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열

[LA = 스포츠서울 칼럼니스트] 2017년 메이저리그 투수 최고의 영예인 사이영상은 아메리칸리그 코리 클루버(클리블랜드 인디언스), 내셔널리그 맥스 슈어저(워싱턴 내셔널스)에게 돌아갔다.

슈어저는 LA 다저스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를 제치고 2년 연속 포함 통산 3차례 사이영상을 수상했다. 커쇼와 슈어저는 나란히 현역 최다 3회씩 수상했다. 디트로이트 타이거스(2013년)에서 첫 수상을 한 슈어저는 로저 클레멘스, 랜디 존슨, 페드로 마르티네스, 게이로드 페리, 로이 할러데이 등과 함께 양 리그에서 상을 받은 6번째 투수가 됐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사이영상을 3회 이상한 투수는 총 10명이다. 클레멘스(7회), 존슨(5회), 스티브 칼튼, 그렉 매덕스(이상 4회), 샌디 쿠팩스, 마르티네스, 짐 파머, 톰 시버, 커쇼, 슈어저(이상 3회) 등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최다 수상자인 클레멘스를 제외하고 모두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다. 약물 복용 혐의 때문이다. 커쇼와 슈어저도 사실상 쿠퍼스타운 행 티켓을 예약한 셈이다.

좌완 커쇼(29)와 우완 슈어저(33)는 2006년 드래프트 동기생이다. 고교를 졸업한 커쇼가 1라운드 7번째 LA다저스에 지명됐고, 미주리 대학 출신의 슈어저는 11번째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선택을 받았다. 애리조나는 2009년 풀타임 한 시즌을 소화해 9승11패 방어율 4.12를 기록한 유망주 슈어저를 이 해 삼각 트레이드로 디트로이트에 보냈다. 애리조나는 뉴욕 양키스로부터 같은 해 21번째 지명된 이언 케네디를 받았다. 애리조나의 판단미스는 얼마 지나지 않아 나타났다. 케네디(현 캔자스시티 로열스)는 2011년 21승으로 다승왕에 한 차례 오른 게 전부다. 올스타전에도 선발된 적이 없다. 슈어저는 5년 연속 올스타게임 선발을 비롯해 3차례 사이영상을 수상했다. 은퇴 후에는 명예의 전당까지 예약돼 있다.

모든 종목들이 그렇듯이 같은 해에 우수한 자원들이 대거 배출되거나 고만고만한 기량의 선수들이 드래프트에 나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 2006년 드래프트에서는 우수한 투수들이 꽤 많이 배출됐다. 한마디로 엘리트 클래스다. 2006년 드래프트에서만 사이영상 수상자를 총 8차례 배출했다. 드래프트 사상 전무후무한 일이다. 커쇼와 슈어저가 각각 3회, 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우완 팀 린시컴(33)이 2회 수상했다. 워싱턴 대학 출신의 린시컴은 슈어저에 앞서 10번째로 샌프란시스코에 지명됐다. 통산 110승89패 방어율 3.74를 기록한 린시컴은 부르는 팀이 없어 현재 타의에 의해 은퇴한 상태다.

2006년 드래프트 전체 1번은 캔자스시티 로열스가 뽑은 우완 루크 호체이바(34)다. 에이전트 스콧 보라스의 고객으로 드래프트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그러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2016시즌 후 프리에이전트가 됐으나 팀을 찾지 못했다. 슈어저에 앞서 선택된 10명 가운데 야수는 3번 에반 롱고리아(탬파베이 레이스), 8번 드류 스텁스(신시내티 레즈), 9번 빌 로웰(볼티모어 오리올스) 등이다. 올 월드시리즈에서 7경기를 모두 등판한 LA 다저스 브랜든 모로우는 시애틀 매리너스에 5번으로 지명됐다.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불펜 셋업맨 앤드류 밀러는 6번째로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에 뽑혔다.

그러나 사이영상 3회 수상에 팀의 에이스인 슈어저와 커쇼는 아직 팀을 월드시리즈 우승으로 이끌지 못했다. 슈어저는 2년 연속 디비전시리즈 5차전에 등판했지만 챔피언십시리즈 진출에 실패했다. 커쇼는 메이저리그 데뷔 10년 만에 꿈의 월드시리즈 무대를 밟았다. 그러나 5차전에서 4-0의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처참하게 무너져 큰 경기에 약한 꼬리표를 떼지 못했다. 사이영상을 3회 이상 수상한 투수 가운데 월드시리즈 반지가 없는 투수는 커쇼와 슈어저뿐이다. 이들에게는 여전히 미완의 시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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