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인천 영종도=원성윤 기자] 겨울바람이 옷깃을 파고들 때, 여행자의 딜레마는 시작된다. 떠나고 싶지만 추위는 두렵고, 안락함을 원하지만 지루함은 견딜 수 없다. 이 난제에 대한 명쾌한 해답을 찾기 위해 인천 영종도로 향했다. 개장 1년 만에 방문객 880만 명을 끌어모으며 대한민국 관광의 지형도를 바꾼 ‘인스파이어 리조트’다. 올겨울, 이곳은 화려한 볼거리와 미식의 향연이 어우러진 거대한 선물 공장으로 변신했다.
인스파이어의 지향점은 명확하다. 단순히 잠만 자는 공간이 아니다. 인스파이어 이한나 부사장이 정의한 ‘플레이케이션(Playcation)’이라는 단어에 이곳의 정체성이 담겨 있다. 객실의 고요한 휴식(Vacation)과 문밖의 역동적인 놀이(Play)가 공존하는 곳. “놀 때는 화끈하게, 쉴 때는 편안하게.” 이 극명한 대비(Contrast)가 주는 쾌감이 인스파이어를 관통하는 핵심이다.

리조트의 심장부인 ‘로툰다’에 들어서자마자 탄성이 터져 나온다. 거대한 샹들리에 아래, 꿈속에서나 보았을 법한 ‘윈터 원더랜드 기프트 팩토리’가 웅장한 위용을 드러낸다. 단순한 장식품이 아니다. 애니매트로닉스 기술을 입은 ‘팩토리 베어’들이 살아서 움직인다. 주문을 접수하고, 쿠키를 굽고, 장난감을 조립해 포장하는 곰들의 분주한 움직임은 방문객들을 단숨에 동화 속 세계로 빨려들게 한다.
스토리는 이어진다. 곰들이 정성껏 만든 선물은 매시 30분, 열기구를 타고 150m 길이의 디지털 거리 ‘오로라’로 배달된다. 천장을 가득 채운 초대형 LED 스크린에 ‘산타 빌리지’가 펼쳐지고, 황금빛 썰매가 머리 위를 가로지른다. 이 압도적인 비주얼 앞에서는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모두가 발걸음을 멈추고 하늘을 올려다본다. 스마트폰을 꺼내 이 마법 같은 순간을 담느라 여념이 없는 사람들의 표정엔, 잠시나마 현실을 잊은 아이 같은 설렘이 서려 있다.


진정한 여행의 완성은 미각에 있다. 인스파이어는 화려한 볼거리에 걸맞은 ‘윈터 페스티브’ 프로모션으로 미식의 정점을 찍는다. 오로라 거리를 따라 펼쳐진 직영 레스토랑들은 겨울 제철 식재료를 활용해 계절의 맛을 선사한다. 일식당 ‘미나기’에서는 겨울 생선의 제왕인 대방어와 생대구를 활용한 디너 코스로 기름진 감칠맛을 끌어올리고, 중식당 ‘홍반’은 블랙 트러플 오일을 곁들인 북경오리 세트로 보양과 풍미를 동시에 잡았다. 오로라 바에서 즐기는 ‘크리스마스 인 뉴욕’ 칵테일 한 잔은 디지털 아트가 주는 시각적 황홀함에 미각적 낭만을 더한다.
카지노와 복합 리조트 산업은 초기에 자리 잡기가 쉽지 않은 비즈니스다. 하지만 인스파이어는 불과 1년여 만에 전년 동기 대비 67% 성장이라는 놀라운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K-팝을 넘어 J-팝, C-팝, 그리고 각종 스포츠 경기까지 아우르는 콘텐츠의 확장성이 주효했다. 지난 1일 새로 부임한 고 대표는 “리파이낸싱 완료를 기점으로 호텔, 카지노, 아레나 등 핵심 사업 역량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여행 기자로서 수많은 리조트를 취재하지만, 인스파이어가 주는 경험은 확실히 이질적이고 특별하다. 복잡한 계획 없이 몸만 와도 모든 것이 해결되는 곳. 밖은 춥지만, 이곳은 따뜻하고 화려하며 맛있다. 올겨울, 뻔한 여행 대신 오감을 만족시키는 동화 속 주인공이 되어보는 건 어떨까. 인생은 때론 예기치 않은 곳에서 마주하는 마법 같은 맛과 순간들로 채워지니까. socool@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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