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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한국 남자농구 대표팀이 2014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12년만의 금메달을 따냈다. 숨은 주역 중 한 명이 대표팀의 한기윤(35) 전력분석관이다. 한 분석관은 KBL 전자랜드의 외국인 선수 통역 직원이기도 했다. 그는 농구로 점철된 인생을 살고 있다. 그에게 농구공이 없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한 분석관은 어렸을 때 미국으로 건너가 미국프로농구(NBA)를 보며 컸다. 그는 “7살 때 미국으로 가서 살다가 11살 때 한국으로 다시 왔다. 미국에선 모든 애들이 스포츠를 본다. 난 농구에 관심이 많았다”고 말했다. 한국에 와서도 농구사랑은 변하지 않았다. 한 분석관의 중학교 시절인 약 20여년 전 마침 국내에 농구 붐도 일었다. 한 분석관은 2001년 대한농구협회 명예기자를 하다가 대학 때 농구잡지 ‘점프볼’ 객원기자도 했다. 고교와 대학 농구를 살펴보며 한국 농구의 미래를 미리 본 경험이 됐다.

전자랜드에서 일하기 시작한 것은 대학 졸업 후다. 전자랜드에서 뛰는 외국인 선수 통역 업무를 맡았다. 영어를 잘하고, 농구를 잘 아는 한 분석관에게 딱 맞는 옷이었다. 2012년까지 7년 간 전자랜드에서 숱한 외국인 선수를 봤다. 외국에 경기를 보러 나갈 때도 리 벤슨 등 전자랜드에서 뛰던 선수를 보면 반갑게 인사를 나눈다.

한 분석관은 2012년 다른 일을 해보려고 전자랜드에서 나왔다. 하지만 농구와 이어진 인연의 끈은 끊어지지 않았다. 마침 대표팀에서 전력분석관을 뽑고 있었다. 국제 업무를 볼 수 있는 영어 가능한 직원을 뽑았다. 한 분석관은 “주변에서 그 소식을 접한 지인들이 알려줬다. 내가 잘 맞을 것 같다면서 추천해주더라. 대표팀에 전력분석 담당이라고 따로 직책을 만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 들었다”고 말했다.

[SS포토] '금빛 점프' 男 농구... '금빛 환호'
[스포츠서울] 한국 남자농구가 이란을 꺾고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획득했다. 대표팀 한기윤(오른쪽 끝 가운데) 분석관이 김태술을 끌어 안고 선수들과 함께 환호하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2014.10.3. 인천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대표팀 전력분석을 맡게 된 한 분석관은 그 때부터 상대팀 경기 영상을 찾는데 집중했다. 한 분석관은 “대표팀 영상을 구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프로 리그라면 언제, 어디서 하는 게 공개적으로 나오지만 대표팀은 그렇지 않다. 영상을 구하는데 며칠씩 걸렸다”며 “FIBA(국제농구연맹) 홈페이지는 물론 어둠의 경로(?)까지 다 뒤져 영상을 찾았다. 지인들 도움도 받았다”고 말했다. 언어 문제 등으로 국내 지도자들도 쉽게 구하지 못하는 영상을 척척 구해왔다. 전자랜드 통역으로 있던 시절 외국인 선수 수급 문제를 위해 영상을 구하는 노하우를 쌓은 게 도움이 됐다.

농구 전술도 이제 ‘척하면 척’이다. 한 분석관은 “(지난달) 2014 FIBA 농구월드컵에서도 한국 경기 대신 이란과 필리핀 경기를 보러 다녔다. 프로팀에 7년 동안 외국인 선수들에 전술 통역을 해주다보니 아는 부분들이 많다.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 것과 같은 게 아닐까”라며 웃었다. 그는 “최희암 감독님, 박종천 감독님, 유도훈 감독님께 많이 배웠다”며 감사의 뜻을 밝혔다.

한 분석관은 대표팀에서의 경험을 평생 잊지 못할 것이라 했다. 그는 “금메달을 따서 뿌듯하다. 그래도 금메달은 선수들 몫인 것 같다. 그 것보다 난 대표팀에서 전력분석이란 업무를 했다는 게 기분좋고 기쁜 일이다. 선수 출신도 아닌 내가 언제 대표팀에서 일해보겠는가”라고 말했다.

한 분석관은 대표팀 전력분석관을 끝으로 다시 농구를 떠날 생각을 하고 있다. 하지만 그는 다시 농구장에 나타날 것만 같다.
이웅희기자 iaspire@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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