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열

[LA = 스포츠서울 칼럼니스트] 메이저리그 드래프트는 1965년부터 실시됐다. 첫 해 전체 드래프트 1번으로 지명된 선수는 캔자스시티 어슬레틱스(현 오클랜드)가 뽑은 애리조나 주립대 출신의 외야수 릭 먼데이(72)다. 먼데이는 현재 다저스 전담라디오 KLAC의 해설자 겸 캐스터로 활동하고 있다.

1965년부터 2017년까지 당해 연도 최고의 선수로 평가받는 전체 1번 지명자는 총 53명이다. 이 가운데 대학과 전문대학을 거친 선수는 25명이며 고교 출신은 28명이다. 비율이 비슷하다. 2017년 전체 1번은 LA 남쪽 제이세라 고등학교 유격수 로이스 루이스로 미네소타 트윈스가 지명했다. 제이세라는 야구 명문교로 2016년 2월 LA로 전지훈련 온 강백호의 서울고등학교와 연습경기를 벌이기도 했다.

구단이 대학 출신을 지명할 때는 주로 투수다. 고교 출신은 투수도 있지만 야수를 지명하는게 보통이다. 공식은 아니다. 2009년 1번 지명자 스티븐 스트라스버그(샌디에이고 주립대), 게릿 콜(UCLA), 마크 애펠(스탠퍼드) 등은 대학 3년을 마치고 워싱턴 내셔널스,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휴스턴 애스트로스에 각각 지명됐다. 2012년 휴스턴 애스트로스가 선택한 유격수 카를로스 코레아, 2016년 필라델피아 필리스 외야수 미키 모니액, 미네소타 트윈스의 유격수 로이스 루이스 등은 고교를 졸업하고 프로로 진출했다.

프로에 진출한 선수가 메이저리그로 직행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1970년 이전에는 꽤 많았다. 1980년 이후에는 8명에 불과하다. 2000년 이후로는 샌디에이고 파드레스에서 메이저리그를 시작한 외야수 제이비어 네이디, 전 신시내티 레즈 우완 마이크 리크(시애틀 매리너스) 2명 뿐이다. 아마추어 프리에이전트로 LA 다저스에 입단한 ‘코리안 특급’ 박찬호도 기록적으로는 메이저리그에 직행한 선수로 등재돼 있다. 그러나 데뷔 2경기 후 마이너리그로 내려가 경기 경험을 쌓는 과정을 거쳤다.

현 시스템에서는 고교 출신이 곧바로 MLB에 직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선수층이 두터운 MLB 구단들이 굳이 빨리 승격시킬 이유도 없다. 지난 시즌 뉴욕 양키스 외야수 애런 저지(25)는 30년 동안 우뚝 선 마크 맥과이어의 루키 한 시즌 최다 홈런(49개) 기록을 경신했다. 저지가 맥과이어의 기록을 뛰어 넘을 수 있었던 요인 가운데 하나는 개막전부터 풀타임으로 뛰었기 때문이다.

구단은 대체적으로 신인의 MLB 승격을 5월 또는 6월 쯤으로 잡는다. 스트라스버그의 데뷔는 2010년 6월8일, 콜은 2013년 6월11일, 코레아는 2015년 6월8일이다. LA 다저스 신인 우완 워커 부엘라(23)는 당장 선발진에 합류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구위를 갖고 있다. 시속 155㎞의 빠른 볼을 던진다. 그러나 구단은 스프링트레이닝 때 일찌감치 마이너리그로 내려보냈다. 야구는 마라톤이다.

켄 그리피 주니어는 1987년 18세에 전체 1번으로 지명됐다. 지명 당시부터 공수주를 완벽하게 갖춘 유망주였다. 전문가들은 당장 빅리그에서 활동해도 무난하다고 했다. 결점이 없다는 평가까지 있었을 정도였다. 그러나 구단은 어린 나이에 경기 경험없이 빅리그에서 활동하다가 좌절했을 때를 염려해 마이너리그를 거치게 했다. 마이너리그 2년 동안 129경기에 출전했다. 그리피 주니어는 드래프트 전체 1번 지명자로 최초의 명예의 전당 회원이 됐다.

kt의 루키 강백호(19)가 데뷔전 홈런으로 화려한 프로의 문을 열었다. 강백호는 MLB로 치면 드래프트 전체 1번 지명자에 해당되는 유망주다. 고졸 신인의 데뷔 첫 타석 홈런은 KBO리그 역사상 처음이다. 특히 반대편으로의 홈런은 인상적이었다. 엄창난 파워의 소유자임을 알 수 있다. 기자도 이곳에서 NC와 연습경기에 출전한 강백호를 본 적이 있다. 풀카운트에서 변화구에 헛스윙 삼진을 당하는 장면이었다. 데뷔전 홈런으로 무한한 가능성을 보였지만 프로는 그렇게 만만한 무대가 아니다라는 것도 곧 알게 될 것이다. 그가 차세대 KBO 리그를 이끌 훌륭한 선수로 성장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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