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년 만에 재단장…감각적인 다른 생각

관객이 느낄 짧지만 강렬한 ‘-3분’

[스포츠서울 | 표권향 기자] 연극 ‘퉁소소리’가 일 년 만에 재연으로 다시 무대에 오른다. 초연 당시 뜨거운 호응을 이끌었으나, 좀 더 배우와 관객 간의 공감을 위해 재단장했다.

서울시극단 단장이자 ‘퉁소소리’의 총책임을 맡은 고선웅 연출은 26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극단연습실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첫 시즌과 달라진 점과 관람 포인트에 대해 설명했다.

‘퉁소소리’는 조선 중기 문인 조위한의 ‘최척전’을 원작으로,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명·청교체기의 혼란한 시대에서 뿔뿔이 흩어진 가족이 끝내 다시 해후하기까지 30년간의 여정을 그린다. 평범한 삶을 무너뜨린 끊임없는 전쟁으로 인해 징용, 피난 등으로 생이별해야만 했던 전쟁의 참상과 이들이 감당해야 하는 고통과 상처를 되짚는 동시에, 이 안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은 민중의 꿈을 대변한다.

작품은 고 단장이 15년여를 숙고한 끝에 극화한 만큼, 어두운 시대적 배경을 특유의 유머와 감동으로 물들여 작품성과 대중성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초연 배우들과 함께 돌아왔다. 하지만 처음과 달라진 부분은 분명히 있다. 고 단장은 초연과 재연의 차이점에 대해 “그땐 그때고, 지금은 지금”이라면서도 “세포가 늙어가고, 생각이 달라지는 것과 같이, 배우들의 기량 향상과 다양한 감정 기복 표출로 인해 연습하면서 계속 좋아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 무대가 전하는 강요 아닌 관객의 느낌 그대로

이번 시즌에서는 관객이 작품을 보다 쉽게 이해하면서도 자기만의 시선으로 깊이 있게 감상할 수 있도록 스토리와 무대 연출 등을 수정했다. 장치적으로는 극 중간에 등장하는 선상 씬과 마지막 장면을 보강했다. 그러면서도 대본의 군살을 빼, 러닝타임 3분가량 줄였다.

3분이 짧게 느껴질 수 있지만, 고 단장의 생각은 달랐다.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공연시간이 중요하다고 강조한 고 단장은 “연극이 쉽지 않으면 보는 사람이 ‘바보’가 되는 기분이다. 왜 극을 이해하지 못하느냐가 아니다”라며 “극을 쓰는 사람은 정점으로 된 걸 연결해서 상상할 수 있지만, 관객은 이 부분이 어려울 수 있다. 그렇다고 작가의 생각을 꼭 짚어줘서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고 단장은 작품의 해석을 관객 각자만의 감정에 맡겼다. 그는 “연극은 희로애락(喜怒哀樂)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착각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무대에서 고양시킬 수 있는 게 좋은 신파다. 배우는 재밌어야 하고, 관객은 부담을 내려놓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퉁소소리’는 선조들의 이야기다. 여전히 이 시대에도 세계 이곳저곳에서 전쟁이 일어나고 있다. 그런데 뉴스에선 몇 명이 죽었네, 대통령이 누구를 만났네 등 자극적인 이야기뿐이다. 놀라울 정도로 잔인하고 형언할 수 없는 고통 속에 노출돼있다”라며 “작품을 통해 민중의 편에서 이들의 고난과 그런데도 포기하지 않고 생명을 이어갔던 인류의 노고를 같이 생각했으면 한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전쟁의 참혹함 속에서도 가족과 인류애를 잃지 않았던 이들의 삶을 그린 ‘퉁소소리’는 오는 9월5~28일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공연된다. gioi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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