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민규기자] “‘99트리오’의 합은 100점 만점에 90점, 남은 10점은 롤드컵 우승으로 채우겠다.”

강한 라인전과 팀 캐리 능력으로 데뷔 때부터 정상급 미드라이너로 손꼽혔다. 한동안 경기력 저하로 인고의 시간을 보내기도 했지만 올해 KT 롤스터로 복귀하면서 예전 기량을 되찾은 모습이다. KT ‘99트리오’의 중심 ‘비디디’ 곽보성(24)의 얘기다. 5년 만에 KT의 ‘LoL 월드챔피언십(롤드컵)’ 진출을 이끈 곽보성은 ‘클래스는 영원하다’는 것을 입증하고 있다.

항저우로 떠나기 전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KT 사옥에서 롤드컵 준비에 한창인 곽보성을 만났다. KT는 올해 LCK 스프링과 서머시즌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이뤘다. 스프링 시즌을 최종 3위로 마무리한 KT는 서머시즌 정규리그 1위를 찍었고, 최종 결승진출전에서 난적 T1에 석패하며 다시금 3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우승’까지 2% 부족했지만, 롤드컵 진출이란 쾌거를 이뤄냈다. 지난 2018년 이후 5년 만이다.

곽보성은 “올해 시즌 시작 전부터 작년에 좋지 않았던 성적 때문인지 불안했다. 그런데 스프링부터 기대 이상의 성적을 이뤄내며 더 배울 수 있었다. 다만, 잘하고 있다가 결승을 앞두고 중요한 순간에 고꾸라져서 아쉬웠다”며 “개인적으론 내가 이기적으로 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우리 팀원들은 모두 잘한다. 나만 더 실력을 키우면 이번 롤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을 것 같다”고 힘줘 말했다.

어느덧 네 번째 롤드컵 출전이지만 곽보성의 얼굴엔 설렘이 가득했다. 무엇보다도 이번 롤드컵에는 6년 전인 2017년 롱주 게이밍 소속으로 함께 롤드컵 무대를 밟았던 강동훈 감독과 절친 ‘커즈’ 문우찬이 다시 뭉쳤기 때문.

그는 “감독님과 (문)우찬이랑 큰 대회에 나가는 것이 너무 오랜만이다. 2017년 롤드컵 8강 당시 절대 패배는 생각 못했는데 져서 아쉬웠다”며 “올해 감독님이 내 플레이스타일을 다 기억하는지, 내가 잘 안 풀릴 때마다 옆에서 나를 다잡아줬다. 고민이 있을 때도 얘기를 들어주셔서 많은 도움이 됐다. 이번엔 더 좋은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아서 벌써 설레는 것 같다”고 속내를 밝혔다. 이어 “올해는 꼭 좋은 성적 내려고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 목표는 우승”이라고 덧붙였다.

곽보성은 그동안 출전했던 롤드컵에서 우승과는 인연이 없었다. 2017년 8강(롱주 게이밍 소속), 2020년 8강·2021년 4강(이하 젠지 소속)이 최고 성적이다. 올해 롤드컵에서 무관 한풀이에 도전하는 것. 이는 KT의 오랜 숙원이기도 하다. KT는 2018년 롤드컵 8강 탈락 후 5년 동안 롤드컵 문턱조차 밟지 못했다. 더욱이 곽보성이 KT에서 뛰었던 2019년에는 그야말로 참담한 성적을 거뒀다. 그만큼 각오가 남다르다. 책임감도 있다.

그는 “내가 2019년 KT 소속일 때 우리 팀 성적이 너무 안 좋았다. 그때의 부담감보다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한 미안함과 책임감이 있다”며 “올해는 반드시 좋은 성적을 거둬 사무국 등 모두를 기쁘게 해주고 싶다. 최대한 높이 올라가서 과거의 안 좋았던 기억을 모두 지울 것”이라고 다짐했다.

올해 KT는 확실히 다르다. 분위기는 물론, 선수들의 팀워크도 너무 좋다. 그중에서도 ‘99트리오’의 하모니가 있다. 미드라이너 곽보성과 탑 라이너 ‘기인’ 김기인, 정글의 문우찬 모두 1999년생 동갑내기 친구다. KT의 상체라인 전체가 ‘99트리오’의 영역인 셈.

곽보성은 “시간이 지날수록 99트리오의 합이 더 좋아지는 것 같다. 처음 만났을 때는 어색하기도 해서 50점이었다면 지금은 100점 만점에 90점이다. 40점은 충분히 오른 것 같다”며 “남은 10점은 롤드컵에서 우승하면 채워질 것 같다(웃음)”고 미소를 지었다. 이어 “어쩌면 우리 다섯 명의 팀원이 함께하는 마지막 롤드컵일 수 있다. 후회 없이 해서 우승에 닿았으면 좋겠다”고 진심을 전했다.

끝으로 곽보성은 팬들에게 고마움을 전하며 롤드컵 우승 공약도 걸었다. 그는 “스프링과 서머 모두 결승 진출전에서 아쉽게 져서 팬들 모두 속상할 것 같은데 이번엔 끝까지 높이 올라가서 기쁘게 해주고 싶다. 항상 응원해줘 감사하다”며 “롤드컵 우승한다면 팀에 얘기해 팬들을 만나 사인 유니폼을 주고 밥도 사줄 것”이라고 약속했다. km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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