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
과천중 유영이 지난해 10월 13일 서울 노원구 태릉선수촌 실내빙상장에서 진행된 ‘2020 유스 올림픽 파견 선수 선발전’에 참가해 빙상장에서 연기를 펼치고있다.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이지은기자] ‘고난도 점프’의 대세는 한국 피겨도 거스를 수 없었다.

지난 5일 의정부빙상장에서 막 내린 KB금융 코리아 피겨스케이팅 챔피언십 2020(제74회 전국 남녀 피겨스케이팅 종합선수권대회)은 세계 피겨의 흐름을 확인할 수 있는 한국 무대였다. 각각 대회 3연패, 4연패를 달성한 여자 싱글 유영(16·과천중)과 남자 싱글 차준환(19·휘문고)은 모두 3회전 이상의 점프를 실전에 배치한 선수들이다. 이번 대회에서도 그들을 포디움 꼭대기에 올린 필살기는 유영의 ‘트리플 악셀(3회전 반 점프)’, 차준환의 두 가지 ‘쿼드러플(4회전) 점프’였다.

결과적으로 이미 쇼트프로그램에서부터 승부는 결정 났다. 유영은 첫 점프 과제였던 트리플 악셀을 완벽하게 소화한 것을 발판으로 쇼트프로그램 1위(76.53점)에 올랐고, 프리스케이팅에서는 착지 불안정으로 감점을 받긴 했으나 넘어지지는 않으면서 총 220.20점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고난도 점프는 없지만 쇼트프로그램과 프리스케이팅에서 모두 ‘클린 연기’를 펼쳤던 2위 이해인(15·한강중)과 격차는 무려 14.64점에 달했다. 전날 쇼트프로그램에서 역시 쿼드러플 살코 점프를 깨끗하게 뛰며 선두(93.45점)로 등극했던 차준환은 프리스케이팅에서도 두 차례 쿼드러플 점프를 완벽히 성공하며 총점 278.54점으로 2위 이시형(고려대·231.04점)을 무려 47.5점 차로 제쳤다.

한국이 낳은 불세출의 피겨 스타 김연아는 트리플 악셀 없이도 2010 밴쿠버 올림픽 금메달, 2014 소치 올림픽 은메달 등 국제대회에서 메달을 쓸어 담아 ‘피겨 여왕’이 됐다. 그러나 2018 평창동계올림픽이 끝난 후 국제빙상경기연맹(ISU)은 고난도 점프에 배점을 늘리는 방식으로 여자 싱글 채점 기준을 바꿨다. 러시아, 일본 몇몇 선수들이 일으킨 고난도 점프의 바람은 이제 세계 무대의 판도를 바꿨다. 이번 시즌 시니어 그랑프리 대회에서 메달권에 들기 위해서는 적어도 트리플 악셀은 장착해야 했고, 쿼드러플을 실전에서 시도해볼 수 있어야 현실적으로 1위를 기대하는 게 가능했다. 전반적으로 피겨 수준이 상향 평준화되면서 점프 외적 분야에서 그 격차를 만회할 수 있는 여지도 줄었다. 수년 전부터 이런 광풍을 경험한 남자 싱글은 이미 고난도 점프가 만든 구도가 공고하다. 쇼트프로그램에서 2차례, 프리스케이팅에서는 6차례까지 등장하는 ‘쿼드러플 점프’가 순위표를 좌우하는 상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고난도 점프를 장착하지 못한 선수들은 내내 고민을 안고 이번 시즌을 치르고 있다. 이번 시즌 언니들 사이에서도 선전 중인 이해인은 주니어의 꼬리표를 떼게 될 다음 시즌이 걱정거리다. “시니어 국제대회에서 3등 안에 들려면 쿼드러플 점프나 트리플 악셀이 필요하다는 걸 잘 알고 있다”던 그는 “우선은 현재 요소들을 완벽하게 수행하는 것을 목표로 언제나 클린 연기를 할 수 있도록 연습하려고 한다. 이번 시즌을 마무리한 후 선생님과 상의하겠다”고 계획했다. 이번 대회 3위에 올라 가까스로 남은 티켓 1장을 차지한 김예림(17·수리고)은 “이미 러시아 선수들이 고난도 기술을 많이 수행하고 있고, 실전에서 뛰지 않아도 연습에서 많이 시도하고 있다. 시즌 중에는 부상 위험 때문에 어렵지만 비시즌이 되면 나도 시도해보겠다”고 시니어 데뷔 2년 차 목표를 세운 상태다.

고난도 점프를 뛰는 선수에게도 가장 신경 쓰이는 건 역시 고난도 점프다. 유영은 “트리플 악셀을 발목 힘으로 잘 살려내다가도, 도입 전 날이 밀리거나 도중 힘이 풀리는 등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현재 성공률이 50% 넘는 수준인 것 같아 보완을 잘해야 할 것 같다”며 “첫 시즌에는 트리플 악셀을 꾸준히 하겠으나, 러시아 선수들이 쿼드러플 점프를 4개씩 넣는 걸 보면 나도 하나쯤은 넣고 싶은 마음이 있다. 언젠가는 들고 오겠다”고 예고했다. “현재는 시즌 중이라 프로그램 연습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으나, 전체적인 연습량을 생각해보면 쿼드러플 점프에 쏟은 시간이 대부분이었다”고 회상한 차준환은 “지난 비시즌 연습에서 쿼드러플 점프가 잘 돼서 이번 시즌 초반에는 더 도전적인 구성을 했다. 현재는 실수가 많이 나와서 구성 난이도를 낮춘 상태다. 성공률이 좋아진다면 실전에서 다시 시도할 것”이라고 공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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