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윤소윤 인턴기자] tvN 주말극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이하 알함브라)'이 매회 예측을 불허하는 전개와 반전 엔딩으로 심상찮은 인기몰이를 하는 가운데 드라마 속 '제3의 주인공'이기도 한 AR게임에 대한 관심도 뜨거워지고 있다.


AR(augmented reality·증강현실)이란 사용자가 눈으로 보는 현실세계에 가상 물체를 겹쳐 보여주는 기술로 오감으로 체험하는 현실과 가상의 세계가 절묘하게 만난다는 점에서 퍽이나 매혹적인 소재다. 한때 강원도 속초를 게임성지로 만들어버린 '포켓몬 고'가 대표적인 AR게임 중 하나다.


'알함브라'는 이 매력적인 소재를 드라마 속에 이질감 없이 녹여내면서 게임을 즐기는 1020세대는 물론이고, 게임을 전혀 알지 못하는 중장년층까지 끌어들이는 '마법'을 선보이고 있다. "영혼을 갈아넣은 CG(컴퓨터 그래픽)"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연출에 호평이 이어지고 있는 '알함브라'를 실제 게임 개발자들은 어떻게 보고 있을까.


홍철운 가상현실콘텐츠산업협회 부회장 겸 푸토엔터테인먼트 대표는 "CG 연출 방식이 굉장히 자연스럽다. 한국 드라마 중에서는 제일 높은 수준의 CG를 구현하고 있지 않나라는 생각이 든다"라며 "'알함브라'와 비슷한 형태의 게임이 2~3년 안에 충분히 개발될 수 있다. 드라마처럼 렌즈와 오감을 이용해서 게임을 즐기는 것도 먼 미래의 이야기는 아니다"라고 전망했다.


다음은 홍철운 대표와의 일문 일답


-드라마가 연일 화제다. 드라마의 흥행 요소 중 하나로 CG와 증강현실이라는 신선한 소재가 꼽힌다.


동의한다. 드라마 소재 자체를 잘 선택한 것 같다. 최근 가상현실, 혼합현실 자체가 굉장히 핫한데, 이를 잘 반영해서 영상 쪽으로 제대로 구현해낸 것 같다. 사실 소재만으로 드라마가 재밌어질 수는 없는데, 높은 수준의 특수효과를 비롯해서 드라마의 배경 등 모든 것이 잘 맞아떨어진 것 같다.


-‘영혼을 갈아 넣은 CG’라고 할 정도로 CG에 대한 평가가 좋다. 전문가가 보기에는 어떤가.


다른 것보다도 CG 연출이 굉장히 자연스럽다. 주변에서도 높은 평가가 많이 들린다. 드라마를 봤는데 이질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을 정도였다.


-그 동안 한국 드라마에서 보여줬던 CG와 '알함브라' CG의 가장 큰 차이점은.


사실 최근에 한국 드라마나 영화들이 대부분 CG 연출을 잘 하는 편이다. 이 드라마는 우선 CG에 대한 이질감이 없고, 굉장히 자연스럽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자칫하면 오버스러워질 수 있는 특수효과들을 드라마와 잘 어울리게 구현해냈다.


-어떠한 요소가 이 드라마의 CG 구현을 극대화시켰다고 생각하나.


드라마제작사인 스튜디오드래곤 자체가 드라마를 워낙 잘 만들고 있는 곳이다. tvN 역시 뒷받침을 잘 해주고 있다. 또 한국에 특수효과, 게임 쪽 인프라가 워낙 많으니까 좋은 인력들이 많지 않았을까 싶다.



-드라마 속 게임이 실제 출시될 가능성이 있는가.


물론이다. 드라마에서 나타난 것과 똑같은 렌즈 형태는 아니겠지만, 최근 마이크로소프트가 출시한 홀로렌즈(HoloLense·머리에 쓰는 디스플레이 장치, 반투명한 디스플레이로 사용자가 주변을 볼 수 있음)나 AR스타트업 매직리프(Magic Leap)가 개발한 매직리프 원(Magic Leap One·스마트폰이나 PC와 연결하지 않아도 작동하는 독립형 AR 헤드셋)같은 것만 봐도 그 가능성은 충분하다. 드라마와 완전히 같을 수는 없겠지만 비슷한 형태로 된 게임이 출시될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된다면 언제쯤 가능할까.


2~3년 안에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비용은 얼마 정도 들까.


규모에 따라 다르다고 생각한다. 드라마의 배경인 스페인 그라나다는 규모가 작은 도시이다. 반면 ‘포켓몬 고’처럼 전 세계의 모든 지역을 매핑한다면 비용은 달라지게 된다. 덧붙여서 이러한 게임이 현실화된다면 게임 배경이 되는 지역들이 관광명소로 발전할 가능성도 높다.


