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열

[LA = 스포츠서울 칼럼니스트] 미국 스포츠에는 종목별로만이 아니라 대학 콘퍼런스에도 커미셔너가 있다. 임기는 계약 기간이다. 그러나 능력이 발휘되면 임기는 큰 의미가 없다. 스스로 때가 됐다고 판단해 은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연봉도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높다. 현 메이저리그 롭 맨프레드(59)와 NBA 애덤 실버(55) 커미셔는 전임자가 워낙 거물이었던 터라 취임 후 이들의 그림자를 벗어나는 게 급선무였다.

MLB 버드 셀리그(83) 전 커미셔너는 1992년부터 2015년까지 23년 재임했고 2017년 명예의 전당에 추대됐다. NBA의 독재자로 통했던 데이비드 스턴(75)은 1984년부터 2014년까지 30년 동안 리그를 이끌었다. 맨프레드와 실버는 리그 사무국에서 오랫동안 커미셔너를 보좌했고 그들이 물러나면서 후임자에 올랐다. 최장수 커미셔너 스턴은 2014년 네이스미스 메모리얼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다. 셀리그와 스턴은 재임 기간도 오래이지만 MLB와 NBA에 끼친 공로가 절대적이다.

최고 인기를 자랑하는 프로풋볼(미식축구) NFL의 로저 구델(58)은 인턴에서 출발해 최고직에 올랐다. 그렇다고 입지전적인 인물은 아니다. 아버지가 상원의원 출신으로 금수저를 물고 태어났다. 2006년부터 커미셔너를 맡고 있다. 최근 구단주들이 5년 계약 연장을 허락해 2023년까지가 임기다. 4대 메이저 커미셔너 가운데 최고인 연봉 4000만 달러(약 432억 원)를 받는다. 현역 최장수 커미셔너는 아이스하키 NHL의 개리 베트맨(65)이다. 1993년부터 맡고 있다. 구단주들의 직장폐쇄로 선수들의 천정부지 연봉을 묶는데 크게 기여했다. 구델은 4대 커미셔너 가운데 유일하게 변호사 출신이 아니다.

MLB 맨프레드는 10대 커미셔너다. 앞의 9명 가운데 야구의 발전에 공헌해 명예의 전당에 오른 인물은 초대 케네소 마운틴 랜디스, 보위 쿤, 셀리그 등 3명이다. 랜디스는 연방법원 판사 출신이다. 1919년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도박 연루 사건이었던 ‘블랙삭스 스캔들’로 커미셔너에 영입돼 추상같은 명령으로 MLB를 정화했다. 슈퍼스타 ‘슈리스’ 조 잭슨 등 8명을 야구계에서 영구추방했다. 쿤은 선수단 파업, 프리에이전트 도입,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외야수 커트 플루드와의 구단 보유권, 오클랜드 에이스 찰리 핀리 구단주와의 충돌 등 MLB 변혁기에 리더십을 발휘한 인물이다. 그 역시 변호사 출신이다.

셀리그는 현 30개 구단 체제, 지구 조정, 와일드카드, 인터리그 도입,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창설 등 MLB가 글로벌화하고 시장의 파이를 키우는데 큰 역할을 했다. 구단주들은 구단의 이익을 창출한 셀리그에게 막판에는 연봉 2000만 달러 이상의 거액을 안겨줬다. 미국 스포츠에서는 유일하게 구단주 출신의 커미셔너이기도 했다. 전 밀워키 브루어스 구단주였다. 미국은 종목별로도 구단들의 이해 충돌로 구단주 출신이 커미셔너를 한 적이 없다. 스포츠가 일찍부터 문화로 정착돼 정치권의 영향을 받는 경우도 없다.

지난 2011년 8월 제19대 KBO 수장에 올랐던 구본능 총재가 6년이 조금 넘는 재임 기간을 마쳤다. 야구인들은 구 총재가 많은 일을 했다며 높은 평가를 아끼지 않았다. 특히 아마추어 야구 육성 발전에 남다른 열정을 보였다고 입을 모았다. 사실 KBO 총재가 아마추어 야구에 신경쓸 이유는 없다. 하지만 국내야구는 동반성장하지 않으면 안되는 취약한 관계다. 다른 총재들도 아마추어 야구 발전에는 뜻이 같았지만 방식이 달랐다. 구 총재는 세부적이고 재정적인 지원으로 아마추어 저변을 확대했다.

10개 구단 체제도 빼놓을 수 없는 빛나는 공이다. 지난 21일 KBO 마지막 출근 날 만났던 구 총재는 “내년에는 수원구장 외야에서 kt 경기를 볼 계획”이라며 막내 구단 kt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보였다. 셀리그와 스턴 커미셔너의 공통점 가운데 하나가 30개 구단 체제의 완성이다. KBO 리그에서 10개 구단 체제는 불가능의 영역이었다. 구 총재는 이것 하나만으로도 박수받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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