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열

[LA = 스포츠서울 칼럼니스트] 요즘 국내에서 타격 인스트럭터로 각광받는 이는 미국에 있다. LA다저스 3루수 저스틴 터너의 타격 폼을 수정해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덕 래타(Doug Latta)다. 저니맨이었던 터너는 래타를 만나 프리에이전트 대박(4년 6400만 달러)을 터뜨리고 메이저리그 정상급 3루수로 발돋움했다.

래타는 로스앤젤레스 서북쪽 노스리지라는 곳에서 ‘볼야드’라는 야구 클리닉을 운영하고 있다. 출입문을 들어서면 벽에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강정호, LG 트윈스 김현수, kt 황재균, 두산 오재원 등의 배트가 전시돼 있다. 이곳을 방문해 래타 인스트럭터의 지도를 받았음을 알 수 있다.

타격 이론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한국야구위원회(KBO)김용달 육성위원도 3일과 4일(한국 시간) 이곳을 찾았다. 지난 연말 플로리다 마이애미에서 벌어졌던 ‘파워 쇼케이스 월드클래식 2017’에 참석한 뒤 짬을 내 LA를 들러 래타를 만났다. 김 위원은 국내 야구계에서 타격에 관한한 정평이 나 있는 인물이다. 가장 학구적이고 늘 새로운 정보에 눈과 귀를 기울이는 타격의 고수다. 타격 이론서 ‘용달 매직의 타격비법’을 출간하기도 했다.

래타의 타격 이론은 종전 타격 코치들과 완전히 다르다. 일반적으로 타격 코치들은 “볼을 최대한 뒤에서 치라”고 주장한다. 래타는 정반대다. “지금처럼 시속 155㎞ 이상의 빠른 볼과 낙차가 큰 변화구를 뒤에서 친다는 것은 이론적으로 어렵다. 앞에서 자연스러운 동작으로 쳐야 좋은 스윙할 수 있다”고 말한다. 아울러 타격 때의 밸런스와 선으로 이어지는 앞 스윙, 편안한 몸 동작 등을 강조한다.

실제 다저스 터너의 스윙은 배트를 쥔 팔이 가슴에서 간결하게 나오고 앞 스윙이 큰 궤적을 이루는 게 특징이다. 래타는 올해 내셔널리그 신인왕을 수상한 다저스 코디 벨린저를 예로 들었다. “벨린저가 포스트시즌에서 실패한 이유는 볼을 뒤에다 놓고 쳤기 때문이다. 볼을 맞히는데 급급했다. 타격 코치는 계속해서 뒤에서 치라고 주문했는데 정규시즌 때는 앞에서 치면서 좋은 결과를 얻었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은 “래타의 이론에 공감한다. 나도 앞에서 치는 스윙을 강조한다. 래타와 공통점이 많다. 많은 점을 배웠다. 그러나 국내 타격코치는 래타의 이론을 받아 들이기 힘들다. 그동안 뒷 스윙을 강조한 탓에 타격 이론에 큰 혼동이 온다”고 지적했다. 래타도 “많은 점을 공유했다. 한국 최고의 타격코치와 만나 유익한 시간을 가졌다”며 흐믓한 표정을 지었다. 이틀 동안 볼야드에는 메이저리그 2루수 대니 에스피노사(전 워싱턴 내셔널스), 폴 데종(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리오 루이즈(애틀랜타 브레이브스) 등이 방문해 래타의 지도를 받고 있었다. 래타는 메이저리그 선수들도 인정하는 인스트럭터임을 확인했다.

김 위원은 KBO 육성위원다운 자세로 재미동포 학부모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선사했다. LA에서 사흘 동안 재미동포 중고등학교와 대학 선수들에게 날마다 재능기부를 했다. 재미동포 학부모와 선수들에게 절실한 것은 유능한 지도자다. 박찬호, 류현진 등의 영향으로 야구 저변은 다른 종목에 비해서 훨씬 넓다. 하지만 풍부한 경험과 지도 경력이 있는 지도자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고수 중의 고수로 꼽히는 김 위원의 지도는 한줄기 단비와 같았다.

고등학교 1학년생의 학부모 유희은 씨는“장시간 비행기를 타고와 피곤할텐데 곧바로 훈련장으로 와 아이들에게 진지하게 타격을 지도하는데 부모들이 깜짝 놀랐다. 아이들에게 너무 좋은 시간을 할애해 줘 감사드린다”고 했다. 연말연시를 미국에서 보낸 김 위원은 “보람된 시간으로 이번 미국 방문이 뜻깊었다”며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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