-드라마 상에서는 중세시대를 배경으로 전사들과 전투를 한다. 한국에서 게임화하면 좋을 것 같은 콘텐츠가 있다면.


드라마의 배경인 그라나다는 스페인 쪽이기 때문에 중세 분위기와 굉장히 잘 어울린다. 한국 같은 경우에는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해도 괜찮을 것 같다. 또는 근 미래와 연관 짓는 것도 좋다. 애니메이션 '공각기동대' 느낌을 살리는 것도 나쁘지 않다. 사실 소재는 굉장히 다양하다.


-최근 구글에서 스마트렌즈를 개발 중에 있다. 드라마에선 렌즈를 끼면 게임이 시작되고 눈앞에 그 현실이 구현된다. 실제로 가능한 일인가.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각막에 렌즈를 삽입하게 되면, 몸에 있는 에너지를 이용해서 배터리를 대체 하는 기술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 본다. 10년안에 가능 하지 않을까. 물론 오감에 대한 문제는 해결해야 할 숙제다. 촉감과 같은 부분은 장갑 형태의 장비를 도입해서 1~2년 안에 해결할 수 있다.


-드라마 상에서 현빈은 이 게임의 가치가 200조원 이상이라고 표현한다. 실제로도 그 정도의 가치를 가질까.


그렇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 ‘레디플레이어 원’에서 나타난 게임들은 사실 거의 다 개발이 되어 있는 상태다. 360도로 회전하는 ‘트레드 밀’(treadmill·폭이 넓은 벨트로 된 바닥을 모터로 회전시키고, 그 위를 걷거나 뛰는 장치)도 이미 구현되어있다. 사실 ‘레디 플레이어 원’은 가상현실게임(VR)이 기반이라 조금 다르지만 현실적으로는 AR쪽이 더 발전 가능성이 높다. 드라마는 그라나다라는 한 도시를 배경으로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게임의 영역이 확대 되고, 이후 상용화 된다면 200조원 이상의 가치를 가지게 될 것이다.


-지난 9일 방송된 4회에서는 현빈이 게임 속에서 부상을 입었지만 실제로 고통을 호소하는 장면이 그려졌다. 기술이 더 발전해서 4D효과로 게임 효과를 극대화시킬 수도 있나.


신경 쪽을 컨트롤 할 수 있는 기술이 발달한다면 충분히 가능하다. 통증은 주로 전기자극을 이용할 수 있는데, 전기 자극을 이용한다면 통증, 간지러움 등 많은 것들을 구현할 수 있다. 보통 VR게임들은 조끼를 착용하는데, 총에 맞으면 실제로 꽤 심한 통증을 느낄 수 있는 게임들이 많이 나와 있다. 그런 것들이 발전하면 나중에는 진짜 게임 속에서 죽음을 느껴볼 수도 있지 않을까. (웃음)


-단점도 말해보자. 부족한 점, 보완하면 좋을 것 같은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더 두고 봐야 할 것 같다. 아직 드라마가 4회까지만 나오기도 했고, 그 이후의 내용들은 더 흥미진진 할 것 같다. 지난 방송에서 주인공이 실제로 피를 흘리고 고통스러워하는 장면은 굉장히 흥미로웠다. 앞으로 더 두고 봐야 할 것 같지만 드라마에서 보여주는 허구성과 픽션이 시청자들의 상상력과 굉장히 잘 매칭되고 있다. 부정적인 견해는 아직까지 없다. 오히려 정말로 현실이 된다면 재미있을 것 같다는 입장이다.


끝으로 홍철운 대표는 "'알함브라'는 현재까지 나온 한국 드라마 중에서는 제일 높은 수준의 CG와 특수효과를 구현하고 있는 것 같다"며 "영화 '신과 함께' 같은 경우에도 CG수준이 굉장히 높다. '알함브라'는 드라마라서 '신과 함께'처럼 스펙터클하고 화려한 느낌은 아니지만, 드라마에서만 구현해 낼 수 있는 자연스러움을 무기로 갖고 있다.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고 말했다.


배우 현빈과 박신혜의 '인생작' 경신을 예고하는 '알함브라'는 웹툰을 소재로 한 판타지드라마 MBC'W'로 미친 필력을 선보인 바 있는 송재정 작가, tvN'비밀의 숲'을 통해 한국형 스릴러의 새 장을 연 안길호 PD가 호흡을 맞췄다.


younwy@sportsseoul.com


사진|tvN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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