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조은별기자] 배우 이도현의 개인 메신저 상태 창에는 ‘초심’이란 단어가 적혀있다. 2017년 데뷔 이후 ‘초심’을 잊지 않겠다는 신념을 지키기 위해서다.
그는 초심을 지키기 위해 1년 전부터 친구들과 연기 스터디도 꾸렸다. 중앙대학교 연극영화학과 동기인 배우 윤정혁과 아직 데뷔를 안 한 친구 2명 등 총 4명이 함께 한다.
JTBC 드라마 ‘나쁜 엄마’ 종영 뒤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도현은 “‘나쁜 엄마’의 강호를 연기할 때 스터디 모임에서 1부부터 4부까지 전체 리딩을 하고 강호의 톤을 어떻게 잡을지 머리를 맞대고 고민했다”라며 “일주일 전에는 정혁이 형의 오디션이 있어서 함께 모여 오디션 준비를 했다”라고 털어놓았다.
이도현은 지금 방송가에서 가장 핫한 20대 배우 중 한 명이다. 한편의 드라마를 오롯이 끌고 갈 20대 남자 배우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현실에서 빠르게 주연배우로 성장했다.
2017년 tvN ‘슬기로운 감빵생활’에서 야구선수 출신 교도관 이준호(정경호 분)의 아역 시절을 연기했던 그가 단 6년 만에 K콘텐츠의 중심이 된 건 초심을 잃지 않고 꾸준히 연기 공부에 매진한 노력이 뒷받침했기에 가능했다.
‘나쁜 엄마’는 전 세계에 학교폭력의 심각성을 알리며 폭발적인 인기를 끈 상반기 최고 화제작 넷플릭스 ‘더 글로리’ 이후 이도현이 택한 첫 작품이다. 공교롭게도 넷플릭스 ‘스위트홈’(2020)과 이도현에게 KBS 연기대상 최우수상을 안긴 ‘오월의 청춘’(2021)에 이어 ‘더 글로리’까지 세 작품 연속 의사를 연기했다.


‘나쁜 엄마’에서는 검사다. 사회적으로 명망 있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의사와 다를 바 없지만 사고로 기억을 잃고 7살 아이의 지능으로 돌아간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처음 강호 역을 제안받았을 때는 7살 어린아이의 감정 표현이 어려울 거라 생각했는데 어느 정도 안정기에 들어서니 홀로 모든 걸 감내해야 하는 30대 검사 강호 연기가 더 어려웠어요. 어린 강호는 엄마를 비롯해 늘 주변에 사람이 있어서 주고받는 연기가 많았지만 검사 강호는 아버지의 억울한 죽음에 대한 복수를 꿈꾸고 있기에 그 부분을 표현하는 게 힘들었죠.”
엄마 영순 역의 라미란, 연인 미주 역의 안은진은 이도현에게 좋은 멘토이자 동료였다. 이도현은 “연기할 때 너무 내 감정에만 빠져있으면 결과물을 놓치는 경우가 많은데 그걸 깨준 사람이 라미란 선배”라며 “자신을 스스로 갉아먹고 힘들게 연기하기보단 놀이터에 놀러 온 것처럼 즐겁게 해야 좋은 연기가 나온다고 조언해주셨다”라고 전했다.
안은진에 대해서는 “아이디어 뱅크라 엄청 준비를 많이 해온다. 풋풋한 커플보다 오래 사귄 연인을 표현하기 위해 누나가 이런저런 아이디어를 짜와서 편하게 연기할 수 있었다”라고 고마움을 표했다.
드라마 속 엄마와 연인의 존재처럼 이도현은 현실 속 부모와 연인을 소중히 여긴다. 어린 시절 택시운전을 하며 자식들을 부양한 아버지, 자식들을 위해 늘 밥을 해놓고 일하러 나간 어머니, 그리고 발달장애를 앓는 동생은 이도현이 ‘초심’을 지키며 노력하는 배우가 되게 한 원동력이다.


“어린 시절에는 엄마가 밥을 해놓고 일하러 나가면 혼자 밥 먹는 게 싫어서 그 밥을 버리곤 했어요. 그때는 왜 그렇게 철이 없었는지…우리 집에 딸이 없어서 제가 딸 노릇을 하려고 해요. 더 애교도 부리고 장난도 많이 치곤 하죠. 이사를 시켜드린 뒤 집안이 더욱 화목해진 것 같아요. 신용카드를 드리니 부모님과 한결 돈독해졌고요.(웃음) 다만 제 연기에 동생은 개입시키지 않으려 해요. 사적인 감정이 개입되면 연기에 책임을 묻지 못하거든요.”
‘더 글로리’를 통해 연인이 된 동료 배우 임지연의 존재는 그에게 기댈 수 있는 곳을 마련해줬다. 이도현은 “예전에는 강아지와 얘기했다면 이젠 여자 친구와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됐다”라며 “다만 둘 다 너무 바빠서 내 작품을 봤는지는 모르겠다. 방송 뒤 시청률을 확인하고 ‘축하한다’는 메시지는 보내왔다”라고 웃었다.
실제로 이도현은 ‘나쁜 엄마’와 영화 ‘파묘’(장재현 감독)를 동시에 촬영했고, 임지연도 ENA ‘마당이 있는 집’ 촬영에 임했다. 이도현은 “바쁜 중에도 할 건 다 했고, 얼떨결에 공개 연애를 하게 됐다”라며 멋쩍어했다.
배우로서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그는 올해 군에 입대해야 한다. 이도현은 “어차피 국방의 의무를 이행해야 하고 군에서만 배울 수 있는 것들이 있어 예전부터 군복무를 꿈꿨다”라며 “1년 6개월이란 시간 동안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빨리 가고 싶다”라고 웃었다.
아직 입영통지서가 나오지 않은 터라 입대 전까지 뮤지컬 무대를 위한 노래와 영어를 배우고, 라미란에게 캠핑 노하우도 전수받고 있다. 좀처럼 쉬지 않고 소처럼 일하는 그는 “과거에 연기가 너무 하고 싶어 매달리던 시기를 생각하면 지금 이렇게 일할 수 있음에 감사해야 한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mulgae@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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