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임홍규기자]‘다시 한 번 연기금이냐, 아니면 연기금의 배신이냐.’

국내 증시가 연기금의 움직임에 따라 출렁이고 있다. 8~9월 국내 증시의 구원투수로 나선 연기금의 움직임이 최근 변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연기금의 수급 견인력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증시 반등의 최대 동력이 약해진다면 향후 증시에 큰 부담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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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금의 코스피 누적 순매수 규모.

지난 2일 연기금은 유가증권시장에서 1644억원을 순매도했다. 코스피지수는 이날 1.95%(40.51포인트) 하락했다. 연기금의 지난 8월 순매도는 8일과 20일 단 두차례에 걸쳐 418억원에 불과했다. 지난달에도 27일 한 차례 421억원을 팔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지난 2일 매도세는 ‘매도 폭탄’이라 불릴 만하다.

4일 연기금이 728억원을 순매수하며 분위기를 바꾸는 듯했지만 전장의 여파를 극복하지 못하고 전일 대비 0.55% 하락한 2020.69로 장을 마감했다.

연기금은 8~9월 국내 증시의 반등을 이끈 주체다. 8월과 9월 2개월 동안 유가증권 시장에서 5조원 규모의 순매수를 기록했다. 구체적으로 8월 2조4908억원, 9월 2조5556억원을 각각 매수했다. 반면 같은 기간 외국인은 3조5492억원의 순매도에 나섰다. 결국 연기금의 매수세는 외국인 이탈의 영향을 상쇄하면서 지수를 위로 끌어올렸다. 특히 올해 1월부터 연기금의 순매수 규모가 8조2147억원 수준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8~9월의 연기금의 매수세는 두드러진다.

이 기간 연기금은 시가총액 상위에 이름을 올린 대형주 중심의 매수 성향을 보였다. 구체적으로 8~9월 동안 삼성전자 1조5666억원, 현대차 2816억원, 셀트리온 2628억원, SK하이닉스스 1945억원, 네이버 1506억원, SK텔레콤 1367억원, 포스코 1290억원, 휠라코리아 1105억원, 현대모비스 1036억원, KT&G 872억원을 사들였다. 이들 종목의 순매수 규모가 이 기간 전체 순매수 규모의 60%에 달한다.

이창환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8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 인하를 시사하면서 투자심리가 개선됐고, 연기금을 중심으로 강한 순매수세가 지속됐다”면서 “대형주를 중심으로 외국인 순매도가 지속되며 9월 4주째에 조정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주요국과 비교해 두드러진 성과를 기록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향후 연기금의 매수세는 주춤할 것으로 전망된다. 연기금의 주체로 꼽히는 국민연금의 전체 운용자산 중 국내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7월 기준 16.3%이다. 현재 기준으로 비중이 17%를 웃돌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 목표로 삼은 18%를 넘지 않은 것으로 보이나 여력이 줄어든 것만은 분명하다.

이예나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극단적이었던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다소나마 개선됐고 코스피의 12개월 선행 PER도 11배를 회복하며 밸류에이션 매력이 약화됐다는 점도 연기금의 매수세가 둔화될 것으로 보는 이유”라고 말했다.

hong7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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