되는 짧은 스포츠 경기임에도 현지 경제 파급 효과가 4억 달러(5000억 원)에 이를 정도로 미국 사회 전반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수십만 명의 관중이 현장을 찾고, 수억 명이 중계방송을 시청한다. 관중은 전통 칵테일인 민트 줄렙을 즐기며, 여성은 화려한 드레스와 모자를 착용한다. 사교무대의 성격을 더한다.

◇홍콩 : 샤틴과 해피 밸리, 국제무대와 도시레저
홍콩은 일본과 더불어 아시아에서 경마가 가장 활발한 국가다. 경마는 도시 전체가 함께 즐기는 레저로 발전했다. 홍콩엔 두 개의 주요 경마장이 있다. 서로 다른 성격으로 세계 팬과 시민을 끌어들인다.
샤틴 경마장(Sha Tin Racecourse)은 홍콩 경마의 본무대다. 1978년 개장한 이곳은 8만여 명을 수용하는 아시아 대표 경마장이다. 매년 홍콩컵(Hong Kong Cup), 홍콩 스프린트(Hong Kong Sprint) 등 국제적인 G1 경주가 열린다. 샤틴은 홍콩 경마가 세계 무대와 연결되는 창구다.
반면 해피 밸리 경마장(Happy Valley Racecourse)은 홍콩 시민의 일상 레저를 대표한다. 1845년 개장해 170년 넘는 역사를 자랑한다. 도심 빌딩 숲 사이에 자리해 독특한 풍경을 연출한다. 특히 매주 수요일 밤 펼쳐지는 ‘해피 웬즈데이(Happy Wednesday)’는 홍콩 시민의 대표적 여가 문화다. 퇴근 후 직장인이 삼삼오오 모여 맥주와 음식을 즐기며, 라이브 음악과 함께 경주를 관전한다. 홍콩만의 활기찬 도시 문화를 보여준다. 관광객에게도 야경 속 경마라는 특별한 체험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홍콩 경마는 샤틴과 해피 밸리 경마장의 서로 다른 매력에 더해, 경마 수익을 사회공헌과 공공 서비스에 재투자하는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실제 홍콩 자키클럽은 매년 수십억 홍콩달러 규모를 교육·복지·문화 프로젝트에 기부한다. 시민 사이에서는 경마가 사회를 이롭게 하는 제도라는 인식이 강하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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