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열

[LA = 스포츠서울 칼럼니스트] 미국 스포츠에서는 슈퍼스타가 감독을 맡는 경우는 드물다. 미네소타 트윈스 명예의 전당 회원 폴 몰리터(61)의 감독직 수행은 매우 이례적인 케이스다. 슈퍼스타들은 주로 구단 경영에 관심을 갖는다.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54)은 NBA 샬럿 호네츠의 구단주다. 1980년대 LA 레이커스 쇼타임 시대를 열었던 매직 존슨(58)은 LA 다저스 마이너리티 구단주이면서 현재는 레이커스 농구단 사장을 맡고 있다. 현역 최고 선수인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 르브론 제임스(32)도 은퇴 후에는 구단 경영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다.

슈퍼스타들이 구단 경영에 나설 수 있는 것은 현역 때 고액 연봉으로 부를 쌓은 덕분이다. 미국 스포츠 시장이 그만큼 크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전 뉴욕 양키스 유격수 데릭 지터(43)가 메이저리그 19년 동안 순수 연봉으로 챙긴 수입이 2억6623만 달러(약 2915억2185만 원)다. 현역 시절 이미지가 좋아 광고 수입도 만만치 않았다.

지터는 지난 8월 비즈니스맨 브루스 셔먼과 마이애미 말린스 매입에 동참하며 구단을 경영하는 CEO가 됐다. 메이저리그 선수 출신으로 구단 CEO는 처음이다. 지터는 홈런왕과 내셔널리그 MVP를 수상한 외야수 지안카를로 스탠튼(28)을 친정 뉴욕 양키스에 트레이드했다. 친정 밀어 주기로 비난이 거세다. 스탠튼은 2014년 11월 마이애미와 13년 3억2500만 달러(3588억7500만 원) 연장 계약을 맺으면서 ‘트레이드 거부’ 조항을 삽입했다. 스탠튼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트레이드를 거절하고 양키스 트레이드를 받아 들였다. 마이애미는 잔여 연봉 2억9500만 달러(3230억2500만 원) 가운데 3000만 달러를 부담하는 조건이다. 지터의 스탠튼 트레이드는 선수 보강보다는 연봉 삭감에 초점을 둔 것이다.

지터는 마이애미 구단 경영에 참여하자마자 리빌딩을 선언했다. 고액 연봉자의 트레이드는 수순이었다. 마이애미에 연봉 1000만 달러(109억5000만 원) 이상 연봉자는 스탠튼을 포함해 내야수 마틴 프라도, 투수 애딘슨 볼케스, 천웨인, 내야수 디 고든 등 5명이었다. 고든은 시애틀 매리너스로, 스탠튼은 뉴욕 양키스로 트레이드됐다. 양키스에서 트레이드된 2루수 스탈린 카스트로도 1000만 달러가 넘는다.

현역 시절 최고의 인기를 자랑했던 지터는 구단 CEO가 되면서 팬들로부터 비난을 받고 있다. 지난 5일(한국 시간) NBA 디펜딩 챔피언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마이애미 히트전 때 대형 스크린에 지터가 보이자 팬들은 야유와 박수를 동시에 보냈다. MVP 스탠튼 트레이드가 기정 사실화되면서 팬들의 야유가 섞여 있었던 것이다. 전년도 MVP가 트레이드된 경우는 2004년 알렉스 로드리게스(텍사스 레인저스-뉴욕 양키스) 이후 처음이다.

지터는 마이애미의 투자자이기도 해 입지가 탄탄하다. 고용 사장과는 다르다. 리빌딩 작업이 성공적으로 이어질지는 성적이 말해줄 것이다. 마이애미는 리빌딩으로 성공한 전례가 있다. 1993년에 창단된 플로리다 말린스는 대어급 프리에이전트 확보로 단숨에 1997년 월드시리즈 정상을 밟았다. 이후 고액 연봉자들을 몽땅 트레이드하면서 1차 지명자 유망주들을 대거 받아 2003년 다시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조시 베켓, 브래드 페니, A. J. 버넷 등 시속 155㎞ 이상의 강속구를 뿌리는 영건들이 당시 우승의 주역이었다.

KBO 리그에서는 홈런왕, MVP 출신의 트레이드는 거의 불가능하다. 선수 수급이 원활한 메이저리그라 가능하다. LG 양상문 단장은 물갈이를 위해 나이든 선수를 방출하는데도 팬들로부터 온갖 욕설과 비난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지터가 이 사실을 안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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