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형감독
SK 김원형 감독이 17일 제주 서귀포시에 눈보라가 휘몰아치기 시작하자 구단 직원을 도와 방수포를 깔고 있다. 제주|장강훈기자 zzang@sportsseoul.com

[서귀포=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많은 눈이 예상되오니 차량 운행 자제, 대중교통이용 및 도로통제상황 확인 바랍니다.’

동이 트기도 전인 오전 5시 51분. 휴대전화로 재난문자가 날아들었다. 한 시간 가량 지난 오전 7시 ‘많은 눈이 예상되고 기온이 떨어져 결빙사고가 우려된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가 또 왔다. 이후로도 한 시간에 한 번꼴로 강풍, 풍랑, 어선출항금지 등의 메시지가 도착했다. 북극한파가 한반도를 기습 침공한 17일, 제주도도 예외는 아니었다.

눈보라
SK가 스프링캠프를 치르고 있는 제주 서귀포 강창학구장에 세찬 눈보라가 휘몰아치고 있다. 제주|장강훈기자 zzang@sportsseoul.com

제주 서귀포시에 있는 강창학구장에서 스프링캠프를 소화 중인 SK 프런트도 덩달아 바빠졌다. 재난안전문자 메시지처럼 ‘눈보라가 휘날리는 바람 찬 스프링캠프’가 현실이 됐기 때문이다. 선수단이 구장에 도착하기 전에 구장 상황을 확인한 뒤 야외훈련 취소를 결정했다. 오전 9시 30분께 구장에 도착한 SK 김원형 감독은 “어제까지 반팔을 입고 훈련해도 될 만큼 날씨가 좋았는데…”라며 장난스럽게 눈을 흘겼다. 가는날이 장날이라고, 취재진이 도착한 날 하필 세찬 눈보라와 몸을 가누기 힘든 강풍을 몰고 온 것처럼 비친다는 의미다.

구단 직원들을 도와 방수포깔기에 동참한 김 감독은 “캠프 시작 보름이 지났는데 생각보다 훈련 페이스가 너무 좋았다. 심적, 육체적으로 피로감이 쌓일 시점이라 훈련량을 조절해줄 때라고 생각하던 차에 거짓말처럼 날씨가 도와준다”며 웃었다. 40일 이상 치르는 스프링캠프는 지루한 일상의 반복이다. 실전을 통해 훈련 성과를 점검해야 적당한 긴장감을 유지할 수 있는데, 캠프 초중반은 체력과 기술훈련 위주라 피로가 더 빨리 쌓인다. 해외에서도 우천 등 기상악화를 핑계삼아 오전훈련 후 휴식 등 이른바 ‘반공일’식 운영을 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적당한 휴식을 통한 기분전환이 훈련 효율을 높이는건 당연한 일이다.

방수포
SK 직원들이 17일 제주 서귀포에 강풍에 눈보라가 일자 급히 방수포를 깔고 있다. 제주|장강훈기자 zzang@sportsseoul.com

실제로 이날 SK 선수단은 작은 실내 훈련장에서 몸을 푸는 수준으로 가볍게 훈련한 뒤 숙소로 이동했다. 투수들은 워밍업과 간단한 캐치볼을 마친 오전 10시 30분께 숙소 인근의 웨이트트레이닝장으로 향했다. SK 조웅천 투수코치는 “윌머 폰트를 포함한 투수 9명 정도가 불펜 피칭을 할 예정이었지만, 강풍에 눈보라까지 쳐서 야외에서는 투구를 할 수 없는 날씨다. 실내훈련장은 조명이 너무 어두워서 포수들이 부상할 우려가 있어 전격 취소했다”고 말했다.

폰트
SK 새 외국인 투수 윌머 폰트가 17일 제주 서귀포 강창학구장에서 캐치볼을 하고 있다. 제공=SK 와이번스

야수들도 이날 예정됐던 런다운 플레이와 펑고 등 수비훈련은 물론 야외 타격훈련 대신 실내 타격훈련으로 하루를 마감했다. SK 이진영 타격코치는 “예년에 비해 훈련량이 많고 강도도 세다. 선수단 분위기도 ‘뭔가 해보자’는쪽으로 많이 바뀌었고, 자발적으로 자기 역할을 찾기 시작해 코치들이 강제 열외를 시킬 정도로 적극적”이라며 “피로가 쌓인다는 것을 느낄 시점에 날씨가 도와주니 서로 눈치안보고 자기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돼 다행”이라고 밝혔다.

선수단이 철수한 오후 1시 경에는 언제 그랬냐는 듯 햇빛이 내리쬈다. 바람은 여전히 매서웠지만, 훈련을 조금 더 해도 되지 않았을까 싶던 찰나. 앞을 보지 못할정도의 눈보라가 또 한 번 거세게 휘몰아쳤다. 변화무쌍하다는 얘기는 익히 들었지만, 이날 제주 날씨는 종잡을 수 없을 정도였다. 김 감독의 ‘예견된 강제 훈련 축소’는 신의 한 수 였다. 비록 스프링캠프 기간이지만 신세계 출범을 앞두고 술술 풀리는 인상을 받고 있는 SK다.

zzang@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