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송파SK핸드볼경기장=원성윤 기자] 전반에 동점을 만든다. 후반엔 급격하게 무너진다. 여자핸드볼 H리그 최하위 8위 대구 이야기는 반복되고 있다. 전반에는 프로팀 모습인데, 후반에는 대학 혹은 고등학교 팀 전력으로 급락한다.

핸드볼계 한 지도자는 “대구 선수층이 얉은 상태에서 부상자가 많아 연패 탈출이 어려워 보인다”며 “어린 선수들이 경험 부족으로 무너지면서 후반전에 미스가 나오고 경기를 빨리 접는다”고 진단했다. 대구 주전 선수들이 대부분 20대로 이뤄져 노련미가 부족한 점을 지적한 것이다.

광주가 11일 서울 송파구 SK핸드볼경기장에서 열린 신한 SOL페이 23-24 핸드볼 H리그에서 대구를 29-23으로 누르고 11연패에 빠뜨렸다. 단 1승도 거두지 못한 대구. 누구보다 1승이 간절해졌다. 반면 광주는 4승1무6패(승점 9점·6위)로 5위 부산을 승점 1점 차로 따라붙었다.

전반은 두 팀이 박빙 승부를 벌였다. 광주는 센터백 김금정(24), 레프트윙 서아루(28)가, 대구는 라이트백 지은혜(21), 라이트윙 함지선(28)이 공격을 이끌었다. 전반 15분까지 광주가 8-7로 근소한 차이로 앞섰다. 광주는 레프트백 김지현(24)이 연속 득점에 성공하며 점수를 벌리려 안간힘을 썼다. 대구는 골키퍼 강은지(27) 선방이 빛났다.

전반 19분, 대구 반격이 시작됐다. 대구 레프트윙 이원정(22) 어시스트를 받은 레프트백 노희경(24)이 스카이플레이로 골망을 가르며 10-10 동점을 만들었다. 대구 벤치와 선수들 사이에서 모처럼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대구는 피봇 허수림(26)과 레프트윙 이원정이, 광주는 센터백 김금정이 골을 넣으며 다시 13-13 동점이 됐다.

골키퍼 선방도 이어졌다. 대구 골키퍼 강은지가 1대1 찬스를 막아내자 광주 골키퍼 박조은(26)도 세이브를 했다. 이후 광주 찬스에서 일본 용병 센터백 아이카(24)가 중앙 돌파를 시도했으나 대구 강은지가 세이브에 성공하자 대구 기세가 한껏 올랐다. 전반 종료까지 5분 남은 상황에서 13-13으로 팽팽한 접전을 벌였다.

이때부터였다. 대구가 무너지기 시작한 것이. 속공 찬스를 살리지 못했다. 역전 기회를 맞이한 상황에서 광주 골키퍼 박조은에 막혔다. 그러자 중앙 수비도 무너지기 시작했다. 중거리에서 광주 김금정이 두 번의 스텝 후 반박자 빠른 슛으로 골망을 갈랐다.

마음이 급해졌다. 대구 노희경이 중앙돌파를 시도했으나 오른쪽 골포스트를 맞고 나왔다. 이후 라이트백 황은진(28) 오버스텝까지 나오면서 공격권을 광주에 넘겨줬다. 그럼에도 골키퍼 강은지가 두 번의 공격을 막아냈다. 다시 동점 기회가 찾아왔지만, 센터에서 무리하게 돌파슛을 시도하다 골키퍼에 손쉽게 잡혔다. 그 사이 광주는 차곡차곡 점수를 쌓으면 16-13으로 전반전을 마쳤다.

후반은 예상대로 흘러갔다. 대구가 범한 실책을 이용해 광주가 4골을 연달아 넣었다. 점수는 금세 20-13이 됐다. 이후 대구는 9분 동안 골이 침묵했다. 후반 초·중반 점수가 7점 차로 벌어지자 무기력해졌다. 앞서 모 지도자 얘기대로 “경기를 접은 모습”이었다. 팬들 입장에선 아쉬울 수밖에 없다.

광주는 후반 교체돼 들어온 레프트윙 김서진(19)과 센터백 김금정이 연달아 골을 넣었다. 대구는 계속 실책을 범했다. 결국 광주가 29-23으로 승리를 거뒀다. 광주는 김금정이 10골, 김지현이 6골을 넣었고, 골키퍼 박조은이 12세이브를 기록했다. 대구는 지은혜가 7골, 노희경과 함지선이 4골씩 넣었고, 골키퍼 강은지가 8세이브를 기록했다.

MVP로 선정된 광주 김금정은 “왼손을 쓰는 (정)현희가 들어와서 플레이에서 (공간을) 넓게 쓸 수 있어서 좋았다”며 “(원)선필 언니가 공을 잘 주려고 하지말고 주기만 하면 알아서 잡겠다고 해서 심적으로 편안해질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부상에서 합류한 광주 라이트백 정현희(23)와 중앙에서 센터백에 기회를 만들어주는 피벗 원선필(30)이 득점에 도움이 됐다는 설명이다.

10득점을 한 김금정은 “후반전 1대1 찬스에서 깔끔하게 뚫었던 게 기억에 남는다”며 “광주가 더 열심히 할테니 응원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름 ‘금(金)’정을 본 따 팬들로부터 ‘골드정’으로 불리는 김금정은 “계속 골드정으로 불리고 싶다”고 웃어보였다. socool@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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