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열

[LA = 스포츠서울 칼럼니스트] 미국 스포츠에서는 단체 종목 3연패를 이루면 보통 ‘왕조(Dynasty)’라고 부른다.

메이저리그 뉴욕 양키스, NBA 보스턴 셀틱스와 LA 레이커스, NHL 몬트리올 캐너디언스 등은 여러 차례 왕조를 이뤘다. 명장 그렉 포포비치 감독이 이끄는 NBA 샌안토니오 스퍼스는 지난 18년 동안 5차례 우승으로 최고 팀 대열에 올랐다. 하지만 단 한 차례도 연패 우승이 없다. 2003년, 2005년, 2007년 징검다리 우승이었다. 비록 리그 2연패 이상의 우승은 없었으나 이 기간 샌안토니오 왕조를 이룬 것은 분명하다.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의 마지막 2연패 이상 작성 팀은 뉴욕 양키스다. 조 토리 감독이 지휘한 1998년~2000년 월드시리즈 3연패를 이뤄 명문 구단으로서의 위치를 다시 한 번 입증했다. 2000년 이후 월드시리즈 최다 우승 팀은 아메리칸리그 보스턴 레드삭스(2004, 2007, 2013년)와 내셔널리그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2010, 2012, 2014년)로 3차례씩이다. 연패 우승은 이루지 못했다. 샌프란시스코의 경우 짝수 해에만 우승을 이뤄 ‘짝수 해 행운(lucky charm)’을 누리기도 했다.

4대 메이저 종목 가운데 우승 전력을 유지하기 가장 쉬운 게 프로농구 NBA다. 슈퍼스타와 함께 정상급 전력을 유지할 경우 2연패 이상 우승이 쉬운 편이다. 보스턴 셀틱스는 1959~1966년 8연패를 한 적이 있다. 2000년대 들어도 LA 레이커스는 샤킬 오닐과 코비 브라이언트로 3연패(2000~2002년)를 일궜고 2009~2010년에도 2연패를 한 적이 있다. 르브론 제임스의 마이애미 히트(2012~2013년)도 4년 연속 파이널에 진출해 두 차례 정상을 밟았다. 올해 역시 지난해에 이어 스테픈 커리, 케빈 두란트의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기 유력한 우승 후보다.

올해로 슈퍼볼 52년째를 맞고 있는 프로풋볼(미식축구) NFL은 3연패를 허용한 적이 없다. 2연패가 최고다. NFL 최고 팀은 쿼터백 톰 브래디와 빌 벨리치 감독이 이끄는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다. 두 콤비는 5차례 슈퍼볼 우승(2002, 2004, 2005, 2015, 2017년)을 차지했다.

MLB 휴스턴 애스트로스는 2017년 구단 창단 이래 처음 월드시리즈 우승을 품에 안았다. 월드시리즈를 마친 11월 초 라스베이거스 도박사들은 2018년 우승 확률이 가장 높은 팀으로 디펜딩 챔피언 휴스턴이 아닌 LA 다저스를 꼽았다. 그러나 12월11일 홈런왕 전 마이애미 말린스 존카를로 스탠튼이 뉴욕 양키스로 트레이드되자 판도가 바뀌었다. 도박사들은 양키스를 우승 확률이 가장 높은 팀으로 보고 있다. 피츠버그 우완 게릿 콜의 휴스턴 트레이드가 완료될 경우 도박사들의 예상이 어떻게 변할지 흥미롭다.

KBO 리그에서는 한국시리즈 2연패 우승이 쉽게 달성된다. 2000년 이후 현대 유니콘스 2연패, 삼성 라이온즈 2연패와 4연패, SK 와이번스 2연패, 두산 베어스 2연패 등으로 이어졌다. 2017년 챔피언 기아 타이거스도 2연패를 이룰지가 관심사다.

그렇다면 MLB는 왜 월드시리즈 2연패가 힘들고 KBO리그는 쉬울까. KBO리그는 우승 팀의 프리미엄을 톡톡히 누린다. 다른 팀들이 치열하게 우승에 도전하려는 오프시즌 전력보강에 소홀하다. 물론 시장이 작다는 점을 무시할 수 없다. 정규시즌 게임에서도 드러난다. 하위권 팀은 디펜딩 챔피언과의 대결 때 한 수 접고 들어간다. MLB는 우승 팀이 타깃이다. 2016년 시즌 후 시카고 컵스의 월드시리즈 2연패는 당연해 보였다. 그러나 오프시즌 보스턴 레드삭스는 시카고 화이트삭스에서 에이스 크리스 세일을 트레이드해오며 전력을 보강했다. 결과적으로 실패는 했지만 시카고의 우승을 막으려는 승부수였다. 56년 만에 우승한 휴스턴이 월드시리즈 2연패를 거둔다면 그것은 이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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