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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LG 박용택(38)은 매년 시계를 거꾸로 돌린다. 만 30세였던 2009시즌 타율 0.372로 타격왕에 오른 그는 38세인 올시즌까지 9년 연속 3할 타율을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 박용택이 2009시즌 이전에 3할 타율을 기록한 것은 2004시즌이 유일했다. 2002시즌부터 2008시즌까지 20대 박용택의 타율은 0.279에 불과하다. 그러나 2009시즌부터 2017년 9월 6일까지 30대 박용택은 타율 0.331을 기록 중이다. 30대에 타격에 눈을 뜨고 매년 새로운 경지를 밟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를 두고 박용택은 “20대 때는 너무 민감했다. 타격이라는 게 좋을 때가 있으면 안 좋을 때도 있는데 안 좋을 때를 인정하지 못했다. 그래서 무리하게 훈련량을 많이 늘렸다가 오버페이스하고 슬럼프가 오히려 더 길어지는 경우도 있었다. 계속 시즌을 치르면서 나만의 루틴이 생기고 슬럼프에 빠졌을 때 대처하는 방법도 찾았다. 시간이 흐르면서 타격이 무엇인지 알게 되는 것 같다. 20대에는 좌절도 많이 했지만 힘든 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30대부터 야구를 잘 할 수 있는 것 같다”고 자신을 돌아봤다.
2017시즌이 이대로 종료된다면 박용택은 커리어 통산 두 번째로 높은 OPS(출루율+장타율)를 찍는다. 6일까지 OPS 0.920을 기록 중인 박용택의 커리어하이는 2009시즌 0.999다. 처음으로 지명타자 부문 골든글러브도 응시하고 있다. 한화 김태균과 KIA 나지완, 두산 닉 에반스 등과 경쟁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가운데 지명타자 중 타율 1위, OPS 2위에 올라있다.
흥미로운 것은 박용택 외에도 많은 타자들이 20대보다 나은 30대를 보내고 있다는 점이다. 박용택과 함께 LG 타선을 이끄는 정성훈(37)또한 30대에 더 뛰어난 타자가 됐다. 만 23세였던 2003시즌 OPS 0.906을 기록했던 그는 32세였던 2012시즌 OPS 0.909로 9년 만에 OPS 0.900 이상을 찍었다. 그리고 2년 후인 2014시즌에는 OPS 0.925로 커리어하이를 달성했다. 올시즌에도 OPS 0.869로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다. 정성훈은 “힘은 젊었을 때 더 있었다. 하지만 경험이 쌓이면서 상대의 볼배합을 읽는 능력과 선구안이 좋아진 것 같다. 이제는 타석에 서기에 앞서 상대가 나를 어떻게 상대해올지 어느 정도 그림을 그릴 수 있다”고 30대에 전성기를 보내는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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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프랜차이즈 스타 김태균(35)도 30대에 들어서며 기복 없이 꾸준함을 과시한다. 20대 때에도 리그 최정상급 강타자로 군림했으나 만 30세인 2012시즌부터는 매 시즌 OPS 0.920 이상이 보장된 특급타자가 됐다. 2016시즌 OPS 1.045로 커리어하이를 기록한 그는 지난 6월에는 86연속 경기 출루 대기록을 달성했다. 30대부터 상위리그에 도전한 롯데 프랜차이즈 스타 이대호(35) 또한 보다 강한 투수를 상대로 저력을 발휘했다. 2015시즌 재팬시리즈 MVP를 수상한 그는 지난해 메이저리그에 도전장을 던지며 한미일 무대에서 모두 홈런을 터뜨린 타자가 됐다. 홈런왕 2연패를 정조준 중인 SK 최정(30) 역시 한국나이 서른 살인 지난해부터 거포본능이 살아났다. 꾸준한 웨이트트레이닝과 연구의 결과 홈런에 적합한 스윙궤도를 찾았고 KBO리그 통산 다섯 번째로 2년 연속 홈런 40개 이상을 쏘아 올렸다.
메이저리그의 전설이자 마지막 4할 타자 테드 윌리엄스는 “타격은 관찰력이 모든 것을 좌우한다. 결국 경험과 실수로부터 얼마나 배우고 터득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신체적인 능력이 다소 퇴보하더라도 배움과 훈련을 게을리 하지 않고 타석에 선다면 나이와 관계없이 향상될 수 있는 게 타격이라는 뜻이다. 20대에는 2차 세계대전, 30대에는 한국 전쟁에 참전했던 그는 만 41세에 타율 0.316, OPS 1.096을 기록하며 화려하게 현역 생활의 마침표를 찍었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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