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고척=김민규기자]2023년의 주인공은 ‘T1’이다. T1은 한국(LCK)의 유일한 희망으로 고독한 싸움을 이어간 끝에 중국(LPL)팀을 모두 격파하면서 ‘2023 LoL 월드챔피언십(롤드컵)’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7년 간의 기다림 끝에 일궈낸 ‘왕좌탈환’이다. 그리고 우리네 전설 ‘페이커’ 이상혁과 소속팀 T1은 세계 최초로 ‘롤드컵 4회 우승’이란 금자탑을 세웠다.

T1은 19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3 LoL 월드챔피언십(롤드컵)’ 결승전 웨이보 게이밍(WBG)와의 대결에서 단 한 세트의 패배도 없이 1·2·3세트를 모두 승리하며 세트스코어 3-0으로 완승했다. 2013·2015·2016년에 이어 무려 네 번째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아직 끝이 아니다. ‘페이커’ 이상혁과 T1이 써 내려갈 역사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특히, 이번 롤드컵에서 T1의 행보는 ‘LPL 도장 깨기’로 요약된다. 1시드부터 4시드까지 모두 격파하며 가장 높은 곳에 올랐다. T1의 ‘킬러 본능’이 작년에 이어 되살아난 것.

대회가 진행되면서 T1의 경기력은 더 단단해졌다. 출발은 불안했지만 최후의 우승팀이 됐다. 8강 진출전에서 맞붙은 빌리빌리 게이밍(BLG)이 LPL 도장 깨기의 시작이었다. T1은 한수 위의 운영과 교전을 앞세워 세트스코어 2-0으로 제압하고 8강에 올랐다.

8강에서 T1은 리닝 게이밍(LNG)을 상대로 압도적인 실력 차를 뽐내며 3-0으로 찍어 눌렀다. 3번의 세트 동안 LNG는 단 하나의 용도 챙기지 못했을 정도. 기세를 탄 T1은 4강에서 강력한 우승후보 징동 게이밍(JDG)마저 3-1로 무너뜨리며 결승에 진출했다. 그리고 결승에서 양대인 감독이 이끄는 WBG를 3-0으로 완벽하게 꺾으며 다시금 세계 최강팀으로 우뚝 섰다.

결승전 MVP(최우수 선수)는 T1의 탑 라이너 ‘제우스’ 최우제다. 최우제는 1·2·3세트 내내 2018년 롤드컵 우승자인 ‘더 샤이’ 강승록을 상대로 수차례 솔로킬을 따내며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1·2세트에서 최우제의 슈퍼플레이가 사실상 승리를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다림이 길었다. T1은 2016년 이후 좀처럼 롤드컵 우승과는 인연이 닿지 않았다. 2017년 롤드컵 결승전에서 삼성 갤럭시에 0-3 완패를 시작으로 하향세를 겪었다. 이때 ‘페이커’가 흘린 눈물은 아직도 잊혀지지 않을 정도다. 이후 2018년과 2020년에는 롤드컵 무대조차 밟지 못했고, 2019년과 2021년에는 롤드컵 4강에 만족해야 했다.

특히, 지난해 롤드컵에서 T1은 결승에 오르며 ‘정상 탈환’ 시나리오를 완성할 기회를 잡았지만 ‘중꺾마(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로 무장한 DRX에 2-3으로 패배하며 아쉬움을 삼켰다. 그리고 올시즌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힘든 시기를 이겨내며 ‘소환사의 컵’에 닿았다.

이상혁은 “롤드컵을 준비하는 동안 최대한 열심히 하려고 노력했다. 우승이 결과로 찾아온 것 같아 기쁘다”며 “내게 기회를 준 팀원들, 많은 팬들, 우리와 경기했던 많은 상대팀 덕분에 많이 배우고 성장할 수 있었다”고 겸손함을 보였다.

T1의 역사와 함께 해온 이상혁은 ‘소환사의 컵’을 네 번이나 들어 올린 유일한 팀이자, 선수가 됐다. ‘페이커’의 시간에서 가장 오래 걸린 우승인 만큼 의미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그리고 끝이 아니다. 내년에 롤드컵 다섯 번 ‘우승’도 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상혁이 걷는 길이 곧 역사가 된다. 올해 모든 여정은 T1으로 끝이 났다. 내년에는 지금과 다른 모습일수 있겠지만 T1은 늘 기대감을 품게 한다. km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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