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용일 기자] 2024시즌 K리그 개막을 앞둔 잔칫날에 각 팀 사령탑은 마냥 웃을 수 없었다. 최근 축구국가대표팀 새 사령탑 선임을 둘러싼 각종 논란이 한국인 감독에게 튀었기 때문이다.

26일 서울 중구 소공로에 있는 더 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 2024’ 개막 미디어데이에 참석한 K리그1 주요 사령탑은 너나할 것 없이 대한축구협회(KFA) 행정에 아쉬워했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의 경질로 공석이 된 축구대표팀 차기 사령탑 1순위로 언급된 울산HD 홍명보 감독은 “며칠간 정말 어려운 시간을 보냈다”고 솔직한 마음을 고백했다. 그는 “내 의지와 상관없이 언론을 통해 대표팀 감독 후보로 거론됐다. 아는 것도 들은 것도 없다”며 “옛날 생각도 나면서 참 어렵더라”고 호소했다.

KFA는 최근 아시안컵 4강 탈락과 더불어 선수단 내분 등으로 리더십을 실종한 클린스만 감독을 경질한 뒤 정해성 위원장을 중심으로 차기 사령탑을 선임하는 전력강화위원회(전력강화위)를 새롭게 구성했다. 그러나 정 위원장은 지난 21일 1차 회의 직후 리더십, 전술 역량, 육성 능력, 명분 등을 모조리 언급, 뚜렷한 방향성이 없는 선임 조건을 발표했다. 그리고 3월 태국과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2연전에 맞춰 정식 감독을 선임할 뜻을 보이면서 K리그 현역 감독을 우선 순위로 두겠다고 했다.

자연스럽게 K리그1 2연패를 달성하고 과거 대표팀을 지도한 홍 감독이 1순위로 언급됐다. 이밖에 제주 유나이티드 김학범, FC서울 김기동 감독 등 현직 사령탑의 이름이 후보군으로 오르내리면서 소속팀 팬은 격노했다. K리그 개막을 앞두고 감독을 빼가려는 것에 “리그를 무시하는 행태”라고 비난했다. 본의 아니게 K리그 감독은 죄인처럼 고개를 숙였다. 그러자 전력강화위는 사흘 뒤 열린 2차 회의에서 ‘3월 임시 감독 체제’로 선회했다. 방향성은커녕 여론에 끌려다니는 집단임을 스스로 인증한 셈이다.

광주FC 이정효 감독은 “(KFA에서) 축구대표팀을 두고 어떤 축구를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그에 맞는 감독을 데려와야 한다. 유명한 감독만 생각하고 철학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고 작심 비판했다. 클린스만 감독이 물러날 때 전력강화위원으로 활동한 포항 스틸러스 박태하 감독도 협회 행정 얘기에 “비정상적”이라며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역시 차기 사령탑 후보로 이름이 나온 김학범 감독은 “내가 신경 쓸 일이 아니다. 그건 전력강화위에서 알아서 할 것”이라며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프로축구연맹은 미디어데이 본 행사를 앞두고 이례적으로 출입기자단에 국가대표팀 관련 질문을 지양해달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그만큼 K리그 이슈가 어설픈 KFA 행정 논란에 묻히고 있다.

한편, 전력강화위는 27일 3차 회의를 통해 임시 사령탑 선임 최종 논의를 거쳐 발표할 예정이다. 올림픽팀을 지휘하는 황선홍 감독에게 맡기는 견해가 우세한 것으로 알려졌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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