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열

[LA = 스포츠서울 칼럼니스트] 뉴욕 양키스가 조 지라디 감독 후임으로 44세의 젊은 애런 분을 새 사령탑으로 선택했다. 분은 지도자 경험이 없다. 메이저리그 12년 경력의 분은 2009년 휴스턴 애스트로스에서 10경기를 뛴 뒤 현역에서 은퇴했다. 2003년 라이벌 보스턴 레드삭스와의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 7차전에서 연장 11회 너클볼러 팀 웨이크필드에게 끝내기 홈런을 뽑아내 뉴욕 양키스를 월드시리즈에 진출시킨 주인공이다. 웨이크필드는 공 한 개를 던지고 패전투수가 됐다.

은퇴 후 MLB 네트워크 방송해설자를 시작으로 최근에는 ESPN의 선데이나잇 베이스볼 해설로 유명세를 탔다. 양키스와는 2003년 트레이드 마감시한 때 이적해 54경기에 나선 것이 인연의 전부다. 분의 양키스 감독 낙점은 브라이언 캐시먼 단장의 선택이다. 그동안에는 구단주의 선택이 절대적이었다. 캐시먼은 1998년부터 명문 양키스의 단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분은 3대가 메이저리그 출신인 야구 가족이다. 할아버지 레이 분, 아버지 봅 분, 형 브렛 분 등이 메이저리그에서 뛰었다. 아버지 분(70)은 메이저리그 19년 경력에 캔자스시티 로열스, 신시내티 레즈에서 감독도 지냈다. MLB 사상 부자 감독은 분 패밀리가 3번째다.

분의 감독 발탁은 MLB의 새로운 트렌드를 반영하고 있다. 카리스마보다는 소통의 감독이다. 또한 종전에는 코치 경험이 발탁 배경에 중요한 요소가 됐지만 분은 무경험자다. 최근의 코치 무경험자 감독은 시카고 화이트삭스 로빈 벤추라(2016시즌 후 해고), 디트로이트 타이거스 브래드 오스머스(2017시즌 해고),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마이크 매서니 등이다. 오스머스와 매서니는 포수 출신이다. 분은 코치와 프런트 경험도 없이 방송해설자로 활동하다가 지휘봉을 잡은 첫 번째 케이스다.

분의 양키스 감독 취임으로 2018시즌 아메리칸리그 동부 지구가 매우 관심을 끌게 됐다. 보스턴과 뉴욕 두 명문 구단이 소통을 앞장 세워 40대의 초보 감독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보스턴의 알렉스 코라는 42세로 분보다 2살 어리다. 조 매든(시카고 컵스)의 후임으로 2015년부터 탬파베이 레이스 지휘봉을 잡고 있는 케빈 캐시도 39세로 젊다. 역시 세이버 매트릭스 기록을 참고하고 소통형이다.

볼티모어 오리올스 벅 쇼월터(61)와 토론토 블루제이스 존 기븐스(55)는 지도자 경험이 풍부하다. 김병현과 김현수로 국내 야구팬들에게도 잘 알려진 쇼월터는 2018시즌에 감독 생활 20년째가 된다. 카리스마를 갖춘 원칙주의자다. 올해의 감독상만 3차례 수상했다. 기븐스도 감독 경력 11년째가 된다. 덕아웃에서 선수들과도 충돌하는 불같은 성격의 소유자다. 동부 지구 감독은 올드스쿨 타입 2명, 최근 트렌드 소통형 3명인 셈이다.

언제까지 MLB에 소통형의 트렌드가 지속될지는 알 수 없다. 스포츠는 결과가 말해준다. 국내 프로야구도 한 때 40대 감독이 트렌드를 이룬 적이 있다. 그러나 성적 부진으로 슬그머니 자취를 감췄다. 당시 현대 유니콘스의 베테랑 김재박 감독은 “경기를 하면 상대의 수가 다 보인다”며 경험 부족을 지적한 적이 있다. 올해 MLB에서 두드러지게 소통형 감독이 선호 대상이 된 것은 월드시리즈 챔피언 휴스턴 애스트로스 A. J. 힌치 감독의 성공과 무관치 않다.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때 최연소 감독이기도 했던 힌치는 이제 43세다. 성격이 온화하다. 그러나 현재 미국 스포츠의 레전더리 감독들은 모두 카리스마형이다. NBA 샌안토니오 스퍼스 그렉 포포비치, 대학풋볼 앨라배마 닉 세이번, 대학농구 듀크의 마이크 슈셉스키 등은 카리스마와 소통을 겸하고 있는 위대한 감독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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