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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효빈. 최재원기자shine@sportsseoul.com


솔로 가수 효빈, 아직 대중에게는 낯선 이름이다. 그룹 투엘슨의 객원 보컬로 4년간 활약한 그는 최근 음원 차트 정상에 오른 에일리의 ‘아임 인 러브’의 원곡자이기도 하다. 효빈은 지난달 투엘슨과 결별하며 소속사와 계약 해지가 됐다. 서로 ‘아름다운 이별’이라 생각했지만 충격의 여파가 있었다. 며칠간 집에서 두문불출한 효빈은 결심했다. “솔로 앨범을 만들자.” 여기저기서 긁어모은 자금 200만원으로 기어이 자신의 솔로 첫 싱글을 만들었다.

지출 내역에는 작곡가에 지출한 곡비, 믹싱·마스터링·튠, 코러스, 녹음실 사용, 스타일링, 앨범 재킷 촬영, 앨범 커버 및 포스터 디자인, 티저 및 커버 영상 제작, 쇼케이스 준비, 스타일링, 의상 구입비, 헤어 메이크업 등의 비용이 모두 포함돼 있다.

“17세에 서울에 올라와 처음엔 고시원에서 혼자 살았어요. 이후 여러 거처를 오갔고 보증금을 모두 까먹은 채 월세집에서 쫓겨난 적도 여러번이에요. 집안 형편이 넉넉치 않아 제 뒷바라지를 해줄 상황이 아니거든요. 그래서 고깃집, 치킨집, 호프집, 커피숍에서 아르바이트도 하고, 보컬 레슨도 하며 투엘슨 활동을 이어왔어요. 그러다 보니 저도 모르게 강해졌나봐요.”

효빈은 힙합·알앤비 씬에서는 맑고 청아한 음색으로 실력을 인정받아왔다. 아무리 돈이 없다고 해도 아마추어처럼 앨범을 내고 싶진 않았다. 그렇다고 새로운 소속사에 들어가서 처음 시작하기보다는 스스로의 힘으로 뭔가를 이뤄내고 싶었다. “흥부전에 보면 박씨를 물어다주는 제비가 나오잖아요. 그 제비처럼 나중에 은혜를 갚겠다고 부탁하며 힘들게 앨범을 만들었어요. 거의 모든 비용을 원래 가격의 3분의 1, 많게는 10분의 1까지 깎아서 진행했어요. 다행히 제 어려운 사정을 아는 분들이 도움을 많이 주셨죠. 오죽하면 친구에게 ‘보답할 사람이 다 기억이나 나?’라는 핀잔을 들을 정도로 많은 분들께 누를 끼쳤어요. 나중에 이 은혜 모두 갚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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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효빈. 최재원기자shine@sportsseoul.com


13일 데뷔 후 첫 싱글 ‘먼저 할래’를 발표한 효빈은 16일 홍대 앞에서 열린 쇼케이스도 장소섭외부터 마케팅, 홍보까지 모두 혼자 힘으로 해냈다. 있는 돈 없는 돈 다 긁어 모아 새 싱글을 낸 뒤 그의 통장 잔고는 6만원. 그러나 걱정은 없다. “이번 노래 정말 좋거든요. 총 제작비 200만원은 넘게 벌 수 있을 거에요. 그럼 흑자잖아요. 무슨 일을 하려면 10년은 해봐야 할 거 아니에요. 전 가수가 된지 이제 고작 4년이 지났거든요. 현실적으로 돈이 없어 힘들긴 하지만 고민은 없어요. 제 열정은 하늘 위에 있는 걸요. 지금 기분으로는 제 앞의 장애물을 모두 다 박살낼 수 있을 것 같아요. 10월말 자작곡으로 새 싱글을 내고, 올 겨울에는 미니앨범을 낼 거에요. 돈은 없지만 그건 중요치 않아요. 열정이 가장 중요한 게 아닐까요?”
이지석기자 monami153@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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