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열

[LA = 스포츠서울 칼럼니스트] LG 류중일 감독은 한국시리즈 통산 4회 우승했다. 삼성 라이온즈에서 거둔 성적이다. 류 감독은 팀을 바꿔 두 팀에서 우승을 노리는 10번째 감독이 된다. KBO 리그 역사상 두 팀에서 우승을 거둔 지도자는 김응룡 감독이 유일하다. 해태와 삼성에서 한국시리즈 정상을 밟았다.

김영덕(OB), 강병철(롯데), 백인천(LG), 이광환(LG), 김재박(현대), 김인식(두산), 선동열(삼성), 김성근(SK), 조범현(KIA) 등 9명이 팀을 옮기면서 우승에 도전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우승 프리미엄으로 팀을 옮긴 감독들이다. 이번엔 LG 유니폼으로 바꿔 입은 류 감독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LG는 1994년 마지막 우승을 맛봤다. 김재박 감독은 현대에서 4회 우승의 화려한 왕관을 쓰고 서울에 입성했지만 플레이오프 진출도 하지 못하고 물러났다. 김 전 감독은 LG에서의 실패로 현대 시절 4회 우승마저 과소평가받고 있다.

올시즌 LG 전력은 5강 턱걸이 수준이다. 몇몇 전문가들은 5강도 어렵다는 예상을 한다. 오키나와로 2차 캠프를 떠나기에 앞서 애리조나 피닉스 파파고 스포츠 컴플렉스에서 만난 류 감독은 “지난 시즌 마운드는 방어율 1위를 하고도 플레이오프에 진출하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었으나 공격에서 김현수와 가르시아가 보강돼 4강 진출은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페넌트레이스의 가장 중요한 투수 부문에 대해 “선발진은 어느 정도 확보돼 있다. 불펜에서 이기고 있는 상황에서 게임을 확실하게 잡아줄 수 있는 투수가 취약해 보인다”고 했다. 류 감독의 삼성 4회 우승 원동력은 불펜이었다.

류 감독에게 팀을 바꿔 다른 팀에서 우승하기가 왜 어려운지에 대해서 묻자 “그 부분은 생각해 보지 않았다”며 오히려 기자에게 반문했다. 두 팀 우승이 힘든 가장 큰 이유는 팀 문화가 바뀌었는데도 자신의 스타일을 고집하는 게 가장 크다. 우승 감독은 성공한 감독이므로 자신의 스타일을 버리지 않는다. 류 감독은 “나는 삼성에 있을 때도 코치들의 말에 귀기울였다. 독단적으로 결정하는 스타일이 아니다”며 소통에 힘을 실었다. 앞으로 계약 기간 동안 류 감독이 이끄는 LG 호가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룰지는 미지수다. LG는 구단 창단 이래 3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적이 없다. 투자에 대비해 전력을 지속적으로 유지하지 못하는 ‘널뛰기 시즌’이 LG 야구의 특징이다.

류 감독은 삼성맨이다. 1986년 선수로 입단해 31년 동안 코치, 감독을 지내며 삼성의 부침을 경험했다. 1990년대 중반 마운드 부실로 잠시 암흑기도 거쳤고 이후 1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코치, 감독으로 7차례 우승을 맛봤다. 풍부한 경험의 소유자다. LG는 팬들의 비난을 무릅쓰고 라이벌 삼성맨을 감독으로 영입했다. 류 감독은 “영입 제의가 왔을 때 삼성은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으로 어수선했고 나를 책임질 사람이 없었다. 관계자로부터 가서 잘 하라는 허락을 받았다”고 했다.

LG의 류 감독 영입은 스포츠적으로는 난센스다. 뉴욕 양키스가 성적이 부진하다고 라이벌 보스턴 레드삭스맨을 감독으로 영입하는 경우는 없다. 보스턴 역시 양키스맨을 데려오지 않는다. 그러나 우승에 목말라하는 LG는 자존심을 꺾고 삼성맨을 데려왔다. 성적이 모든 것을 말해줄 것이다. 삼성과 LG는 클럽하우스 문화가 다르다. LG는 선참 문화가 고약하다. 유망주들이 뻗질 못한다. 감독의 선수단 장악이 쉽지 않다. 이순철 전 감독이 실패한 이유도 당시 팀내 리더격인 좌완 이상훈(현 코치)과 갈등구조를 만든 것이 시작이었다. 류 감독은 LG에서 와서 느낀 점으로 “선수들이 이기고자하는 근성이 부족하다. 스포츠에서는 1등이 중요한데 우승 목표가 아니고 유광점퍼를 입는 가을야구를 말하는 게 이해가 안된다”며 우승 목표를 강조했다.

또 하나 류 감독이 부딪혀야 할 게 LG팬이다. 가장 열렬한 팬들이다. 양상문 전 감독이 선수단 물갈이를 할 때 팬들은 비난 일색이었다. 삼성팬들도 해태맨 선동열 전 감독을 호의적으로 받아 들이지 않았다. LG팬들의 반응은 그 이상일 것이다. 류 감독도 “LG팬들이 어떤지는 잘 알고 있다. 성적이 답이 될 것”이라며 웃었다.

류 감독이 김응룡 전 감독의 대를 이으며 두 팀에서 우승반지를 낄 수 있을지가 향후 관전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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