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열

[LA = 스포츠서울 칼럼니스트] 메이저리그 2018시즌 개막 후 지난 11일 동안 가장 화제를 모으고 있는 선수는 단연 LA 에인절스의 투타 겸업 오타니 쇼헤이(23)다. 현대판 베이브 루스이기 때문이다. 루스는 100년 전 1918년 보스턴 레드삭스 소속으로 마운드에서 10승 이상, 타자로 10개 홈런 이상을 작성한 마지막 선수다.

오타니는 9일(한국시간) 에인절스타디움에서 벌어진 지구 라이벌 오클랜드 에이스와의 마운드 홈 데뷔전에서 6.1이닝까지 퍼펙트게임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퍼펙트게임은 7회 1사 후 2번 타자 마커스 시미엔의 좌전안타로 깨졌다. 에인절스는 선발 투수 오타니의 역투와 마이크 트라우트의 시즌 3호 홈런 등에 힘입어 6-1로 이겨 시즌 7승3패로 쾌조의 스타트를 끊고 있다.

오타니는 선발등판한 2경기를 모두 승리로 이끌며 2승, 방어율 2.08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 2일 데뷔전에서 6이닝을 던지며 3점 홈런을 허용한 뒤 이날은 7이닝 1피안타 1볼넷 12탈삼진 무실점의 완벽한 투구를 했다. 주무기 ‘스플리터(스플리트 핑거드 패스트볼)’로는 8개의 삼진을 낚았다. 직구 최고 구속은 160㎞(100마일), 스플리터는 141㎞(88마일)로 측정됐다. 7회 마지막 이닝 투구 때에도 직구 구속 157㎞(98마일)를 유지했다. 직구 평균 구속은 154.5㎞(96.6마일)였다.

오클랜드 타자들은 44차례 스윙 가운데 25차례 오타니의 공을 방망이에 맞히지 못하고 헛스윙했다. 올시즌 투수의 최다 헛스윙 유도다. 25차례의 헛스윙 가운데 15차례가 스플리터였다. 가장 위력적인 구종이었다. 7이닝 동안 91개(스트라이크 59개)를 던졌다. 오타니 효과는 관중 동원으로도 이어졌다. 4만4742명이 입장해 1998년 에인절스타디움 리노베이션 후 최다 관중을 기록했다. 오클랜드전은 관중을 끌어 모을 수 있는 맞대결 카드가 아니다.

미국에 진출한 일본 선수들은 데뷔전에 매우 강렬한 인상을 심는다. 마치 일본의 국화 벚꽂의 특징처럼 화려하게 활짝 피고 빠르게 진다. 데뷔전은 모두에게 관심의 대상이다. 특히 선수 개인에게는 단순히 한 경기가 아닌 팬들에게 강력한 임팩트를 줘야 하는 무대이기도 하다. 오타니의 데뷔전은 화려함 그 자체다. 데뷔 첫 타석 안타, 데뷔 첫 등판 승리투수, 홈 데뷔 타석 홈런, 홈 데뷔 등판 승리투수 및 삼진 12개 등이다.

2006년 센트럴리그 MVP 출신 후쿠도메 고스케(40)는 일본 선수들이 한창 프리미엄을 갖고 있을 때인 2008년 시카고 컵스와 프리에이전트(FA) 계약을 맺었다. 밀워키 브루어스 데뷔전에서 홈런 포함 3타수 3안타 3타점으로 신고식을 치렀다. 역대로 후쿠도메만큼 강렬한 인상을 심어준 경우도 드물다.

2006년 10월 당시 포스팅 금액으로는 최다인 약 5111만 달러를 친정팀인 일본프로야구 세이부에 안겨준 투수가 마쓰자카 다이스케(37)다. 보스턴 레드삭스와 계약 때 마구에 가까운 자이로볼로 유명세를 떨친 주인공이다. 2007년 4월 캔자스시티 로열스를 상대로 7이닝 동안 6안타 1볼넷 10삼진 1실점으로 화끈한 신고식을 했다. 일본 투수로 데뷔전에서 두자릿수 삼진을 기록한 투수는 마쓰자카가 유일하다. LA 다저스 마에다 겐타도 데뷔전은 화끈했다. 2016년 샌디에고 파드레스 원정에서 6이닝 5피안타 4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하고 타석에서는 홈런을 때렸다. 2012년 텍사스 레인저스에 입단한 다르빗슈 유(현 시카고 컵스)는 시애틀 매리너스를 상대로 한 데뷔전에서 5.2이닝 8피안타 4볼넷 5탈삼진 5실점으로 부진했다. 일본 스타플레이어 가운데 가장 밋밋한 데뷔전이다.

미국에 진출한 일본 스타 플레이어로 오타니 만큼 주목받은 경우도 드물다. 투타를 겸하는 선수여서 더 주목을 받는다. 심지어 CBS 보도 프로그램의 간판격인 ‘60분’은 일본 현지로 파견돼 오타니 특집방송을 제작했을 정도다. 일본 선수가 미국에 진출하기 전 ‘60분’ 프로그램을 통해 미국에 알려진 경우는 오타니가 처음이다. 시범경기 부진을 말끔히 떨쳐낸 오타니의 초반 돌풍이 1995년 LA 다저스에서 불어닥쳤던 노모 히데오의 ‘토네이도 돌풍’만큼 위력을 떨칠지도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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