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열

[서프라이즈 = 스포츠서울 칼럼니스트] 2년 전 플로리다 포트마이어스에서 미네소타 트윈스 유니폼을 입은 박병호(32)를 취재했다. KBO 리그 홈런왕의 메이저리그(MLB) 진출이었던 터라 집중 조명을 받았고 기대도 컸다. 첫 시범경기에서 3연속 삼진을 당했을 때도 여유가 있었다. 하지만 부상과 부진이 겹치면서 MLB 적응은 실패했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났다. 이번엔 넥센으로 복귀한 박병호를 애리조나 서프라이즈 텍사스 레인저스의 캠프지에서 만났다. MLB에서는 보통 타자로 보였는데 넥센 선수들 사이에서는 체격이 당당했다. 그는 넥센으로 복귀한 것에 대해 “기쁜 일도 아니고 비난받을 일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냥 돌아왔다는 표현이 가장 어울린다”고 했다. 미네소타에서 4년 계약을 완료하지 못하고 KBO리그로 돌아왔지만 박병호는 팀 전력을 바꿔 놓을 수 있는 변수다. 홈런 레이스 판도도 달라질 것이다. 박병호는 “2년의 공백은 있지만 선수들이나 코칭스태프가 그대로 있어 적응하는데는 문제가 없다. 모두가 반갑게 맞아 줘 내가 팀에 빨리 녹아 들어갈 수 있었다. 돌아온 이후 달라진 모습을 보여야 제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들을 수 있을 것 같다. 홈런왕이 목표는 아니지만 장타를 쳐야 하는 선수로 이 부문에 신경쓰고 역할 수행을 잘해야 한다”며 타점맨으로 공격을 이끌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팀의 최고참 이택근은 2018시즌 넥센의 목표를 우승이라고 자신있게 말했다. 박병호의 가세가 결정적이다. 박병호는 넥센의 우승 목표에 대해서 “창단 이후 처음 한국시리즈에 올라 갔던 2014년이 가장 크게 도전할 수 있는 해였는데 놓쳐서 아쉬웠다. 지난해 가을야구에 진출하지 못했는데 내가 돌아왔다고 해서 우승후보라고 하면 내게는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그래도 기존 선수들과 합류해서 얻게 되는 힘은 분명히 있다. 선수들도 가을야구를 넘어서 더 높은 성적과 큰 목표를 잡고 있다”고 했다.

박병호에 대한 팬들의 관심은 역시 홈런에 맞춰진다. 4년 연속(2012~2015년) 홈런왕에 올랐던 박병호는 KBO리그 사상 유일하게 2년 연속 홈런 50개 이상을 때린 슬러거다. 새로운 구장 고척돔에서의 홈런 개수에 관심이 모아지는 이유다. “목동구장은 크기가 작고, 고척돔은 넓은 게 사실이다. 그러나 지난 2년 동안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의 큰 구장에서 뛰었다. 선수 입장에서는 야구장 크기 보다는 경기와 투수 상대에 신경을 쓴다. 홈런수로 핑계대면서 야구할 생각은 없다”는 뜻을 밝혔다.

KBO리그 국내파 가운데 야수는 메이저리그 진출에 사실상 실패했다. 모두 컴백했다. 그러나 LA 다저스 류현진은 생존하고 있다. 프리에이전트 오승환도 최근 텍사스 레인저스와 1년 계약을 맺었다. 야수로 실패한 박병호는 “미국에는 공격, 수비, 주루를 잘하는 멀티플레이어 야수들이 많다. 한 가지 장점으로 살아 남기가 쉽지 않았다. 나같은 경우 1루수와 지명타자로 포지션이 한정돼 있어 도전에 어려움이 있었다. 투수는 자신의 볼만 던지면 되는 반면 야수는 모든 상대 투수가 다르다. 적응기간이 길었다면 좋겠지만 그것 역시 핑계라고 본다. 준비가 부족했던 것”며 MLB에서 성공하지 못한 것은 모두 자신의 탓이라고 했다.

2015년 12월 박병호를 영입한 프런트 간부는 테리 라이언 전 단장이었다. 그러나 성적 부진으로 2016년 7월 시즌 도중에 해고당하면서 박병호의 운신의 폭은 좁아졌다. “프런트에서 발생하는 일은 알 수 없다. 시범경기 때 좋았고 초반에 부상당하지 않고 마이너리그에서 좋은 성적을 유지했으면 어떻게 될 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프런트의 판단보다는 마이너리그에서 부진했던 것이 아쉽다”고 했다.

박병호의 MLB 적응 실패를 타격 메커닉 탓으로 꼽는 전문가들도 있었다. “2016년 미국에 처음 갈 때부터 빠른 볼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타격 폼을 콤팩트하게 수정해야겠다는 생각은 갖고 있었다. 아무래도 빠른 볼은 부담스럽기 마련이다. 겨울에 대처하는 훈련도 했다. 빠른 볼에 대한 약점은 2016년 얘기다. 2017년엔 95마일 이상의 빠른 볼을 공략해서 홈런도 많이 쳤다. 마이너리그에 있었으니까 내가 어떻게 타격을 했는지 모를 것이다. 2017년에는 빠른 볼에 문제 없이 야구를 했다”며 부진의 원인이 단순히 빠른 볼에 있었다는 것을 부인했다. 넥센의 서프라이즈 캠프에서 박병호는 그 어느 때보다 편안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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