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서지현 기자]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애마’가 대중에게 각인된 ‘애마부인’의 선입견을 비틀었다. 그 시절 성(性)적으로 소비될 수밖에 없던 여성들의 목소리를 담았다.
이해영 감독은 18일 오전 서울시 마포구 호텔 나루 서울 엠갤러리열린 ‘애마’ 제작발표회에서 연출 의도에 대해 “‘애마’로 살았던 그 존재들이 겪었던 버팀과 견딤을 응원하고 지지하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애마’는 1980년대 한국을 강타한 에로영화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에 가려진 어두운 현실과 맞선 톱스타 희란(이하늬 분)과 신인 배우 주애(방효린 분)의 이야기를 담아 오는 22일 공개를 앞두고 있다.

실제로 ‘애마부인’은 지난 1982년 첫선을 보여 13번째 시리즈까지 제작되며 화제를 모은 한국의 에로 영화다. 이는 넷플릭스 ‘애마’의 전신이 되는 작품이다. 이해영 감독은 “나름 당시의 자료를 찾아보면서 공부했다”며 “‘애마’에 담긴 이야기는 픽션이고, 특정 인물을 묘사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전반적인 1980년대 분위기를 익혀가면서 당시를 구현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실제 ‘애마부인’에 출연했던 배우 안소영이 언급됐다. 이해영 감독은 “제가 선배에 대해 갖고있는 존경심과 존중, 선배가 걸어온 길에 대한 파이팅을 드리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며 “시나리오 쓸 때 특정 인물이 저에게 영감을 줬다면 안소영 선배다. 선배 자체도 그렇고, 선배가 출연하셨던 다큐멘터리에서도 영감을 받았다”고 존경심을 전했다.
또한 이해영 감독은 “1980년대 초반은 성(性) 영화가 정책적으로 장려되고 활발하게 제작되던 시기였다. 당시는 모순적으로 강력한 심의와 가위질이 있어서 어떤 표현의 자유도 허락되지 않았다”며 “그 아이러니를 지금의 시각으로 보면서 2025년의 제 입장에서 해석하면 새로운 메시지로 풀어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연출 배경을 전했다.

더불어 이해영 감독은 “‘애마’라는 단어가 주는 상징성을 단순히 ‘애마부인’의 주인공이라는 개념으로 한정 짓지 않고 넓게 해석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그 시절, ‘애마’로 살아가는 이들의 고충에 주목했다. 이해영 감독은 “‘애마’를 80년대 대중의 욕망을 응집한 아이콘으로 표현하고 싶었다”며 “‘애마’의 존재로 그 시대를 살아갔다는 건 굉장히 많은 편견과 폭력적인 오해와 싸우고 견뎌야 하지 않을까 싶었다”고 말했다.
특히 ‘애마’는 그 시절 여성을 성(性)적으로 소비하는 것이 만연했던 산업을 비판하는 작품이다. 이하늬 역시 이를 경험한 세대 중 하나라고. 이에 대해 이하늬는 “제가 옛날 시스템의 끝물을 얼핏 본 세대인 것 같다. 여성이 성적으로 소비되는 그런 부분에 있어서 이 산업이 안타깝다는 생각이 있었다”고 공감했다.
이어 “그래서 저희 작품이 더 과감할 수 있었다. 그렇게(성적으로) 보지 않는 시선에서 판이 깔리니까 더 자유롭게 적극적으로 구현할 수 있었다”며 “개인적으로 너무 반갑다. 시대가 바뀌었다. 이런 시각으로 1980년대를 바라볼 수 있는 시대가 도래했다는 점이 좋다”고 말했다.
끝으로 이해영 감독은 “‘애마’를 떠올린 건 ‘천하장사 마돈나’를 찍었을 당시다. 2시간짜리 영화로 만들 자신이 없어서 방치해놨었다”며 “20년이 훨씬 넘는 시기가 지났고, 저의 시각이 넓어져 이야기를 꺼낼 수 있었다. 이 이야기를 만든 것 자체로 ‘청년 이해영’의 오랜 숙원을 풀 수 있었다. 이것만으로 모든 걸 이뤘다”고 전했다. sjay0928@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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