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글·사진 | 이상배 전문기자] 광복 80주년을 맞이해 ‘서대문 독립공원’ 일대가 ‘역사 테마파크 성지’로 탈바꿈되고 있다. 지난 2023년 5월부터 정책자문단을 편성한 덕분이다. 이는 기존 역사 유적의 가치와 교훈을 재조명하는 동시에 국가유산 미래지향적 활용의 뉴패러다임을 만들어간다는 점에서 의의가 깊다.
서대문 독립공원은 도보로 근·현대사의 전 과정을 체험할 수 있는 독특한 구조를 갖추고 있다. 국가사적 제32호인 영은문 주초·제33호인 독립문·독립관(구 모화관)·서재필 박사 동상·제324호인 서대문형무소, 임시정부기념관 등 근현대사에서 중요한 유적들이 즐비하다.
서대문 독립공원은 단순한 역사적 장소가 아니다. 한반도 근현대사의 흥망성쇠를 상징적으로 압축해 보여주는 공간이다. 이곳에는 국운이 융성했던 시기부터 쇠퇴와 침략, 저항과 독립, 그리고 오늘날의 민주주의 발전에 이르기까지의 역사가 선명하게 새겨져 있다. 한반도의 숙명적인 지정학적 여건에서 대륙 세력과 해양 세력 간의 충돌 지점인 한반도에서 조선왕조가 겪은 중국(명·청)과 일본·러시아·미국·영국 등 유럽 열강들의 각축장이 된 외교, 국제 관계의 역사를 되짚어 볼 수 있다.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가들이 옥고를 치르고 순국한 장소로 널리 알려졌지만, 그보다 앞선 시기인 구한말에도 많은 조선 국군이 이곳에 갇혀 고문과 사형을 당한 사실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이들은 외세에 기대지 않고 조선의 자주성과 군의 명예를 지키려 했던 ‘국방 정신’의 선구자들이었다. 이들의 흔적은 서대문형무소 역사관 내에서도 일부 전시되고 있지만 충분히 조명되지 않았다. 군 장병들에게도 이 공간은 ‘형무소’가 아닌, 조국을 지키기 위해 싸우다 쓰러져간 선배들의 정신을 기리는 성지가 돼야 한다.
‘서대문 독립공원’ 내 3개 지역 유적의 ‘역사적 가치와 의미’를 통합적으로 연결해 설명할 수 있는 스토리텔링식 개발이 시급하다. 독립문·영은문·독립관·서재필 박사 동상·서대문형무소·임시정부기념관이 하나의 역사 흐름으로 연결되도록 디지털 콘텐츠와 전시 해설 체계를 재정비해야 한다. 시설 간 관리주체가 나뉘어 있어 이를 통합 관리할 수 있는 전담 조직 혹은 협의체 구성이 필요하다.



또한 장병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체험형 안보·역사 교육 프로그램의 상설화가 필요하다. 공원 일대의 인프라 확충과 접근성 개선도 중요한 과제이다. 주차·안내·휴게시설 등 이용자 중심의 편의시설이 확충되어야 방문 만족도와 재방문율을 높일 수 있다. 아울러 서울시·국가보훈부·국방부 등 관련 기관이 유기적으로 협력해 국가 차원의 프로젝트로 승격시키는 전략적 접근도 필요한 시점이다.
경복궁·덕수궁과 연계한 ‘서울 역사 문화 관광 벨트’로 조성하는 것도 방법이다. 과거 왕조사와 자주독립의 흐름을 한눈에 체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독립문과 대한제국의 상징 공간을 포함한 역사 관광노선을 개발하고, 부대시설 확충, 교통 및 안내 인프라를 통합 개선함으로써 내외국인 관광객의 체류형 방문을 유도할 수 있다. 또한, 문화유산 콘텐츠와 디지털 해설 기술을 결합해 교육과 관광이 동시에 이뤄지는 복합 문화공간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sangbae0302@sportsseoul.com

기사추천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