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열

[LA = 스포츠서울 칼럼니스트] 4월15일(현지 시간)은 메이저리그가 제정한 ‘재키 로빈슨 데이’다. 전임 버드 셀리그 커미셔너는 1947년 4월15일 ‘흑인(African American)’ 최초로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브루클린 다저스의 로빈슨을 기리기 위해 2004년 공식 기념일로 지정했다. 셀리그 커미셔너는 1997년에 로빈슨의 등번호 42번을 영구결번시켰고 7년 후 기념일을 제정했다. 재키 로빈슨 데이에는 MLB 전 선수들이 42번의 등번호를 달고 뛴다.

2018년 로빈슨 데이 공식 행사는 뉴욕 메츠 홈 시티필드에서 부인 레이첼 로빈슨(95)과 가족, 전 메츠 외야수 무키 윌슨 등이 참가한 가운데 열렸다. 다저스는 주인공 가족이 빠진 터라 로빈슨과 함께 활동한 투수 돈 뉴컴이 참석해 조촐하게 행사를 진행했다. 입장한 4만7527명의 팬들에게는 로빈슨 등번호 42번이 새겨진 유니폼 상의를 증정했다. 재키 로빈슨 데이 행사가 뉴욕 메츠에서 열리는 이유는 브루클린과 에베츠필드와 관련돼 있다. 브루클린 다저스 데뷔 홈구장은1960년에 허문 에베츠필드다. 현 시티필드는 2009년 에베츠필드를 모방해 만든 구장이다.

로빈슨은 UCLA(University of California, Los Angeles)출신의 만능 스포츠맨이었다. 야구 외에 육상, 농구, 풋볼(미식축구) 등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스포츠뿐 아니라 미국 민권운동사에도 큰 영향을 끼친 위대한 인물이다. 역사를 바꾼 인물로 평가받을 만하다. 은퇴 후 1962년 명예의 전당 회원이 됐다. 2013년 4월 로빈슨을 상징하는 영화 ‘42’가 공개돼 인기를 끌었다. 로빈슨 역은 블랙팬서의 주인공 채드윅 보스먼이, 그를 발굴한 브랜치 리키 단장은 해리슨 포드가 맡았다.

오늘날 메이저리그에서 중남미, 아시안 선수들이 차별없이 활동할 수 있는 것은 로빈슨 덕분이다. 2018년 개막전 기준으로 백인이 아닌 흑인, 라틴계, 아시안 등 마이너리티 선수가 전체의 41%를 차지한다. 흑인은 8.4%다. 정작 흑인은 로빈슨이 흑백의 장벽을 허문 ‘역사 바꾸기’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소수로 남아 있다. 1956년 로빈슨이 은퇴할 때 MLB의 흑인 선수 비율은 6.7%였다. 중남미 선수는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2018년 MLB 30개 구단 가운데 흑인 감독은 다저스의 데이브 로버츠(45)가 유일하다. 보스턴 알렉스 코라, 워싱턴 내셔널스 데이브 마르티네스는 라틴계다. 선수단 운영을 총괄하는 단장은 한 명도 없다.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다승왕 출신 데이브 슈트워트가 2016년 10월 해고된 뒤 흑인은 전무하다. 역사적인 인물 로빈슨을 배출한 다저스의 로버츠는 구단 사상 최초의 소수계 인종 감독이다. 1947년 색깔의 벽을 뛰어 넘었지만 흑인 감독을 탄생시킨 것은 69년이 지나서였다.

프로농구 NBA는 2017~2018시즌 6명의 흑인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다. 프런트 간부에는 농구단 사장(Basketball Operation President) 3명, 단장은 2명이다. NBA에서 흑인 선수가 차지하는 비중은 75%다. 흑인 선수들에 비해서 흑인 프런트 간부의 비중은 매우 미미한 편이다. 미국에서 가장 인기가 좋은 프로풋볼(미식축구) NFL은 흑인 감독 발탁을 위한 룰이 있다. 전 피츠버그 구단주 댄 루니(작고)가 제안했다고 해서 ‘루니 룰’로 통한다. NFL 구단은 공석중인 감독 인터뷰에 필히 흑인 지도자를 포함시켜야 한다는 룰로 2003년에 제안했다. NFL 소수계를 위한 일종의 Affirmative Action(사회적 약자 우대 정책)이다. 룰니 룰에 의해 NFL에는 2017 시즌 8명의 소수계 감독이 활동했다.

미국 스포츠에서 흑인의 역할과 비중은 큰 편이다.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는 흑인이다. 하지만 감독, 단장은 손가락을 꼽을 정도로 소수에 그치고 있다. 차별은 여전히 존재한다.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