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열

[LA = 스포츠서울 칼럼니스트] 필자는 2003년 스포츠서울에 전 예일대 총장 출신 바트 지아마티 메이저리그 커미셔너와 서울대 정운찬 총장을 비교하면서 훗날 KBO의 총재가 됐으면 하는 바람을 칼럼으로 쓴 적이 있습니다. 15년이 지나 현실이 됐습니다. 지아마티 커미셔너는 현직에 있을 때 51세의 젊은 나이에 심장마비로 아깝게 세상을 떠났지만 그의 야구에 대한 사랑과 열정은 높이 평가받습니다.

MLB는 지아마티 전 커미셔너가 3년이 채 안되는 짧은 기간 동안 재직했지만 그의 공을 인정해 ‘바트 지아마티 어워드’도 제정했습니다. 지아마티처럼 야구 열정과 사랑으로 제22대 KBO 총재에 오른 정운찬 커미셔너에게 몇가지 제언을 하고자 합니다.

아시다시피 ‘커미셔너’와 ‘커미셔너십’은 완전히 다릅니다. 구단주들이 총재로 발탁했지만 이후에는 강력한 커미셔너십을 발휘해야 합니다. 구단 이기주의를 타파해야 합니다. 미국의 훌륭한 커미셔너들은 강력한 커미셔너십으로 리그를 이끌었고 몇몇은 은퇴 후에는 명예의 전당에 헌액되는 영광을 누렸습니다. 총재 임명 후 인터뷰에서 “열심히 일을 해서 보수를 받겠다”고 하셨습니다. 대환영입니다. 프로페셔널 집단에서 무보수 명예직 커미셔너는 아마추어적 사고입니다. 무보수는 책임 관계가 불분명해집니다. 회사의 CEO에게 거액의 연봉을 주는 이유는 선장으로서 배를 잘 이끌고 정확한 목표를 설정해달라는 뜻입니다. 총무과장을 원하는 게 아닙니다.

지난해 12월 미국에서 가장 인기 높은 NFL(미프로풋볼리그)의 커미셔너 로저 구델(58)은 2023년까지 5년 계약을 연장했습니다. 구단주들은 5년 총 연봉 2억 달러(약 2133억원)를 승인했습니다. 연봉 4천만 달러입니다. NFL 선수 가운데 구델 커미셔너보다 높은 연봉자는 없습니다. 당초 구델은 은퇴 후에도 전세 비행기를 마음대로 탈 수 있는 조건도 제시했지만 가장 영향력있는 댈러스 카우보이스 제리 존스 구단주에게 제동이 걸렸습니다. 2006년 9월 전임 폴 타글리아부를 계승한 구델이 올해까지 연봉으로 받은 액수만 무려 2억1250만 달러(2266억3125만 원)입니다.

구델이 이처럼 상상을 초월하는 연봉을 받는 이유는 NFL 구단의 수입을 전임 커미셔너보다 몇 배나 올려 놓았기 때문입니다. 구단의 자산 가치도 배로 뛰었습니다.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고 구단주들은 천문학적 연봉을 승인한 겁니다. 2011년만 해도 4대 종목 가운데 MLB 버드 셀리그 커미셔너(은퇴)가 최고였습니다. 셀리그 1840만 달러(196억2360만 원), 구델 1090만 달러, NBA의 독재자로 통했던 데이비드 스턴(은퇴) 커미셔너 1000만 달러, NHL 개리 베트맨은 750만 달러였습니다. 능력자가 고액을 받는 게 마땅합니다. 하지만 경험을 바탕으로 조언 몇마디 하는 총재 특보에게 1억5000만원의 연봉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총재도 기자회견을 가져야 합니다. 엊그제 취임 후 기자간담회를 가졌습니다. 미국 커미셔너들은 기자회견이지 간담회라는 게 없습니다. 기자는 팬들이 알고 싶어하는 점에 대해서 질문할 기회를 가져야 합니다. KBO는 큰 조직이 아닙니다. 웬만한 사안은 총재가 설명해야 합니다. 그동안 KBO총재는 다소 권위적이었습니다. 수천만 달러를 받는 미국 커미셔너들도 기자회견을 통해서 수시로 소통합니다. 모든 사안의 주최는 커미셔너입니다. 미국은 선수나 코치가 사망했을 때 커미셔너 명의의 애도문이 발표됩니다.

또 하나 라커룸 개방입니다. 총재 직권으로 해야 합니다. KBO는 한국 최고의 콘텐츠를 갖고 있습니다. 중계권료가 높은 까닭도 우수한 콘텐츠 때문입니다. 하지만 야구 기사는 대부분 감독 위주입니다. 감독 취재가 편해서입니다. 운동장의 주인공은 선수입니다. 감독이 아닙니다. 팬들은 선수의 휴먼스토리를 보고 읽고 싶어 합니다. MLB는 경기 시작 4시간 전 30분 동안 라커를 개방하고 자유롭게 취재를 합니다. 다양한 스토리는 야구 발전에 밑거름이 됩니다. 작은 것부터 실행에 옮겼으면 합니다. KBO도 미국처럼 훌륭한 커미셔너가 탄생해 10년, 20년씩 리그를 이끌었으면 하는 바람도 갖습니다.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