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8일부터 31경기 단 9승 그쳐

4위-9위 모두 3경기 차 샌드위치

수비부터 와르르 반등동력 물음표

5강싸움 의미 냉정히 따져볼 시기

[스포츠서울 | 장강훈 기자] KIA가 갈림길에 섰다. 전반기 막판까지도 선두싸움에 뛰어들 것처럼 보였는데, 어느새 9위에 쫓기는 신세로 전락했다.

전반기 마지막 3연전인 대전 한화전(7월8일)부터 25일까지 치른 31경기에서 단 9승(1무 21패)을 따내는 데 그쳤다. 팀 평균자책점 9위(5.43)도 처첨한데, 팀 타율도 0.263으로 중위권(6위)에 머물렀다. 투타 모두 약속이나 한 것처럼 슬럼프에 빠진 셈이다. 치른 경기 수보다 많은 실책(35개)이 쏟아진 것만으로도 ‘디펜딩 챔피언’의 품격은 사라졌다.

참고로 개막부터 7월7일까지 85경기에서는 팀 평균자책점 5위(4.13) 타율 4위(0.261)로 그나마 선전했다. 실책도 59개로 중위권 수준은 됐다. 폭염이 휩쓸고간 자리에 집중력 저하만 남은 꼴이다. 선두와 4경기, 공동 2위그룹과 0.5경기 차였던 팀이 공동 4위, 9위와 3경기 차로 샌드위치가 된 것도 갑자기 사라진 집중력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런데도 KIA는 끝까지 5강 싸움을 한다. 28경기가 남았으니, 3.5경기 차인 3위도 사정권으로 인지하고 있어서다. 이른바 ‘함평 타이거즈’가 활개를 치던 6~7월 기세를 회복하면, 불가능한 도전도 아니다. 문제는 반등 여지가 있느냐다. 변곡점을 찍을 만한 계기가 필요한데, 경기 전 훈련 때부터 ‘하던대로’를 유지하는 현 상태로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수비 집중력 부재가 치명적이다. 시소게임의 무게추가 한쪽으로 급격히 기우는 건 대체로 수비 때문이다. 획일적인 볼배합이나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 타구 판단, 잇단 실책으로 형성된 위축된 플레이는 악순환만 반복할 뿐이다.

주축 선수들의 부상 도미노를 팀 성적 하락 원인으로 꼽는 목소리도 있지만, KIA는 ‘특히 야수층이 두꺼운 팀’으로 꼽혔다. 함평 타이거즈가 시즌 중반 약진을 이끈 건 ‘두꺼운 야수층’을 증명한 대목이다. 1군 경험이 적은 선수들은 체력이 빠르게 소진되기 마련이고, 때문에 부상 중인 주축 선수들이 완벽하게 치료한 뒤 돌아오는 게 중요하다.

한가지 더 욕심을 내면, 체력저하를 호소하는 젊은 선수들이 버티고 성장할 시간을 주는 것 또한 꼭 필요한 요소다. ‘완벽한 치료’와 ‘성장할 시간’이 겹치면, 일정 기간 동안 팀이 흔들릴 수도 있다. 이 때 조바심을 내거나, 선수구성을 흔드는 것으로 변화를 추구하면 부작용이 클 수밖에 없다. 올해 KIA는 ‘선수들의 힘으로 따낸 우승 전력’이라는 자부심이 꽤 강한 팀이다.

구단으로서는 주축 선수들이 30대 후반, 40대인 점을 고려해 ‘올해가 마지막 윈나우’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선수 구성을 흔들어 ‘구단이 조바심을 내고 있다’는 신호를 보내면, 팀 전체가 흔들린다. 부상 복귀 선수의 재발과 젊은 선수들의 체력저하, 구단의 조급증이 한꺼번에 몰린 게 KIA 몰락의 트리거로 작용했다.

사실 디펜딩 챔피언이 와일드카드 결정전으로 가을잔치에 참가하는 건 큰 의미가 없다. 내년부터 점진적인 리빌딩으로 가닥을 잡았으면, 과감한 결단이 필요할 때가 있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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