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고척=이소영 기자] “각국 타자마다 차이가 있지만, 경기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다.”
키움의 새로운 투수 C.C. 메르세데스(31)가 화려한 데뷔전을 치렀다. 처음 상대해 보는 타자부터 ABS존까지 모든 게 낯선 상황에서 제 임무를 수행하며 키움에 희망을 안겼다.

키움은 지난 9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두산전에서 4-6 역전패했다. 메르세데스는 이날 경기에 선발 등판해 5.1이닝 2실점으로 안정적인 피칭을 선보였다. 첫 시험대에서 승리투수 요건을 갖췄으나, 불펜 난조로 아쉽게 고배를 마셨다.
메르세데스는 지난달 30일 부상으로 방출된 케니 로젠버그를 대신해 키움 유니폼을 입었다. 이제 막 첫발을 내디뎠지만, 올시즌 키움이 33승4무73패, 승률 0.311로 리그 최하위에 머무는 만큼 어깨의 짐이 막중했다. 불펜이 불을 지르기 일쑤였던 키움으로서는 선발이 최대한 버텨줘야 하기 때문이다.

첫 등판에서 4회까지 한 점도 허용하지 않은 메르세데스는 5회초 위기를 자초했다. 선두타자 박계범에게 볼넷을 준 데 이어 강승호에게 좌전안타를 맞았다. 정수빈은 땅볼 출루, 이유찬은 볼넷을 골라 나갔고, 제이크 케이브에게는 내야안타를 내주며 2실점 했다.
6회에는 오명진을 중전안타로 보낸 뒤 박계범 타석에서 폭투가 나와 실점 빌미를 제공했다. 결국 박계범에게 안타를 맞아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투구 수는 95개로, 8안타 2볼넷 5삼진을 적었다. 비록 막판에 흔들렸지만, 제 몫을 톡톡히 해내며 존재감을 떨쳤다.

무엇보다 메르세데스는 일본과 대만프로야구를 거쳐 리그에 입성한 만큼 아시아 무대 경험이 풍부한 선수다. 그는 자신의 KBO리그 데뷔전을 어떻게 평가할까. “몸 상태가 너무 좋은 상황에서 마운드에 올랐다”며 “굉장히 재미있고, 기분 좋게 끝난 경기였다”고 소감을 전했다.
아쉽게 승리투수를 놓친 점에 대해서는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는 게 야구”라며 “제일 중요한 건 팀이 함께 경기를 풀어나가는 거다. 승리는 다음에 도전하면 되기 때문에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고 힘줘 말했다.

낯선 ABS존이 관건으로 꼽혔다. 그러나 메르세데스는 당황한 기색 없이 “어느 정도 차이가 있었던 건 맞다”라면서도 “그 차이 때문에 뭔가 좌우된다거나 그런 건 아니다. ABS 시스템이 있다는 건 존이 있다는 뜻이지 않나. 시스템에 적응하면서 배워가면 된다”고 밝혔다.
공교롭게도 요미우리 시절 한솥밥을 먹은 두산 고토 코지 코치와 인연이 깊다. 그만큼 메르세데스를 잘 파악하고 있다. “모든 팀이 경기에 앞서 선수의 영상을 챙겨본다”며 “처음 상대해본 팀이었지만, 그런 것에 연연하지 않고 내 공을 던졌다”고 강조했다.
이어 각국 타자마자 차이가 존재한다면서 “그 차이가 경기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ssho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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